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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Jun 25. 2020

기록의 힘, 미국증시 같은 내 마음

오늘도 여김없이 저녁이 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미국 주식창을 열었다. 어제 밤 사이 나의 감정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듯 증시가 폭락했다. 아침 신문을 보니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온 도시에서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술집거리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저 놈들이구나.. 내 주식을 폭락시킨 것들이..

쟤네들이 마스크만 써준다면 내 주식창이 다시 빨갛게 물들텐데... 너무 시원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릴 때 부터 빨강 VS 파랑은 반대되는 이미지였다.

왜 빨간색을 상승하는 것으로, 파랑은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기로 암묵적으로 정해 두었을까?

이 같은 논리라면 어릴 적 운동회에서 홍팀, 청팀 중에는 암묵적으로 홍팀이 이길 기운이 더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나는 어릴 때 운동회를 하게되면 청팀이 되고 싶었다. 시원한 느낌의 청팀 머리띠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오늘 내 주식창은 너무나도 파랗다.

뭔가 어릴 때 부터 이어져오던 주문같아 무섭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같은 날에는 매수 주문을 넣는 것이 두렵다.

이런 나를 보며 오늘도 생각한다. "영락없는 개미새끼구나, 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스타벅스 다이어리와 마우스도 청색이다.

주변에 있는 것 중 억지로 청색을 찾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앞에 앉아 있는 와이프의 다이어리도 청색, 게다가 오늘 청색 반팔티를 입고 있는데, 뭔가 기운이 매우 좋지 않다. 오늘은 자기전에만 잠시 주식창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정신건강에 아주 좋지 않다.


내 앞에 있는 이런 색들을 보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렇게 사람으로 태어나서 많은 색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내가 봄에 보는 꽃이 다 흑백으로 보인다면 우리가 보면서 이쁘다라고 감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다양한 색깔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주식 창을 보며 우울한 감정을 가지는 것도, 때론 코로나19가 진정되며 주식 창이 빨갛게 물드는 것을 보며 기분 좋아하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그런데 그 때 자족하고 빨리 이익 실현을 했으면 더 좋았을걸) 괜히 욕심부리다가 원점으로 돌아가.. 아니 더 내려갔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행복하다.. 라고 주문을 건다. 오늘은 더 이상 주식 창을 들여다 보지 않고 나의 잠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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