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이 어려운 직장인에게
지인과 점심 약속이 있어 강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의 광고는 성형외과, 교습학원 등과 같이 내용과 형식이 비슷해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오늘 내가 버스 의자 뒤의 광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백내장 생각보다 안 비쌈' - '효자 연락 바람' (안과 광고)
이 광고 문구는 백내장을 앓고 있는 부모와 그 자녀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짧지만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보통의 광고는 '저렴한 수술 비용', '백내장으로 고생하는 분에게' 등의 평범한 문구인데, 오늘 마주한 광고는 재치 있는 문구로 내 이목을 끌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백내장으로 고생하는 분이 없어서 이 안과를 찾아갈 일이 없지만, 내가 백내장이 있다면 이 안과에 전화해서 수술 비용과 절차를 문의했을 것이다.
재치 있는 광고 문구를 누가 만들었을까 상상해보지만, 이글에서 말씀드리고 자 하는 것은 '광고'와 '보고'의 차이다.
☞광고(廣告) : 세상에 널리 알림.
☞보고(報告) :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백내장 생각보다 안 비쌈'과 같이 자극적인 문구가 유리하다. 보고도 광고와 같이 알리는 것은 동일하지만 정해진 소수의 독자가 있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 보고(보고서)는 광고와 같이 멋있거나 추상적 단어보다는 구체적인 단어와 수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광고는 광고를 읽은 사람이 안과에 전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보고는 구체적인 수술 비용과 절차를 알려주어 수술 여부를 판단한는 정보의 제공이 목적이다.
보고서를 쓸 때, 멋진 문구가 생각나지 않아서 자신의 문장력 부족을 걱정하는 직장인이 있다. 이는 불필요한 걱정이다. 보고는 보고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고서를 만들 때 덤덤하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맘을 먹는다면, 보고서 작성이 쉬어진다.
광고는 '백내장 생각보다 안 비쌈'이라는 창조적인 문구가 필요하지만, 보고는 '백내장 수술 비용 = 100만 원'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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