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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Dec 28. 2015

좋은 보고서 작성 방법(1)

신문 기사 활용법



'글을 잘 쓰려면 삼다, 즉 다독, 다작, 다상량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송나라 구양수의 말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다상량에 대해선 갸우뚱했었다. 우선, '상'과 '량'이란 한자 사용이다. 상인 할 때 상, 수량 할 때 량이 아니다. 헤어릴 상, 헤아릴 양이란 뜻으로 쓰였단다. 헤아리고 또 헤아려?' (출처 - 대통령의 글쓰기, 42page, 강원국)



  위의 '대통령의 글쓰기'뿐 아니라, 작가들은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권장한다. 직장인이 매번 마주하는 '보고서'도 글이다. 동료가 내 보고서에 공감하기를 원한다면, 보고서를 '삼다 : 다독, 다작, 다상량' 해야 한다.


  좋은 보고서를 위해 '삼다'해야 하는 것은 알겠다. 문제는 삼성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읽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더욱이 특정 주제로 보고서를 연습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연습을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와 정보를 찾을 만큼 여유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컨설턴트는 일반 직장인보다 많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컨설턴트에게 '보고서 작성'은 주된 업무이고, 일반 직장인은'보고서 작성'보다 자재 구매, 상품 판매, 회계 처리 등이 일상 업무이기 때문이다.  


 15년 전 컨설팅 회사에 발을 담그고, 동료보다 오랜 시간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애를 먹었다. 숱한 날 새벽까지 보고서를 수정했다. 지금도 변변하지 못한 실력이지만, 과거에 연습한 방법이 다른 분에게 조그마한 Tip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감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파워포인트 보고서' 작성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문장과 단락으로 내용을 준비하는 것과 파워포인트 형식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 파워포인트 작성 방법을 검색하면, 문서의 유형과 관계없이 파워포인트를 먼저 열지 말라고 충고한다. 능숙한 직장인이 아니라면 파워포인트를 클릭하는 순간, 내용에 대한 고민은 간데없고 그럴듯한 도형 • 차트 • 색상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꽉 차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내용 준비와 정리 중에 '정리'에 대한 연습 방법이다. '준비'보다 '정리'를 빨리 익히고, '정리'에 능할 때 '준비'가 수월하다. 이 글에서 '내용 준비'를 생략하기에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이 필요하다. 보고서 연습에 가장 좋은 글은 신문 기사다. 신문 기사는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Fact를 중심으로 한 글이라서 보고서와 유사한 형태의 글이다.


 내용의 '정리'는 위의 삼다 중 '다상량'에 해당한다. 기사를 읽고 정리하면서 '여러 번 헤아리는 것'이다.

 

 이제부터 신문 기사를 파워포인트로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두 가지 사항을 밝혀둔다. 첫째, 기사가 Fact를 다루지만 보고서와 다른 점이 있다. 기사는 다양한 사람이 읽는 글이고, 명확한 결론이 필요하지 않다. 기사는 Fact로 사회와 시장의 흐름을 담지만, 읽는 사람이 참조할 뿐 그 기사만을 근거로  의사 결정하지 않다. 기사는 논리나 흐름면에서 기업의 보고서보다 엄격할 필요가 없다. 이 글에서 참조하는 신문 기사는 훌륭한 글이다. 단지, 보고서를 정리하는 관점에서 기사에 포함된 Fact를 재구성할 뿐이다. 둘째, '정리' 연습 방법은 여러 회에 걸쳐서 브런치에 연재할 예정이다.


1. 기사의 제목, 헤드 메시지 그리고 단락을 구분


 보고서 연습 '내용 정리'를 위해서 신문 기사를 하나 고른다. 수치를 포함한 경제기사가 보고서 연습에 좋다. 한겨레 신문의 한 기사로 시작한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3604.html). 이 기사는 제목, 헤드 메시지 그리고 단락이 일치한 좋은 기사이다. ( 기사의 전체 내용은 위의 URL에서 확인 바랍니다. 이 글은 기사의 전체 내용을 꼼꼼하게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


 기사를 선택하여 문서 편집기에 옮기고 제목, 헤드 메시지와 단락을 나눠보자.  제가 글을 작성한 후 기사 원문의 제목이 '한국인의 대표 술은 이제 맥주’로 변경되었습니다. 처음 제목은 '수입 맥주 5년새 3배 급성장 ...'입니다.

 이 기사 제목 '수입 맥주 급성장과 소비자 입맛 잡았다'는 다음에 오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과 '수입액은 300%' 헤드 메시지가 뒷받침한다. 헤드 메시지 '한국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은 (1) 출고량 (2) 시장점유율 (3) 선호도 단락으로, '수입액 300%'는 수입량 단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제목, 헤드 메시지 그리고 단락이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고서 연습의 1단계는 내용을 위와 같이 구분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헤아리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면, 보고서의 흐름이 일관된다. 보고서의 내용이 이리저리 흔들려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내용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 갈 수 있다.


 보고서 작성할 때, 초안이 위의 그림과 같이 제목, 헤드 메시지와 단락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하자. 자연스럽지 않다면 스토리 라인이 흐트러진 것이다.  

