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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Sep 16. 2015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들도 가끔은 모른다!

제가 15년 전에 컨설팅 기업에 입사할 때 저를 인터뷰한 임원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부리부리한 눈매, 굵직한 목소리, 당당한  체구뿐만 아니라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계셨습니다. 컨설턴트들이 회의할 때, 그 임원보다 낮은 직급의 컨설턴트는 대부분 그분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힘든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그 임원과 대화를 하면 제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한 10년을 피해 다녔습니다. 컨설턴트 전체 모임으로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가능한 멀리 떨어졌고, 그 임원이 프로젝트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복도에서 그 임원이 보이면 제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지요. 다행히 그 임원이 제 상사의 상사인 관계로 제가 피해 다니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4~5년  전쯤 제 상사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그 임원가 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가끔 발생했습니다. 독대 하기 전에 늘 맘이 불편하고 미팅할 때도 제대로 말을 못했습니다. 어느 날 일이 터집니다. 프로젝트 참가 여부를 논의하는 간단한 영문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분과 리뷰를 하는데, 그분은 첫장의 첫 문장부터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당시 상무였는데, 리뷰 처음에는 ‘상무’라고 부르더니 지적이 시작되면서 ‘이사’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요약하자면 ‘이것 밖에 못하느냐’가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시는데, 저는 변명하기 급급했습니다. 급기야 본인이 직접 보고서의 첫장을 모두 변경하고 수정 방향을 저에게 제시하고 다음주에 다시 리뷰 일정을 잡고 리뷰를 마쳤습니다.


저는 다음주 리뷰를 어떻게 대처할 까 고민 고민하다가 임원분이 직접 고친 보고서의 첫장을 전혀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가고 다시 리뷰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 임원분은 지난번 리뷰와 동일하게 보고서 첫장의 첫 문장부터 저를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제 영어 문장 실력이 부족하다면 다시 저를 ‘이사’라고 부르기 시작했고요. 제 맘이 갑자기 편안해졌습니다. 자신이 고친 문장에 대해서 일주일 후에 다시 지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이 상황은 임원분의 스타일이고, 임원분이 업무가 많으니 모든 사항에 깊이 생각하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구나. 제가 임원보다 그 보고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그분이 말씀하실 경우가 있는데, 그분을 대하는 제 자세가 변화하니 제 대답도 변화했습니다. 일주일 전에는 변명하기 급급했는데, 이제부터는 ‘생각 못한 것은 생각 못했다’, ‘준비 못한 것은 준비 못했다’라고 제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사가 모든 면에서 저보다 탁월한 것이 아니고, 상사도 실수를 한다는 것을 깨닫은 다음부터 그분을 대하는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주니어 컨설턴트 여러분,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들이 완벽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만큼 고민해서 준비했다면 그 자체로 당당한 것입니다.



ps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일 주시면 제가 읽은 책의 요약본을 보내드립니다. sejeleea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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