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對 캐스터
현상에서 전략을 되짚다!
컨설팅에 임할 때 제갈량이고 싶다. 빈 배로 적의 화살을 빼앗고, 빈 수레로 적을 돌아 세우는 전략가이고 싶다. 나에게 희망과 실력은 친구가 아니다. 희망은 다가서는 데, 실력은 모른척한다. 실력이 등을 돌리니 희망을 방석삼아 엉덩이, 커피 그리고 담배로 결과를 쥐어짠다.
희망과 실력의 차이를 줄이는 것, '벤치마킹' - 승자가 걸어간 길이다. 산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어디부터 시작할지 모를 때, 앞선 자의 발자국에 누운 풀을 밟는다. 그 길을 따르면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험이 적다. 그것이 벤치마킹이다.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열에 아홉은 벤치마킹을 한다. 남들이 뭘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나와는 뭐가 다른지 따져본다. 컨설턴트에게 벤치마킹은 일상이다. 그래야 고객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다.
작년 여름부터 컨설턴트를 주제로 글을 썼다. 은퇴 후 강의라도 하려면 지금부터 땅을 다지겠다는 요량이다. 티스토리로 시작했다. 티스토리는 나만을 위한 블로그였다. 프로젝트 중 테스트 홈페이지가 필요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더니, 워드프레스가 있다. 워드프레스가 단순한 기능에 디자인이 깔끔하다. 티스토리에서 워드프레스로 이사했다. 워드프레스는 몇몇 친구를 위한 블로그였다. 1개월 후에 브런치를 봤다. 현란하지 않고, 디자인이 말끔하다. 광고 배너, 문서 분류 등 군더더기가 없다. 넥타이, 손목시계 등 액세서리 없이 슈트만으로 멋을 낸 신사다. 맹모를 따라 했다. 글을 싸들고 브런치로 왔다.
이사 후 친구 외에 다른 분들도 글을 읽는다. 고맙다. 그리고 궁금하다, 브런치와 다른 블로그는 뭐가 다를까. 컨설턴트 본능이다. 벤치 마킹하고 싶다. 비교하려면 덩치가 비슷하거나, 하는 일이 비슷해야 한다. 네이버와 비교한다. 네이버와 다음의 현상을 보고 전략을 되짚는다.
두 경쟁자의 전략 | 작가 對 캐스터
네이버를 둘러봤다. 브런치와 견줄만한 것을 찾았다. 오픈캐스트다. 생김새를 보고, 메뉴를 뒤적이다가 브런치와 오픈캐스트를 소개하는 글을 찾았다.
【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브런치에 담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다시 꺼내 보세요. 서랍 속 간직하고 있는 글과 감성을.
【 네이버 오픈캐스트란?】
오픈캐스트는 인터넷 상의 유용한 정보들을 캐스터의 관점으로 모아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네이버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캐스트를 구독할 수 있으며 구독한 캐스트는 네이버 메인과 구독 중인 캐스트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와 오픈캐스트의 차이를 알려주는 두 단어를 찾았다. ' Writer 對 Caster'
▪︎브런치는 작가란다. 오픈캐스트는 캐스터란다.
▪︎브런치는 작품이다. 오픈캐스트는 정보다.
▪︎브런치는 간직하고 있는 글과 감성을 꺼내란다. 오픈캐스터는 인터넷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란다.
'작가 對 캐스터' 다음과 네이버의 전략과 지향하는 바이다. 다음과 네이버 업의 본질은 '콘텐츠 유통을 통한 백화점'이다. 유통은 검색, 분류, 메일,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람 사이에 콘텐츠를 옮겨준다. 백화점인 이유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겠다. 백화점은 상품으로 고객을 유혹하듯, 다음과 네이버는 콘텐츠로 고객을 유혹한다. 브런치와 오픈캐스트를 운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을 모으는 것이다.
