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지난 한 달 최근 생각들을 기록해 봄 ‘8월의 감정 일기’

by Amelie



#1.

최근 난임병원을 열심히 다니기로 결심하였다.

현실적인 나이에 따른 세부 진단을 듣고 2-3일 정도 우울함과 두려움을 깔고 지냈다.

남편은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둘이 잘 살면 된다고 굳이 안낳다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나에게 뭔가 부담감을 주기 싫어하는 말 같기도 하고 진심 같기도 하다.

나의 복잡한 마음과 달리 그는 생각의 결이 참 간결하고 단순해서 항상 부럽다.

어찌하였든 우울한 감정이 더 길어지지 않기 위하여, 꽤나 노력했다.

시험관을 하면 아기를 갖게 될 거라는 무지한 생각을 했었다.

이 과정은 정신과 체력을 다잡고 뛰어 들어야 하는

쉬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노력만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그런 도전이다.

그 기간이 짧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 조차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해내야 한다는 것이 가혹하다고도 생각했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병원에서 하란대로 잘 해내고,

내가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만큼 노력한다.

그 이외에 잡생각은 집어치우는 것이 좋을 것.


그래서 8월 한 달은 자의적으로 정말 더 푹 쉬고자 결심했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상태로 있어보고 싶었다.

그 대신 운동은 꾸준히 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구상은 틈틈이 하자.

이 정도로 정말 간단히 설계를 해보았다.

#2.

아는 동생과 무더운 낮, 요시고 전시회를 찾았다.

사람들은 왜 요시고 사진을 사랑할까? 에 대해 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1)쨍한 특유의 색감이 주는 휴가지에서 느껴지는 생동력,

2)도시와 사람들을 따스하게 바로 보는 시선,

정도로 추려졌다. 사람들은 기분 좋아지는 걸 좋아한다.

묘하게 시원해지는 느낌을 주는 그의 사진들은 기분 전환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동생과 끝나고 커피 하나씩을 시키고 카페에서 카페 주인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다.

길고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주제는 불효녀 같은 마음들을 이야기하다가

과거 견뎌내 왔던 업계와 일에 대해

얼마나 우리가 부정적인가 하는 생각을 나누었다.

나는 그녀가 부정적인 생각을 확대하지 말고

떨쳐버리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부정적인 것을 굳이 벗어나려고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부정적인 것들은 자기에게 너무나도 진실된 것이라,

이제 더 이상 상처받을 것도 없을 정도로

단단한 느낌이란 식으로 말했다.

대화는 우리의 뿌리 박힌 알 수 없는 생각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왜 왜 도대체 그렇게 싫고 힘들었을까?

우리가 조금 이상한가? 우리만 이러는 걸까?‘

우리는 너무나도 하기 싫었던 대상에

아부를 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버텨온

공통점에 대해 격하게 공감을 했는데

결국 우리는 그런 대상들이나 타인들보다

우리의 태도와 생각들에 지쳐버려었던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부정적인 것에 대해 나눈 대화였지만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서로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대화였다고 자화자찬했다.


우리는 그 다음날 나름 요시고 사진 같지 않냐며

서로 각자 동네의 클로즈업한 표지판이나 풀나무 같은 걸 찍어 보내며 키득거렸다.


#3.

푹 쉬고 좋아하는 예능도 정주행 한다.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운동도 간다.

어느 때보다 건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꿈에서 아직 지난 회사 동료나 팀장이 나온다.

일을 뭔가 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거나

그들이 나를 찾거나, 뭔가 난처한 상황들에 대한 꿈이다.

현실에서 사라진 것들.

꿈에서도 그 흔했던 나의 노동시절이 이제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악몽까지는 아니지만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4.

무언가 근질근질함, 꿈틀거림이 있다.

새롭게 무언가를 하고는 싶은 것들이 있고 조금씩 구체화를 해야 겠단 생각을 한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는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싶다.

지금까지 시작했던 방식과는 다르고 싶다.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존재의 방식’이라는 책 구매를 했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손에 꼽는 필독서라고 했다.

예술적인 삶을 살기 위한 그의 주관적인 생각들을

담은책인데 한 구절 한 구절 꽤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다.

나의 꿈틀꿈틀한 어떤 마음들을

유지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구석이 있는 책이다.

무언가 나만의 것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

나는 종종 이런 자극들을 느낄 때가 오는데,

이때를 잘 이용해야 한다.

흔하게 오는 순간들이 아니다.

금방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생각들이 달아날 것이기 때문에 이 시기 잡고 다시 일상에 꾸준함과 생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내일 또 그 동생과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평일에 간단히 점심으로 콩국수나 냉면 같은 국수를 먹고 전시회를 보는 코스는 힐링이다.

영원하지 않을 이 여유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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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심하게

나의 한 여름 8월이 또 흘러갔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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