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어느 날 고객에게 뜬금없는 문의가 왔습니다. 사장이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받았다며, 저에게 CRM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그 고객사는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거래 기업도 많지 않아서 CRM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이었습니다. 저는 고객에게 왜 CRM이 필요한지 여쭤봤으나, 고객은 사장 지시사항이니 일단 예산 파악 후 다른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아서 주변에 몇 가지 사항을 확인을 했더니, 고객사 사장은 몇 개월 전에 취임했고, 카리스마가 매우 강한 분이었습니다. 제 고객은 새로운 사장이 어려워서 지시사항에 대해서 추가 질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장이 고객사 이전에 근무한 회사에 제 지인이 있어서 그 회사에 CRM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CRM을 운영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도 CRM이 필요 없는 기업인데, CRM의 구체적인 관리 내용이 뭐냐고 제가 다시 물어봤습니다. 지인은 거래처 인맥의 프로파일 관리라고 답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더군요, 이전 회사에서는 거래처 인맥 관리를 CRM이라고 불렀고, 새 사장은 제 고객에게 CRM 도입을 지시한 것이고, 고객은 SK텔레콤에서나 필요한 CRM 견적을 저에게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고객이 사장에게 다시 CRM을 확인해서 배가 산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일종의 해프닝이었습니다만 조직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상사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야 합니다. 부딪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