다음의 브런치 전략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즉 작가이다'. '작가'에서 '작품'이, '작품'에서 '책'이 나온다. 이를 전략의 일관성이라고 한다. 내가 볼품없는 글을 쓰지만, 다음은 나를 작가로 대접하고, 내 글을 작품으로 불러준다. 삼겹살 사러 마트에 들른 것이 아니라 백화점 명품관에 온 느낌이다. 다시 찾고 싶다. 브런치는 다음의 고객 수 증가에 집중하는 대신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네이버의 오픈캐스트 전략은 '콘텐츠 자체이다'. 콘텐츠가 상품이다. 상품을 분류하여 진열대에 많이 쌓아 놓는 전략이다. 진열하는 상품의 선택 기준은 인터넷의 유용한 정보이다. 쓸모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통하며, 글을 올리는 사람은 공유하는 사람, 즉 유통하는 사람이다. 오픈캐스트는 명품관이 아니라 마트에 가깝다.
➫ 제가 위와 같이 오픈캐스트를 기술한 것은 전략을 설명한 것뿐입니다. 오픈캐스트에 글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픈캐스트의 글도 브런치와 동일하게 모두의 노력이 포함된 글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가 두 기업의 전략을 바라보는 관점일 뿐입니다.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이해 부탁드려요^^
전략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위에서 '작가와 캐스터'라는 단어로 전략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제부터 전략이 우리가 접하는 인터넷에 반영되는지 살펴보자.
브런치는 콘텐츠를 '작품'으로 정의했다. 화랑을 떠올려보자. 화랑에 들어서면 그림과 그림 사이가 빽빽하지 않다. 넉넉한 여백으로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여유를 준다. 보는 이에게 다음 그림을 보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감상하면 된다. 브런치는 화랑이다. 예전의 다음과 네이버에서 찾을 수 없는 화면 구성이다. 브런치 홈에서 글 하나를 표시하는 데 공간을 넉넉하게 쓴다. 글에 넉넉한 공간을 배치하니 화면 전체에 글을 몇 개 표시하지 못한다. 이 단점을 없애기 위해서 가로 스크롤을 쓴다. 가로 스크롤은 불편함보다는 책 장을 넘기듯, 화랑을 거니는 듯하다.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화랑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음 포탈의 첫 화면에서 브런치를 클릭하면 9개의 컨텐트가 있다.
오픈캐스트는 콘텐츠를 '상품'으로 바라본다. '전체, 생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의 분류 체계가 앞장서고 '최근 업데이트 순, 구독자 순, 조회순, 발행부 순', 분류별 컨텐트가 뒤따른다. 이는 사용자가 필요한 콘텐츠를 직관적으로 찾도록 도와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터넷 매체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오픈캐스트 화면 구성의 기준은 사용자의 편리함이다. 쇼핑몰 사이트는 카테고리, 이벤트 그리고 특별 할인 상품 순으로 구성된다. 오픈캐스트는 쇼핑몰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네이버 포탈의 첩 화면에서 오픈케스트를 클릭하면 16개의 컨텐트가 있다.
전략, 그 이후가 궁금하다.
나는 인터넷 포탈 기업의 비즈니스에 아는 바가 없다. 그저 두 기업의 서비스를 보고, 그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했을 뿐이다. 포탈 전문가가 아니니,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관점을 소개했다.
그렇다. 나는 모른다. 브런치와 오픈캐스트의 전략 중 어떤 것이 포탈 비즈니스에 적합한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차이는 있다. 그래서, 앞으로가 궁금하다.
일반 비즈니스에서는 경쟁자를 따라 하는 기업이 패자인 경우가 많다. 라면 시장에서 짜장과 짬뽕 경쟁에서 볼 수 있듯이,
글 후기
위의 글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제가 살피지 못해 빠뜨린 것도, 시야가 좁아 놓친 것도 있을 겁니다. 의견 주시면 다시 고민해서 글을 수정하겠습니다. 의견은 메일로 주셔도 됩니다.
☞ 작가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도 작가님 글을 읽을 기회를 주실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