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생각해야 보고서가 잘 나옵니다.
주말에 문정동의 냉면집에 자주 갑니다. 냉면집이 깨끗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착한 가격과 적당한 맛이 단점을 뛰어넘는 집입니다. 냉면 가격이 8,000원을 넘는 것이 보통지지만, 제가 즐기는 냉면집의 가격은 4,000원입니다. 사리 추가해도 5,000원입니다.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아내와 꼬맹이들과 냉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냉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꼬맹이들이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한 소리합니다. '핸드폰 내려놓지!' 꼬맹이들은 이것만 하고 하면서 핸드폰을 계속합니다. 아내 목소리의 톤이 올라갑니다. 큰 꼬맹이는 나이에 걸맞게 반항합니다. '핸드폰 좀 하면 어때요!' 아내의 눈길이 날카로워집니다. 다행히 주문한 냉면이 나왔습니다. 냉면을 비비고 자르면서 '핸드폰 분쟁'은 일단락됩니다.
물론, 저는 원칙적으로 아내의 편입니다. 식탁에서 핸드폰을 반대하지요. 하지만, 아까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꼬맹이들을 제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엄마가 말씀하시는 데 들어야지 정도로 거들었습니다. 제가 큰 목소리로 상황을 끝내지 않은 이유는 '핸드폰을 한다'의 해결책이 '핸드폰을 내려놓는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을 한다'라는 것은 냉면이 나오기 전에 꼬맹이들이 심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외식할 때 계속될 것입니다. 집에서 식사할 때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식사를 준비할 때, 꼬맹이들도 숟가락, 젓가락, 물, 컵 등을 챙기면서 심심할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식할 때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핸드폰을 핸드폰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심심하게 있으라는 뜻입니다. 물론, 예의범절 또는 규정으로 식탁에서 핸드폰을 들지 않도록 강제할 수는 있을 겁니다.
다시 돌아가서 '핸드폰을 한다'는 것은 '심심하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이 아닐 '심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심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학교에서 뭐 먹었냐, 제일 싫은 반찬은 뭐냐, 여기 냉면은 왜 이렇게 쌰냐 등 꼬맹이들에게 질문을 하면 눈을 맞추면서 대화가 시작됩니다. 핸드폰이 손에서 식탁으로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직장에서 글쓰기' 매거진에서 뜬금없이 핸드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핸드폰 같이 상황이 직장에서 보고서 쓸 때 저희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현상에 대해서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현상에 대해서 대처하는 것이지요. 감소하는 매출에 대해서 매출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서를 쓰는 것이지요. 보고서를 쓸 때, 현상의 원인이 무엇일까 여러 번 생각할수록 보고서의 품질은 높아집니다.
참고로 회사에서 밥 먹을 때, 저도 핸드폰 많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