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와 제안의 시작은 귀 기울이는 것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자기 계발서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거다. 스티븐 코비 박사가 쓴 이 책은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이 스티븐 코비 박사가 설립한 기관과 '프랭클린 플래너'로 유명한 Franklin Quest가 FranklinCovey(http://www.franklincovey.com/)로 합병했다.
이 FranklinCovey는 기업의 성과 향상(Performance Improvement)을 위해 리더십, 생산성, 영업 성과 등을 주제로 기업에게 솔루션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Forune 100대 기업의 90%가 이 회사의 고객이라고 하니, 유명한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이 FranklinCovey로부터 3년 전에 워커힐 호텔에서 'Sales Performance'에 대해서 2박 3일 단체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Nick Harrison Mendez'라는 멕시코 출신의 컨설턴트였고, 1인당 수강료가 2천 불이었다. 1 Class가 25명 정도였으니, 이 FranklinCovey는 1명의 컨설턴트를 한국에 3일 보내고, 5만 불을 벌었다.
이 'Sales Performance' 교육에서 Mr. Mendez는 한국 컨설턴트에게 'Sale의 Key Factor'는 'Solution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객의 문제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Mr. Mendez는 2박 3일 강의에서 여러 사항을 가르쳤지만, 나는 유독 위의 '고객에게 귀 기울이는 것'에 주목했다. 그 강의 이전에 나는 프로젝트 Sales 단계에서 고객에게 '성급한 해결책' 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기에 급급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나에게 프로젝트 문의를 할 때, 나는 고객의 이슈와 원하는 바를 상세하게 되묻기 보다는 내가 회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준비했다. 먼저 회사 소개, 산업에 대한 이해, 국내외 프로젝트 사례 등 자료를 모아서 파워포인트를 만든 후 고객 미팅에 임했다. 미팅에서 고객과 명함을 주고받은 후 고객이 몇 마디 하자마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파워포인트를 꺼냈다. 나는 우리 회사는 전문가가 몇 명이고, 어떤 프로젝트 사례를 가지고 있고 등을 불라 불라 떠들었다. 고객은 아마도 내가 준비한 것과 유사한 내용을 경쟁사로부터 이미 들었던가, 아니면 나와 미팅이 끝난 후 경쟁사로부터 동일한 내용을 소개받았을 것이다.
내 과거의 행동을 스마트폰 대리점에 비유한다면, 나는 고객이 대리점에 들어왔을 때 고객에게 질문하지 않고 갤럭시 S나 아이폰의 성능이나 비용을 알려주는 격이다. 나는 고객에게 누가 스마트폰을 쓸 것인지, 어떤 요금제를 쓰고 있는지, 선호하는 모델이 있는지 등을 질문해서 고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먼저 확보해야 했다. 즉, 고객에게 귀 기울이기보다는 갤럭시 S나 아이폰의 성능과 비용 등의 'Solution'만 제공하려 했던 것이다.
Mr. Mendez의 조언과 유사한 내용을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 II'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허브 코헨은 FBI, CIA, 미국 법무부와 같은 정부 부서부터 경영 전문가, 글로벌 기업 등을 위해 40년 간 일한 협상 전문가이다.)
"당신이 타인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려면, 그들의 가치와 신념, 경험, 사고방식 등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머릿속의 지도나 패러다임에 따라 현실을 인식하거나 발견한다. 그 때문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 관심, 열망 등을 상대에게 강요하곤 하는 것이다. 자신의 관점만 비추는 거울 이미지의 투영으로는 불만족과 불일치만을 낳을 뿐,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명심한다면, 다른 사람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어떤 시도에서든 대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많이 하고, 일반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도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출처, 협상의 법칙 II, 허브 코헨, 원제 Negotiate This!: By Caring, But Not T-H-A-T Much)
Mr. Mendez의 조언과 허브 코헨의 의견은 각각 'Sales'와 'Negotiation"을 관점으로 하지만,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일치한다. 결국은 대답보다 질문이 중요하고, 대답을 알고 있을 때라도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말에 우연히 15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냈다. 15년이 흘렀으니 제목만 기억할 뿐, 내용과 저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궁금해서 책을 펼쳤더니 군데군데 밑줄 친 흔적이 있다.
- 내가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라는 일로 다양한 업계의 여러 기업을 방문해보면 전할 내용 이전에 바로 '자신밖에 모르는 병'이나 '얼치기 독심술사 증후군'에 빠져 있는 비즈니스맨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얼치기 독심술사 증후군'에 빠지 않기 위해서,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방에게 답변해야 하는 과제(솔루션)가 무엇인가를 확인(질문)해야 한다. 그것은 10분간의 설명이라 하더라도, 한 시간의 거래라 하더라도, 보고서, 제안서, 기획서를 만드는 일이라 하더라도 동일하다.(발췌) - (출처, 로지컬 싱킹, 테루야 하나코 / 오카다 케이코)
내가 부장 직급일 때, 한 식사 자리에서 고객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 말을 무심코 넘겼는데, 시간이 한 참 지난 후에 그 의미를 알겠다. '이 부장, 내가 당신에 대해서 첨 기억나는 것이 자네가 제안요청서를 들고 나에게 왔을 때야. 나에게 제안요청서 내용을 꼼꼼하게 묻더군, 그래서 기억나네. 내가 쓴 제안요청서 내용에 대해서 자네만큼 질문한 사람이 없어거든'.
그 당시, 나는 그 분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사는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단,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