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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Jun 23. 2020

기록의 힘, 주제없는 글쓰기

다리와 배가 분리되어야 하는 시점

나는 2년동안 다리와 배가 붙어 있었다. 그냥 연결되어 있었다는 말로는 뭔가가 부족하다. 내 다리와 배는 그냥 하나의 줄기에 불과했다. 2년 전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운동다운 운동을 하지 않았다. 내 눈에 흐르는 눈물 빼고, 더위에 더워 몸이 흘리는 물방울 말고, 회사에서 일을 시켜 몸에서 나오는 물 말고, 순전히 내 자의로 내 몸에서 땀을 흘리는 경우는 단연코 없었다.


사실 핑계였다. 핑계를 계속 버릇삼아 삼다보니 1년이 지났고, 또 1년이 지났다. 그렇게 나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살던 집 전세 기간을 채우고야 말았다. 그렇게 나는 등차수열처럼 내 몸무게를 늘려나갔다. 어릴 때부터 말랐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너 살이 붙었네?" 라는 말이 기분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아지는 것도 2년이면 족했나 보다. 이제는 "너 살이 붙었네?"에서 "너 살이 많이 쪘다"로 바뀌었고, 더 이상 그런 말이 기분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운동을 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특히 운동을 하기 전 내 몸을 보니 처참했다. 아랫배에 비상식량을 채워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람쥐가 자기 입에 무언가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 넣은 모습과 흡사했다. 다람쥐는 그 음식을 입에서 빼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뭔가 2년간의 나의 게으름 = 아랫배 가 된것만 같아 순간 자괴감에 빠졌지만, 그것또한 뭐 내가 자초한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후련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다리와 배를 분리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뭐 중량을 친다거나 나를 너무 혹사하면 3일 이내에 이런 다짐이 다시 수포로 돌아갈 것만 같아 우선 먹는 것부터 줄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고 있었다. 그냥 습관성으로. 밥이 좋았다. 이전에는 안그랬는데, 어느새부턴가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있었다. 그냥 말주변이 없다보니 그냥 습관적으로 입에 밥을 넣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우선 밥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집에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리고 구부러진 어깨와 탄력없는 엉덩이를 복원하기 위해 나만의 동작으로 꾸준하게 스트레칭을 매일 실시했다. 스트레칭을 일주일 정도 하고 나니 나의 다리와 배가 조금씩 분리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내 다리와 배는 분리되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사실 언제 또 이런 마음이 없어질지 모른다. 그런 마음이 들 때에는 잠시 인스타그램을 그만 둬야 겠다. 계속 인스타그램을 보면 작심삼일을 더 앞당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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