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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Jun 21. 2020

기록의 힘, 주제없는 글쓰기

일요일 오전의 넋두리

오늘도 여김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이 떠졌다. 바로 옆에 큰 나무가 있어서 그런지 새가 '나 좀 알아봐줘라!!'라고 외치는 것만 같다. 또 베란다로 나가서 보면 정작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워서 베란다 밖 창을 활짝 열어놓고 자서 그런지, 아니면 방 안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서인지 살짝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렇지만 내 잠을 포기할 수 없기에 다시 몸을 웅크려 몸 안의 온기를 하나로 합친다. 그렇게 나는 다시 잠에 들 준비를 한다.


스르륵 잠이 들 찰나, 어제와 똑같이 옆집 사람이 복도로 나와 복도 밖에 있는 택배 박스를 뜯기 시작한다. 겨우 들려고 하는 잠에서 깨어난 나는 미간을 찌뿌린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네." 라는 옆집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머릿 속을 지배한다. 주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 저런 사람들이 이웃이라는 것에 잠깐 분개하고 난 뒤, 다음 번 집을 고를 때는 복도식 아파트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다 완전히 잠에 깨버려 안방 벽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 시작한다. 왜 옆집 여자는 아침마다 복도에서 택배 박스를 뜯는 것일까? 일부러 우리집을 미치게 할려고 그러는 것일까?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 맞다. 옆집에는 아역배우 뺨치게 귀여운(그냥 귀여운 게 아니다. 진짜 아역배우 그 자체임) 아이가 살고 있다. 그 위에 형아도 아직 어린이 인 것으로 보인다. '복도에서 택배 박스 테이프를 떼는 엄마의 마음은 그 갓난 아이의 잠을 뺏지 않으려는 엄마의 마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옆집에 대한 내 감정이 누르러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옆집에 대한 내 감정에 대해 '어리석었구나'라는 감정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이내 '자기방어'의 일환으로 나도 "그런 감정이 들만한 이유가 있었어. "라는 말로 나를 위로한다.


티비소리, 노래소리, 유튜브소리, 라디오소리 등 그냥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편안하게 듣는 시간이 일주일 중 2시간을 채 넘지 않는다. 평일은 하루 종일 누군가 말해주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듣는 행위를 끊임없이 하게 된다.  회사에서 일하기 전 스몰토크를 진행하기 위해 출근시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일일 뉴스를 머리속에 되뇌인다. 그리고 아침 회의 전에 내가 들었던 라디오 속 키워드를 하나 두개씩 날린다. 퇴근할 떄에는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듣기 싫어하며 이어폰으로 나의 몸 일부를 틀어막는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노래를 더 큰 소리로 몸에 주입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내 몸을 학대하고 있었으리라.


아침부터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였다. 최근 회사에서 커피를 끊고 나서 마음이 많이 유해졌다. (나만의 착각이다.) 뭐 인간은 제대로 알고 사는 게 없으니 착각이라도 하고 살아야 한다. 차를 마시면 우선 내 배가 편하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렇게 일요일 오전의 시간도 조금씩 흐르고 있다. 나는 차를 우려먹으며 밖에서 들리는 할머니들의 잡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를 또 시작한다. 한게 뭐 있다고 하품부터 나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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