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비교하는 순간 내 인생은 망가진다.
2020년은 다이나믹이라는 말이 딱 잘 어울리는 해.
뭔가 여유없이 쫓기다 보니 벌써 11월 17일.
그래도 쉬는날 없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쌓여버린 연차.
업무의 특성상 12월은 연차를 못쓸게 뻔하니 지금이라도 써야하는 내 연차.
2008년 금융위기 때와 2020년을 비교하는 회사들은 나의 소중한 연차를 소진하길 바란다. 연차에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많다보니 미사용연차 비용을 직원들에게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등 떠밀리듯 많은 업무를 내팽겨둔채(아니, 계속 머리 한 구석에서 내일 할일을 리스트 만든 채) 오늘 회사를 가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은 밀렸던 은행, 병원, 세탁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분명 늘어지게 잠을 자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병원에 늦을까봐 몸에 텐션을 주고 자서 그런지 피로는 개뿔 오히려 피로가 더 쌓인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검은색 맨투맨과 검은색 바지, 검은색 모자를 쓰고, 씻지도 않은 채 이비인후과를 갔다.
걸어가면서 드는 생각 1
"회사를 가는 것 아니면 병원을 가야하는 내 처지"
그러면서도 걸어서 병원을 갈 수 있는 곳에 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
그렇게 나는 이비인후과를 갔다.
지난주부터 귀가 너무 아파서 그런지, 누가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병원을 갔다.
"선생님. 귀가 너무 아파서 혹시 귀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찾아왔어요."
"아 그래요? 한번 볼게요~
귀는 귀에 먼지가 조금 있는 것 말고는 문제가 없어요. (내 귀 밑을 꾸욱 누르며) 여기 어때요?"
"아!!!!!!!!!!!!!!!!!!!!!!!!!!!!!!"
"아픈데요."
"아. 턱 관절에 무리가 가서 귀가 아픈거 같네요"
"아...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조용히 말을 안하면 돼요."
내가 나의 주둥이를 너무 소중히 하지 않았던가.
내가 소위 아파(아가리파이터)였다니, 최근 일이 많다보니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내 턱도 쉴 시간이 없었나보다.
회사에서는 유관부서와 소통할 일이 많다보니 가끔 입에서 똥내가 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주말에는 코로나19로 밀렸던 결혼식은 왜 이리도 많은지, 일주일 내내 내 턱도 어색하게 웃느라, 즐겁게 웃느라, 입 터느라 너무 고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문득 지나갔다.
그리고 답답하다고 얼음을 그렇게 깨먹으니, 턱이 남아날 일이 있나.
오늘 하루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번 사람 없은 한적한 곳에서만 살다가 수도권에 발을 들이고 산지 이제 3년.
처음에는 즐겁기만 했던 서울.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변하고 또 변하는 트렌드에 따라가기 바빴던 것은 아닌지. 그렇게 나는 온전한 나를 보지 못하고, 세상과 나를 비교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기 바빴다. 그리고 성에 차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나를 보며 때론 인생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돈이 다리미라며, 구질구질한 인생을 피게 해주는 것은 돈 뿐이라고 말하지만 남과 비교를 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런 하루의 시간만 있어도 나의 쭈글해진 정신상태를 조금 드라이크리닝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오늘 하루살고 말 인생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