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차이
중, 고등학교 때 시험을 치르고 나서 선생님이 시험 문제를 풀어줄 때, 선생님이 '내가 이 문제는 시험에 꼭 나온다고 했었지'라고 말씀한 것이 기억납니다. 안타깝게도, 저와 제 친구의 머리에는 '선생님의 친절한 예언'이 기억에 없습니다. 저는 제 기억을 의심하기보다는 선생님이 여러 반을 가르치시니까, 다른 반에서 말씀하셨을 거야라고 생각했었죠.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운 좋게 과외 자리를 몇 번 얻어서, 중, 고등학생에게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고 용돈을 벌었습니다. 제 실력이 변변치 않았지만, 배우는 학생들보다는 제가 강의를 많이 듣고 시험을 더 치렀으니 가르칠 만했습니다. 물론 저보다 뛰어난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는 잘리거나 자진사퇴죠.
과외를 하면서 신기한 것은 제가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대충 예상하는 겁니다. 제가 배울 때는 외우거나 이해에 집중했는데, 가르칠 때는 넓게 보고 제가 학생 때 많이 접한 문제에 집중합니다. 과외를 가기 전에 학습 범위를 검토하면서, 오늘은 학생에게 강조할 것 또는 예전에 시험에서 많이 본 문제가 눈에 띄더군요. 그 후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학생에게 '이 문제는 시험에 나올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중,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저에게 알려주듯이... 신기한 것은 제가 과외 시간에 제가 한 다른 말은 기억에 없어도 '이거 시험에 나와'라고 한 것은 제 메모장에 기록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제가 가르친 학생은 제가 학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제 말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 처음에는 팀장과 저를 포함한 팀원 3명, 단출하게 일했습니다. 단출하게 일할 때는 팀장이 제 선배, 저 그리고 제 동료와 매일 해야 할 일과 방향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매일 팀장과 팀원이 하루를 함께 보내니 팀장의 지시사항을 놓치지 않습니다.
몇 년이 다시 지나고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신입 사원일 때는 팀장과 매일 논의했는데, 제가 관리자가 되니 상사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또는 정기적으로 미팅합니다. 상사와 미팅할 때, 제가 학교 다닐 때 경험한 것을 직장에서 비슷하게 경험했습니다.
상사는 지난 미팅의 상세한 내용은 기억을 못해도, 자기가 지시한 것을 시간이 지나도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저와 팀이 볼 때, 그 지시사항이 다른 사항에 비해서 사소해서 그냥 지나칠 일을 상사는 기억합니다. 그때, 상사는 말합니다. '내가 이거 확인하라고 했지!', 순간 저는 답을 못하고 깨집니다. 제가 학생 때 '선생님이 시험에 나온다고 했던 것을 기억 못한 것처럼'.
제가 과외 선생 할 때와 고등학생 때의 차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입니다. 처음과 끝을 경험하면 일에 대한 접근 방법과 체크 포인트가 생기고, 그 일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다른 일을 처리할 때도 이전의 접근 방법과 체크 포인트를 다시 떠올립니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생소한 일이더라도 이전의 방법으로 먼저 접근합니다. 상사는 나름의 접근 방법과 체크 포인트로 저에게 일을 지시하니,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지시한 것을 잊지 않는 겁니다. 제가 아니라 다름 사람과 일을 했더라도 비슷한 지시를 했을 것이고, 그 지시사항을 기억했을 겁니다. 저는 상사와 동일한 수준의 접근방법과 체크 포인트를 갖고 있지 않으니, 상사의 말을 놓쳤던 거지요.
또 다른 몇 년이 지나고, 제가 규모가 되는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입니다. 후배들이 저에게 한 말을 잊더라도, 저는 과거의 제 선생님과 상사와 같이 후배들에게 부탁한 것을 잊지 않습니다만, 이제는 이해합니다. 후배가 제 지시를 잊을 때, 그것이 성실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경험의 차이라는 것을... 제가 더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