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단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해 May 29. 2022

누군가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는 이유


도움 주는 것은 잘하지만,

도움 받는 것은 어려워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사랑하는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신 지도 벌써 4년이 되었다. 그 4년의 시간이 왜곡된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얼마만큼 엄마를 떠올리고 생각했을까? 엄마 몸에서 나던 하얀 비누 냄새가 코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 비누 향은 불안한 나를 잠재워줬었다.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그렇게 시간은 나를 배려하지 않은 채 지나갔고, 나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없는 이 세상에서 4년을 넘게 살았다.


엄마는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셨다. 집에 들어온 선물이 있어도 우리의 몫을 챙기기보다 주변 이웃들에게 좋은 것을 먼저 챙겨주셨다. 때론 누나와 나는 우리의 것을 먼저 챙기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모습이 우리 오누이에게 상처는 아니었다. 그렇게 과일을 주변이웃에게 나눠주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마는 주변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도움을 받기를 힘들어하셨다. 더욱이 엄마는 친한 지인들의 도움조차 부담스러워했다. 본인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도움을 받는 듯한 느낌이 본인을 더 무너지게 만들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우리가 가장 행복감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 내가 어떤 일을 성취하려고 노력한 후, 실제로 내가 원하던 목표를 이뤘을 때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아기와 강아지와 같은 살아있는 어린 존재를 봤을 때도 그럴 수 있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자연을 실제로 봤을 때도 벅차오르는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행복감을 느낄 때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이다.



엄마의 병은 희귀병이라 완치가 불가능했다. 엄마의 병의 속도가 늦게 진행되는 것을 바라고 애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을 우리를 그렇게 오래 기다려주지 않았고, 엄마는 점점 활동을 할 수 없는 순간까지 와버렸다. 흔하게 할 수 있었던 산책, 요리 등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떼면서 온 몸에 상처를 입듯 엄마의 몸에도 하나 두 개씩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엄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더 찾으려고 노력하셨다.


그렇게 엄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 드셨을 때 즈음 하늘나라로 가셨다. 지난 4년간 엄마를 떠올리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엄마가 누군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이 한 가지라도 남아 있었더라면, 좀 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지 않았을까?" 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줄 때 그 도움을 거절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도움은 그 사람의 삶의 원동력이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빈틈 많은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