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해 Nov 20. 2019

나는 오늘 회사랑 절교했다.

나만의 찌질한 회사살이 생존전략

"--야. 요새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냐? 집에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별일 없어요."


(나의 속마음)

"저 지금 회사랑 절교 중이니까, 말 좀 걸지 마요"


진짜 회사 가는 길이 너무나도 고역이다.

가는 길도 고역인데, 거기서 앉아있는 시간도 고역이다.

한참 동안 괜찮은 줄 알았는데 또 역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잡코리아, 사람인을 기웃기웃한다. 사실 자소서를 쓸 마음도 없으면서...


꼭 이렇게 11월, 수능 한파가 지나가고 나면 마음이 허해지기 시작하면서 회사랑 나와의 사이도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눈에 초점이 없다. 어디를 쳐다보는지는 나도 모르고, 내 옆에 앉아 있는 과장님도 모르고, 우리 팀장님도 모른다.

그냥 나는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한다.


매일 아침 6시 16분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켠다.

불을 켜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신문을 세팅한다.

내가 왜 이렇게 일찍 회사를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다.

그 어떤 사운드도 중복되지 않은 상쾌함.


그렇게 나만의 시간이 30분쯤 지나게 되면,

듣기 싫은 종류의 사운드가 섞이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어 그래~"

"어제 뭐했니?"

"---했습니다~(도대체 내가 뭘 했는지는 왜 물어보는 것일까?)"


듣기 거북한 한국 각지에서 모인 억양과 말투들이 서해안을 휘감고 파도치기 시작한다.

나 때는 말이야. 라떼이즈홀스를 말하며 과거의 회사생활, 인생살이를 맥심 커피 한잔에 녹아내며 화장실을 한번 가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하루에 최소 8시간을 일하면서 소음 테러를 당하고 있다. 이게 일하는 곳인지 시장터인지 알 수 없다. 사람들 목소리에 머리가 너무 아파 두통약은 내 서랍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


이런 공간에서는 도대체 일을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허공을 응시하는 것뿐.


사실 내가 회사랑 절교한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수만 가지의 이유들이 섞여있기에.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몇 가지를 제외한 이 공간의 사람, 사물, 소리, 냄새에 모두 질렸다는 것.

뭔가 나에게 새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난 회사와 화해하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사유? 그게 내 발목을 잡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