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 (3)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전쟁터에서 '총알'이 아니라 '총'이 된 동료들 이야기입니다
서울, 호찌민, 뉴올리언스 - 세 도시에서 프로젝트가 끝나가는 겨울의 막바지였습니다. 저는 실력도 없고, 말도 듣지 않는 초보 관리자였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최악의 리더... 멍청한 저 덕분에 뉴올리언스, 호찌민, 서울의 팀원들은 그 도시에서 가장 늦게까지 일합니다. 시차까지 고려하면 24시간 돌아가면서 일합니다. 호찌민에서는 네 명의 일을 세명에게 드리니, 팀원이 조류독감에 맞서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뉴오리언스에서는 네 명의 팀원에게 세 명의 경비를 드리니, 할렘가의 으스스한 호텔에 묵습니다. 다음날 숙소를 옮깁니다만, 며칠 후 그 호텔에서 총격전이 있었답니다. 서울에서는 제가 교통정리를 못하니 팀원이 일을 다시 합니다. 그때를 돌아보면, 제가 팀원들을 낭떠러지 끝에 세운 듯 아찔하고 죄송합니다.
팀원의 야근과 근성으로 제 모자람을 메꾸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다시 프로젝트의 제안을 준비할 때입니다. 두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턴의 직원 채용 문제입니다. 졸업 예정인 인턴이 앞선 프로젝트의 후반에 참여했습니다. 다른 동료와 같이 일과 고생을 했습니다. 졸업 후 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당장의 투입할 프로젝트가 없습니다. 회사는 프로젝트가 없다고 신규 채용은 안된다고 합니다. 제가 프로젝트를 이기고 채용하면 되는데, 이길 확률이 1/3입니다. 눈치를 보면 인턴도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연락합니다. '인재가 있는데, 함께 일해보고 채용을 고려해주십사!' 그쪽 관리자가 OK 합니다.
인턴과 커피를 앞에 두고 마주합니다.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가셔서 채용을 기다리는 겁니다. 둘째는 이길 확률이 1/3인 프로젝트 제안을 같이 하는 겁니다. 이기면 우리 프로젝트입니다.'
'하루 시간을 주십시오!, 이사님'
타인에게 채용을 맡기느니, 자신이 입사를 결정한답니다. 함께 걷고, 혼자 서겠답니다.
'함께 가시지요!'
인턴과 마주하고 있지만, 맘은 참담함과 고마움이 마주합니다. 죄송스럽게, 인턴은 기간을 연장하고 제안에 참여합니다.
제 두 번째 고민은 제안에 필요한 전문적, 실무적 지식입니다. 제가 전략, 방법론, 일정, 인력 등은 쓸 수 있지만, 특정 분야의 실무는 부장급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회사에 전문가가 2명 있는데, 모두 다른 프로젝트로 바쁩니다. 이리저리 섭외 중에 앞선 프로젝트에서 함께한 과장님이 저를 찾습니다.
'제가 실무를 쓰겠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우즈베키스탄 리더로 가고 싶습니다.'
짧게 고민합니다. 과장급이 리더를 한적이 없는데, 부장급도 경험 없으면 쉽지 않은데. 하지만 고맙습니다. 스스로 서고자 제 앞에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믿기로 합니다.
'함께 가시지요!'
그 후 한 달 정도 제안을 함께 했습니다. '이겨야 할 이유'를 품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합니다. 마지못해 모이거나,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는 지나가는 팀원과는 다릅니다. 제안을 마치고 진하게 한잔 합니다. 일주일 정도 지납니다. 결과 발표에 저는 긴장돼서 가지 않습니다. 초조해서 일찍부터 소주를 시작합니다. 저녁 6시 즈음, 과장님이 저에게 전화합니다.
얼마 후 인턴은 사원 명함을, 과장님은 항공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잘 나가는 과장님, 부장님입니다.
컨설팅 회사에게 컨설턴트는 우산과 같습니다. 비가 올 때는 요긴하지만 , 비가 그치면 짐이 되는.. 이는 컨설팅 회사가 냉정하거나 무책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는 컨설팅 업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컨설팅 회사는 '남에게 이렇게 하시면 잘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이런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남들은 '너나 잘하세요'라고 합니다. 수익성은 컨설팅 업의 기본입니다. 수익성을 위해 적은 컨설턴트로 많은 프로젝트를 감당합니다. 적자가 계속되면 컨설턴트를 줄입니다.
또한, 컨설팅 기업은 프로젝트 수요를 결정하지 못합니다. 프로젝트 수요는 고객이 결정합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컨설턴트를 채용했는데, 고객이 프로젝트를 늦추거나 취소하면 낭패입니다. 프로젝트 수요보다 적은 컨설턴트를 보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가 없으면 컨설턴트를 줄입니다.
컨설팅 업의 특성으로, '뜨겁게 달궈져 날아가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총알'이 된 컨설턴트도 있지만, 앞서의 제 동료와 같이 '총이 되고자 컨설턴트'도 있습니다.
일 잘한다고 소모품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일에서 목표를 찾아낼 때 소모품이 안됩니다. 혹자는 '주인의식'을 '직원이 사장님처럼 생각해야 성공한다'고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소 먼 느낌입니다. 제 동료들을 돌이키면, '주인의식'은 일에서 내 몫을 당당히 꺼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내 몫에 밝은 것은 개인주의가 아닙니다. 내 몫을 정하면, 빨리 뜁니다. 여러 명이 빨리 뛰면 회사는 더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