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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May 16. 2022

아들아.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찬다.

이건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

아들아.

아빠랑 엄마는 요즘 좀 많이 피곤하단다. 즐겁게 글 쓰는 것도 엄두가 안 날 만큼 시간만 나면 베개에 머리를 두기 바빠. 언제쯤 네가 통잠을 잘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네가 푹 자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마음속에 처음 드는 감정이 가득 차는 것을 느끼게 된단다.


아들아. 이건 무슨 감정일까?

아빠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이 감정을 글로 풀어쓰려하니 어렵단다. 이 감정을 내 얕은 글솜씨로 풀어내기조차 아깝다고나 할까? 그만큼 아빠와 엄마에게 우리 아들은 깊은 바닷속 없어서는 안 될 산소통과 같은 느낌이란다.


아들아.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널 보면서 순간순간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노력해. 그리고 이 순간을 매일 너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해. 할아버지는 아빠가 신생아 때 먼 곳에 출장을 나가 계셔서 아빠의 신생아 때의 모습을 많이 보지 못하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아빠는 우리 아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있단다.




아들아.

어제는 우리 아들이 이틀 동안 대변을 보지 못했어. 순간 우리 아들의 건강이 걱정되었단다. 그러고 나서 아빠는 네가 마음 편히 대변을 보기를 바랐어. 그리고 어제 아들의 대변을 보는 순간 기쁨의 소리를 질렀지. 아빠도 이 나이에 똥을 보고 환호를 지르게 될지는 몰랐어. 그래도 똥 냄새는 많이 나더라. 그래도 고마워. 건강하게 자라줘서.


아들아.

오늘 아빠는 마술을 보았어. 아빠가 너를 안고 있을 때는 분명 네가 눈을 감고 있었는데, 너를 아기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네가 갑자기 눈을 땡 뜨더라고. 순간 이게 '등센서'인가 싶더라. 아빠는 그 순간을 살짝 부정했어. 그리고 아기 침대에서 우는 널 보며 너의 등에 손을 살짝 넣어봤지. 그런데 갑자기 네가 울음을 멈추더라. 2022년에 봤던 가장 경이로운 1초였어.


아들아.

우리 아들을 낳기 전에 많은 사람들은 "내 새끼는 어떻게 생기던지 너무 예쁘다." 라는 말을 했어. 하지만 아빠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 그래서 아빠는 우리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우리 아들을 객관적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


아들아. 넌 아빠의 객관성을 처음으로 무너뜨린 사람이란다. 나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의 모든 순수하고 아름다운 수식어를 포함하여 사랑한단다. 넌 존재 자체만으로 아빠의 객관성을 지워버린단다. 아빠가 우리 아들의 아빠일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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