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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Aug 02. 2019

무기력한 직장인의 삶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무기력(無氣力): [명사]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음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본 무기력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을까?


"하... 무기력하다"

매일 회사를 다녀와 집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선 혼잣말을 되뇐다.

그리고 30분이 넘에 바닥과 물아일체가 된 나는 스르르 잠에 빠진다.


(삐삐삐삐)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이내 눈을 뜬다.

"자기야 왔어?"


처음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초년생일 때엔, 퇴근 후 헬스, 운동, 쇼핑, 약속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땐 매번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을 바로 예약하고, 해외로 나의 몸을 던졌다.

그렇게 혼자 가는 여행이 얼마나 새롭고 즐거웠는지 모른다.


그 동안 몇 번의 회사를 옮겼고, 나는 어느덧 사회생활을 한지 총 4년이 되었다.

그 사이 대학교를 졸업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도전, 성장'이라는 단어보다는 '숨 고르기, 현상유지'라는 단어로 나를 옮겨가고 있었다.


숨을 고르지 않으면, 더 달려갈 힘이 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무기력한 감정이 생기진 않았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에 더 마음이 갈 때쯤,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났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성장'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대학 졸업 전 스타트업 창업 멤버로 1년간 근무를 했었다.

그때 나와 함께 회사를 운영했던 대표님, 아니 형과 저녁밥을 먹었다.


"형, 2013년 1월에 회사를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맨땅에 헤딩을 했는지 몰라."

"그러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은 그렇게 못할 거 같아요. 너무 무기력해져서..."

"가끔 널 보면 마음이 좀 아파. 40대 중반이 겪어야 할 삶에 대한 무기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랬겠구나 싶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네"

"그러게요. 아직 저 29살 밖에 안됐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대학시절 때부터 '나의 멘토, 나의 삶의 길라잡이' 같은 형이었다. 형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열정으로 콩닥콩닥 뛰거나,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항상 들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도 힘들 때마다, 형과 통화를 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다지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형과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뭔가 가슴 속에 강한 스파크가 생기지 않았다.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집에만 있고 싶었다.


- 무기력(無氣力): [명사]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음


그렇다.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그러던 중 대학시절 나와 가장 친했던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요새 뭐하고 지내? 인스타도 안 하니까 도통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네."

"그냥 뭐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지 뭐, 회사 갔다가 집에 오면 좀 쉬다가 밥하고, 빨래하고, 쓰레기 버리고, 설거지하면 9시야. 그러면 한숨 돌리면 10시니까 자야지. 아침에 5시 20분에 나가야 되니까."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해?"

"응 뭐 특별한 거는 안 해. 내가 뭐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야구를 챙겨본다거나, 축구를 챙겨본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냥 집에서 신문이나 보고 있는 거지."

"오빠, 뭐든 한번 해봐. 그러면 좀 무기력한 게 나아질 거야"

"뭐든? 뭘 해야 하지?"


그러던 중 나는 네이버에 '무기력한 직장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고 그 중 아무 링크를 눌렀다.

거기에는 정신과 의사 이후경 박사님이 2016.09.05 이코노미스트에서 쓴 글이 있었다.



직장인의 90% 이상이 회사생활에서 무기력증을 경험한다.

원인은 1) 낮은 보상, 2) 과도한 업무, 3) 미미한 존재감이다.

무기력증의 원인은 가족과 건강까지 포기하고 일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낮은 연차에 있는 사람은 감정표현이 어려운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며 이 안에 나의 원인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나는 낮은 연차로 회사에서 감정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눈치를 미친 듯이 본다. 밥을 안 먹어도 눈칫밥으로 배가 부를 정도니까. 게다가 스스로 느끼는 회사 조직 내에서의 '미미한 존재감'이 나의 무기력증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더 아프기 전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나를 더 표현하자!'


그리고 다음 날 오전 5시 20분.

나는 다시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은 나를 더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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