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 (1)
제안할 때
컨설팅 회사는 매주, 매월 새로운 프로젝트 수요를 예상하고 이에 맞춰 컨설턴트의 인력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합니다만 컨설팅 회사는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비하여 컨설턴트의 수가 많거나, 특정 프로젝트에 필요한 컨설턴트의 부족 등의 인력 이슈에 당면합니다.
컨설팅 회사가 고민하는 컨설턴트의 과잉 또는 부족의 원인은 첫째 컨설팅 회사가 고객사의 프로젝트 수요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사에서 프로젝트 발주 계획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컨설팅 회사에서 프로젝트 수요를 예측하더라도 경제 상황 또는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취소, 연기 또는 축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고객사가 프로젝트를 일정에 따라 발주하더라도 다른 컨설팅 회사와 경쟁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수주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컨설팅 회사의 임원(파트너)은 자신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수주 확률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컨설팅 회사와 경쟁할 때 프로젝트 수주 확률은 30% 정도입니다. 고객사가 연초에 계획한 프로젝트를 일정대로 진행할 확률 80% 그리고 컨설팅 회사가 연초에 수주를 예측한 프로젝트의 수주 확률이 30%라고 가정하면, 컨설팅 회사가 수주 예측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확률은 24% 정도입니다. 둘째, 컨설팅 회사가 프로젝트를 예상대로 수주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의 전문 영역에 알맞은 컨설턴트를 충분히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유한 컨설턴트는 많은 데, 해당 프로젝트에 맞는 컨설턴트가 부족한 거지요.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수요가 늘었는데,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 있는 컨설턴트를 충분히 확보했던 컨설팅 회사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프로젝트 수주에 맞춰 외부에서 컨설턴트를 새로이 채용했을 것입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제가 말씀드리고 자 하는 것은 컨설팅 회사에서 프로젝트 수요와 특성에 맞추어 컨설턴트를 충분히 보유하는 불가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프로젝트 수요에 비하여 적은 컨설턴트의 수를 유지합니다. 프로젝트 수요에 비하여 많은 컨설턴트를 보유할 경우, 컨설팅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기 때문이지요. 물론 때로는 프로젝트 수요에 비하여 많은 컨설턴트를 보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규모 프로젝트 ( 단일 프로젝트에 최소 컨설턴트 50명 이상 투입 )를 수행할 때입니다. 이는 나중에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컨설팅 회사는 수행하는 프로젝트 규모보다 적게 컨설턴트를 보유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준비할 때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컨설턴트를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현재 수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서 야근을 하고, 주말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때로는 고객사에서 저녁 9시까지 근무하고 저녁 10시부터 본사에서 새벽까지 제안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이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컨설팅 회사의 인력 운영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한국의 컨설팅 회사의 운영 현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들어갑니다. 컨설턴트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을 이유로 제안 작업에 몇 번 빠질 수 는 있으나 구조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늘 제안 작업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컨설턴트가 제안 작업에 빠질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제안 작업은 제안 PM의 선정, 제안 요청의 이해, 제안 전략 수립, 제안서 목차 작성 그리고 목차별 담당 컨설턴트를 선정하고 제안서를 작성합니다. 제안 목차별 컨설턴트가 선정되면 각 컨설턴트는 자신이 맡은 목차를 야근 또는 주말에 작성합니다. 이런 방식의 제안은 늘 반복됩니다. 제안 PM은 제안 목차를 담당할 컨설턴트를 선정할 때, 과거에 유사한 내용를 작성한 컨설턴트에게 제안서 작성을 의뢰합니다. 