2. 기사의 Fact 만 추리고, Fact를 요약한 제목으로

 제목, 헤드 메시지와 단락의 스토리가 일치한다면, 각 단락의 Key Fact를 짧게 정리하는 연습을 한다. 기사의 긴 문장에서 Fact만 추리고 표와 짧은 문장으로 줄여서 파워포인트 보고서에 넣는다. 이때 Key Fact에 벗어나는 내용은 과감히 삭제한다. 생선에서 뼈만 발라내는 것이다. 상어와 날치가 아니라면, 아무리 그럴듯한 지느러미라도 버려야 한다.


 위의 기사를 예로 들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술에서도 맥주는 48.8%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소주가 46.4%로 1위였고, 여성은 맥주가 52.8%로 1위였다. 국내외 맥주로 나눠보면 61.0%가 국산, 21.6% 가 수입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국산, 나이가 적을수록 수입 맥주를 마시는 비율이 높았다. " 중  첫 문장 외는 보고서에서 모두 지느러미이다. 맥주 선호도 48.8% 1위가 Key Fact이고, 국산과 수입, 나이별 선호도는 곁다리다.


 전체 기사 흐름으로 보면 맥주가 출고량 1위, 시장 점유율 1위 그리고 선호도 1위이다. 이때 국산과 수입 맥주의 비율, 나이별 맥주 선호도는 맥주의 1위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흐름을 깨뜨린다.


' '맥주 국내 술 시장 1위라는 Fact로 신문 기사는 '소비자 입맛 잡았다' 제목으로 표현했다. '소비자 입맛 잡았다'는 독자의 이목을 끄는 좋은 기사 제목이지만, 기업 보고서에는 모호한 제목이다. 보고서를 읽는 상사에게 '잡았다'의 기준을 설명해야 한다. 보고서를 알리는 쉬운 제목은 Fact 그대로 '맥주의 출고량 • 시장점유율 • 선호도 1위'이다. 설명할 필요도 없고, 상사도 질문하지 않을 것이다.  


 기사의 맥주 수입액 관련 단락은 수입량 증가라는 Fact와 그 원인에 대해서 줄여서 설명했다. 읽는 사람이 수입액이 300% 증가했고, 그 원인은 수입 가격 인하, 수입 맥주 선호도 증가라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보고서 제목은 '맥주 1위, 수입 증가 추세'이다. 파워포인트의 본문을 구성할 때, 제목에 맞추어 구분하여 표시하면 된다. '맥주 1위'는 파워포인트 왼쪽에, '수입 증가'는 오른쪽이 상세 설명을 추가하면, 읽는 사람의 눈길은 직관적으로 제목과 내용을 따라간다.


3. Fact를 검증하여, 추가 • 삭제 • 구체화


 앞의 그림의 출고량, 점유율 및 수입 데이터의 기준일이 '13년, '14년으로 일관적이지 않다. 데이터의 출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각 데이터의 출처를 보고서에 추가해야 읽는 사람에게 의문이 생기기 않는다. 각 데이터의 출처를 추가하고, 추가 데이터를 넣고 싶으면 별첨에 넣는다. ( 이 글은 연습이므로 생략한다. )


 선호도 부문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술 맥주 48.4%'라고 표시된 반면, 소주에 대한 선호 %가 없다. 읽는 사람은 소주는 몇 % 인지 물을 때, 답할 수 없다면 선호도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 이미 출고량, 시장 점유율이 1위라는 Fact가 있으므로, 자신 없는 Fact는 보고서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다음은 '14년 술 시장 규모를 산정한 기준이 궁금하다. 기사를 다시 읽고 다른 기사를 찾아보니, 국내 소매 시장이라고 쓰여있다. 소매 시장은 음식점, 편의점 및 마트이고, 소매 시장 규모는 주류 판매 매출액이다. '2014년 술 시장 규모'를 '2014년 술 소매 시장 매출액'으로 변경한다.


 마지막으로 수입 맥주 가격 인하의 원인인 FTA에 따른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상식선에서 FTA로 관세가 낮아졌을 것은 추론하지만, 얼마나 낮아졌는지 궁금하다. 상사는 관세율  인하뿐 아니라,  나아가 도매가과 소비자의 인하율을 질문할 것이다. FTA 이전과 비교한 수치 자료를 추가해야 한다. 보고를 많이 받은 노련한  상사일수록 보고서의 수치와 Fact에 민감하다.


  전체 스토리를 구성하고, 각 단락을 뒷받침하는 Fact를 준비한다. 각 Fact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으면 보고서의 초고가 마무리된다. 이런 과정을 신문 기사를 통해서 반복 연습하면, 보고서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가다듬고 군더더기를 없애는 훈련이 된다. 보고서가 균형 잡히고 군더더기 없어지면 파워포인트를 구성하기가 수월하다. 파워포인트에 끼워 넣을 조각이 잘 다듬어졌기 때문에, 그 조각을 세로로 넣어도, 가로로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 위의 그림의 표를 차트로 변경하면 보고서가 더 돋보이지만, 보고서의 핵심은 논리와 Fact이다.  다음이 그래픽 요소이다.




 바담풍(風)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에 '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부담감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이유는 읽는 분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에 이 글의 보완할 내용을 알려주시면, 제 생각을 돌아보고 글을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오타 또는 비문 등에 대한 댓글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 보고서, 제안서에 잔소리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sejeleea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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