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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Nov 27. 2019

 "선배님, 전 인스타 안 해요!"

인스타 계정은 비공개

"OO씨, 요새 젊은 친구들은 SNS 많이 한다던데 요새 제일 유명한 SNS가 뭐지?"

"이전에는 페이스북 많이 했었는데, 요새는 인스타그램을 많이 합니다."

"OO씨도 인스타그램 하나?"

"아... 아... 저는 SNS 안 합니다."


나는 또 개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회사 가는 길, 회사에서 똥 쌀 때, 점심시간 아무도 없을 때, 퇴근하고 정문을 나오면서 맨날 인스타그램을 한다. 급기야 너무 오랜 시간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 같아 하루에 10분 인스타를 하면 경고 알림이 나타나게 설정해놓았지만 그건 미봉책에 불과했다.


왜 회사에 있는 상사들은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궁금해할까.


"OO씨, 프로필 사진 보니까 저번 주 주말에 어디 놀러 갔다 왔나봐?"

"아... 네... 어디 잠시 바람 쐬고 왔습니다~(하...)"


뭐, 이건 내가 관종처럼 자랑하고 싶어서 올린 사진이니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즉, 내가 생각하는 사생활 오픈의 마지노선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다.


가끔 보면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스토리가 20~30대에게 유행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금도 내 핸드폰에는 두 가지 어플은 깔려있지 않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SNS인 인스타그램의 경우, 차장급 이상의 상사들은 사용법을 매우 어려워한다. 불행 중 다행이다.


tvN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를 보면 SNS를 통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성희롱 장면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박대리


박대리: "아, 우대리~"

우대리: "네?"

박대리: "왜 내 친추 안 받아줬어? 2주는 된 것 같은데, "

우대리: "아. 그래요? 몰랐어요"

박대리: "지금 확인해봐~"

우대리: "나중에요~"

박대리: "왜? 유부남이랑은 친구 안 해?"

우대리: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마대표: "박대리, 저도 얼마 전에 직원한테 제대로 까였어요, 무슨 대표 따위가 친구 신청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요즘에는 회사 문화가 그런가봐요. 회사 사람들에게 친구신청 받지도 하지도 말자"

박대리: "그 직원 여자죠?"

마대표: "예...예.."

박대리: "그럼 그렇지, 꼭 보면 여자애들 그래요. 그런 경우는 딱 하나다. 남친이랑 휴가 때 찍은 사진이 겁나 많은 거지. 그런 게 아니면 안 받아줄 이유가 뭐야 도대체!"

우대리: "아. 알겠어요. 친추 받을게요. 알겠어요. 됐죠?"

박대리: "역시 우대리는 완전 쿨해. 대신 호텔에서 찍은 비키니 사진 지우기 없기다?"

(10초 정적)

우대리: "좋아요나 누르지 마세요? 소름 돋으니까?"

박대리: "내가 누를거야 누를거야!!"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우대리


박대리의 역할이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가 우대리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회사는 일하고 싶은 공간이 아닌 자리에 앉아 있고 싶지도 않는 지옥 같은 공간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 실제로 저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SNS를 통한 직장 내 개인 사생활 파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런 SNS를 통한 사생활 파기의 종착지는 보통 피해자의 약점으로 사용된다.


"너 저번 주에 가평 놀러 갔더라?"

"(혼잣말로) 놀러 갈 시간은 있고, 보고서 정리할 시간은 없었나 보네?"


요즘에는 주말에 뭐 하고 시간 보냈냐는 말도 조심스러운 시대이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된 내용들이 계속 수면 위로 올라오니까.

이런 과도기적인 시대에서 이런 이슈의 당사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당당하게 외치자.


"선배님, 저 SNS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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