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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Jun 11. 2020

기록의 힘, 주제 없는 글쓰기

오늘도 회사에서 겨터파크 터졌다.

1년 12달 중 가장 고역스러운 6월이 결국에 다가오고야 말았다. 추운 건 참을 수 있지만 더운 건 참을 수가 없다.이렇게 더운 날에 경비절감을 이유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회사에서 앉아 있는 것은 벌이 따로 없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30분 넘에 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내 몸의 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엉딩이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그렇게 나는 다시 물을 뜨러 정수기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눈은 반 쯤 풀려있고 온 몸이 찐득찐득한 것이 아주 이상하다. 특히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쪽은 나의 불쾌지수를 최상으로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아.. 살이 쪄서 그런가?"
살 때문이 아니라 원래 여기가 땀이 많이 차서 그럴꺼야.라는 스스로의 정신승리로 마무리한다.
차리리 이렇게 더운 날 일만 하면서 일에만 집중하면 사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 나는 컴퓨터 타자판 치는 소리만 듣고 싶어하게 된 것일까? 한 명, 두 명 씩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화음을 내는데 그 화음이 맞지 않는다. 결국 불협화음으로 내게 다가와 내 미간을 찌푸린다. 그렇게 나는 업무에도 집중을 못하고 헛된 시간만 보내게 된다. 하... 차라리 귀마개를 끼고 일을 하고 싶다.
 
사실 대화는 회의실에서만 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고 싶지만,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매번 스피커폰으로 전화 통화를 하시는 분이 생각나서 나의 아이디어는 저기 지옥으로 다시 넣어두게 된다.
 
코로나 19로 잠깐 재택근무가 반짝하더나 다시 재택근무 제도는 저기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나보다. 사실. 뭐 재택근무도 애초에 코로나19로 난리가 났을 때도 하지도 않았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조차도 겨드랑이에 땀이 차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실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니까.뭐. 이런 공간에 내가 있는 것 조차 썩 그리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는 돈주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으로 나눠져 있고, 내가 돈 주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나는 밥을 먹고 살 수 없으니 일하는 사람의 역할을 맡아 일을 하고 그에 합당한 돈을 받을 수 밖에..
 
매번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의 생각을 한 가지 틀에 넣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사실 계속 MSG를 치는 내 모습을 보는게 씁쓸했는지도. 그런데 그렇다고 어릴때도 안그런 것은 아니니까 뭐 할말은 없다. 초등학교 때도 일기검사를 할 대상을 염두해두고 일기를 썼고,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MSG를 뿌렸으니까. MSG를 30년 넘게 내 인생에 뿌리고 있다 보니, 이제 탈날거 같아서 인공조미료는 당분간 빼고 라면 끓여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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