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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Feb 23. 2016

찌라시에도 고민을...(2)

홍보물

 같은 말을 해도 느낌이 다를 때가 있다. 꼬맹이가 '아빠, 장난감 사주세요'와 '아빠, 이거 진짜 갖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에 반응할 것이다.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에 사례가 있다. 복사를 하려는데, 다른 사람이 복사기를 사용  중이다. 이때,  “실례합니다. 저는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제가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라고 할 때, 사람들의 60%가 양보했다. 한편,   “제가 먼저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좀 급한 일이 있거든요”라고 할 때, 사람들의 95%를 양보했다. 이 차이는 후자의 '왜냐하면'이 상대방에게 양보의 이유를 알려주기 때문이란다. ( 행동과학자 엘런 랭거의 연구 )


 또 다른 예로,  “20% 할인된 가격으로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세요!” 보다.  “20% 할인된 가격으로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사람은 잠재적인 이익보다 잠재적인 손실을 훨씬 더 비중 있게 고려하기 때문이란다. 전기 절약 실험을 했다.  주민에게 ‘매일 50%를 절약’ 보다 '50%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할 때, 최대 300% 더 효과적이었다. (대니얼 카너 마 & 마모스 트발스키, 마리오실 셀리의 연구)


같은 말에 다른 행동

 홍보물 또는 보고서를 쓸 때, 회사에서 전통처럼 내려온 틀에 박힌 문구가 문서에 반복된다면 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같은 글을 써도 느낌이 다르다. 이 글은 아파트에서 흔히 보는 홍보물을 들쳐본다. 


 홍보는 널리 알린다는 것이고, 목적은 3가지 정도다. 도움, 통보 그리고 설득이다. 도움과 통보 글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순서에 따라서 나열하면 된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문구가 필요 없다. 도움과 통보는 '인사 발령  문서'처럼 작성하면 된다. '00년 0월 인사 발령 '라는 제목과 전무, 상무, 이사 순으로 발령 내용을 적으면 된다.  


 매월 지불해야 할 돈을 알려주는 명세서 중에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가 맘에 든다. 명세서를 펼치지 않아도, 겉장에 지불할 돈을 알 수 있다. 통보와 도움의 글을 꾸미고자 한다면,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와 같이 하면 된다. '관리비 명세서, 2016년 1월분, 2016년 2월 29일까지 납부하실 금액은 000원', Key 메시지를 가장 먼저, 가장 눈에 띄게 표시하면 된다. 

 

제 아파트 명세서는 아닙니다. Sample이에요


 설득하는 글은 통보, 도움보다 머리와 시간이 필요하다. 아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걸린 글이다. 나를 설득하고자 쓴 글인데, 메시지를 읽어도 에너지 절약하고 싶은 맘이 없다. 아파트 관리인은 틀에 박힌 문구로 나를 밀지만 나는 넘어가지 않는다.  


 먼저, 동절기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잔다. 내가 임진왜란 때 민병인가 생각했다. 위기에, 슬기롭게, 극복이라니. 올 겨울에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싹 지워도 될 문구이다. 


 '아파트 단지와 일터에서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활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 글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걸린 글 아닌가. 아파트 단지라고 안 알려줘도 나는 안다. 아래의  헤드 메시지를 읽다가 숨 너머 간다. 긴 문장이지만, 건질 단어는 몇 개 안된다. 그저, '가스와 전기를 아끼자'라는 말이다. 

 

동절기 에너지 절약 실천계획 안내문

동절기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아파트 단지와 일터에서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활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에너지 절약대회에 참가신청을 하였사오니 아래와 같이 에너지 절약 실천에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아래 -

1. 매주 목요일 저녁 거실 전등 끄기 행사 실시
2. 각 세대 LED 등 교체 권장
3. 겨울철 온도 18도 ~ 20도 유지
4. 겨울 내복 및 수면양말 착용  (이하 생략)


 하고 싶은 말은 '전기와 가스를 아끼자'인데, 그대로 쓰면 감흥이 없다. 뒤틀고 뒤집어야 읽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읽는 사람이 '피식'하고 웃으면 더 좋다. 하지만, 우리는 창작가가 아니다. 괜스레 창작하려면 시간만 간다. 인터넷에서 전기 절약 문구를 찾아본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공모전'을 찾았다. 우리의 청춘은 계단으로 통한다 (대학교에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20대의 젊고 건강한 청춘인 만큼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많이 이용하자는 취지의 슬로건), 올라가는 계단 내려가는 체중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계단 오르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며 전기절약을 도모하여 그린캠퍼스로 도약을 표현)


 똑똑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린다. '전기와 가스를 아끼자!'는 '전기는 줄이고, 지갑은 늘리고' 정도가 아닐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 보고서, 제안서로 고생하는 중소기업은 연락 주세요. 무료 강의 또는  조언드립니다.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sejeleea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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