예를 들어 업무 혁신 프로젝트의 제안이라고 하면 업무 혁신 영역이 재무회계, 관리회계, 자재관리, 영업관리 등이라고 할 때, 과거에 재무회계 부문을 작성한 컨설턴트에게 제안을 의뢰합니다. 제안 PM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지요. 반면, 재무회계 컨설턴트는 제안서 작성할 때 재무회계 부문만 작성하게 됩니다. 일 년에 유사한 내용을 3~4번 작성합니다. 물론, 재무회계 부문의 전문성은 인정받았지만 그 이상은 없습니다. 재무회계 컨설턴트는 본래 자신이 보유한 지식과 경험을 고객사, 프로젝트 특징 또는 제안서 형식에 맞춰 변형하는 작업을 반복할 뿐입니다. 재무회계 컨설턴트는 매번 제안서를 작성하지만 근본적으로 발전이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제안서 작성할 때 소모품이 되는 것입니다. 몇 년을 주중에 프로젝트를, 주말에 제안 작업을 하지만 몸만 피곤할 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컨설턴트 중에 제안서를 많이 작성했지만, 제안 PM 역할에 자신이 없는 분이 있다면 제안 작업에 한하여 소모품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제안 소모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컨설턴트는 자신의 제안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재무회계 컨설턴트가 제안서 작성할 때, 재무회계 부문만 작성한다면 5년이 지나도 제안 역량은 늘지 않습니다. 제안서 목차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제안서의 목차는 프로젝트의 이해, 프로젝트 수행 전략, 프로젝트 수행 방법 등으로 크게 구분되고, 프로젝트의 이해는 산업, 고객사에 대한 이해, 프로젝트의 배경, 목표 등으로 구성되고, 프로젝트 수행 전략은 프로젝트 수행 방법 중 강점을 요약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수행 방법은 프로젝트 방법론, 투입 인력 계획, 일정, 예산 및 세부 영역별 추진 방법 등으로 구성합니다. 많은 컨설턴트들은 세부 영역별 (재무회계, 재고관리 등) 추진 방법을 작성하는데, 컨설턴트가 제안서의 세부 영역을 5번 정도 작성했다면 제안서에서 담당하는 영역을 확대해야 합니다.
먼저, 프로젝트의 이해를 작성하시기를 바랍니다. 프로젝트의 이해는 고객사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지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 부문을 작성하게 되면 프로젝트이 세부 영역이 아닌 큰 틀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두 번 째는 프로젝트 수행 전략 회의에 꼭 참석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경험하기기 바랍니다. 프로젝트의 이해가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프로젝트 전략 수립은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큰 틀의 대답입니다. 제안 작업을 총괄한 경험이 없다면 프로젝트 수행 전략을 작성에 무리가 있으므로 전략 수립 과정을 먼저 경험하시고, 그 전략에 맞춰서 프로젝트 수행 방법론, 투입 인력 계획, 일정과 예산 부문 등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제안서 작성할 때 프로젝트 이해, 방법론, 투입 인력, 일정과 예산을 두루 거치셨다면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수행 전략을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위와 같이 제안서 목차의 처음과 끝을 한번 끝내시면 다음에는 제안 PM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제안서의 처음과 끝을 해본 컨설턴트와 경험 못한 컨설턴트의 역량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제안의 처음부터 끝을 경험하면 일부분을 작성할 때와는 다른 수준의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이 컨설턴트를 성장시킵니다.
늘 반복되는 영역이 아닌 제안의 처음과 끝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제안 PM에게 제안에 참여하겠다고 먼저 손을 드시기 바랍니다. 제안 PM이 재무회계 영역의 제안서를 나에게 맡기는 것이 예상되면, 제안 PM에게 먼저 프로젝트 이해를 작성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제안에 깊이 참여하십시오. 제안 PM이 나를 불러서 제안서를 쓰던, 내가 제안서에 먼저 참여하겠다고 하던 주말에 일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내가 손을 들면 리더가 되는 것이고 남이 시키면 팔로워가 되는 것입니다. 2~3년 후에 내가 가진 역량이 달라집니다.
추신 : 임원(파트너)이 제안서를 리뷰할 때 가능하면 꼭 참여하세요. 임원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으나 대부분의 임원은 나름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찰력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추신 : 글을 읽는 분 중에서 보고서 리뷰 또는 작성 방법에 대해서 조언이 필요하신은 sejeleeac@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제 의견을 3일 안에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