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은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과정
지금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유체역학 수강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PSET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번 PSET07은 이제 본격적으로 microscopic perspective에서 바라보는 유체역학에 대한 이야기다. 즉, Navier-Stokes (NS) eqn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거의 대부분의 공학용 유체역학 교과서들은 최대한 control volume을 기반으로 mass, energy, & momentum balance (사실상 force balance)을 엮어서 3차원 공간상에서 Cauchy momentum equation을 이끌어 낸다. 거기에 shear stress tensor와 normal stress tensor를 덧입혀 최종적으로 NS eqn을 이끌어낸다. 이 상태에서의 NS eqn은 수학적으로도 악명높은 세 개의 PDE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된다. 물론 학부생들이 이 NS eqn을 바로 풀만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 한 상황일 것이므로 이제부터 조금씩 문제를 간략화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내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많은 공학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simplification에 수반되는 rationalization을 충분히 학생들에게 납득시키지 못 한다는 것이다. 진도에 쫒기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공학과 과학이 나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approximation, simplification, assumption 등에 대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바라보는 유체역학은 딱히 simplification이 많이 수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학적으로는 symmetry, scale analysis, similarity analysis 등의 다양한 과정을 거쳐 문제를 최대한 간략하게 만든다 (물론 문제를 간단하게 만들수록 푸는 것이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NS eqn 같은 경우, 애초에 이 편미방이 악명 높은 이유가 되는 viscous term에 속해 있는 nonlinear vector term 들이 문제가 되는데, 학부 수준에서는 이 term 들을 날리기 위해 보통 뉴턴 비압축성 유체 (Newtonian & incompressible fluid)를 가정한다. 이렇게 simplification하는 과정에서, 간략화를 할 때 하더라도, 간략화에 수반되는 조건들과 스케일들과 가정들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머리 속에 간략화된 결과물이 공식으로만 남으면, 그 결과물을 아무 곳에나 다 가져다 쓰려는 bias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bias화된 공식을 아무 곳에나 다 가져다 쓰다가 시험을 망치면 그나마 피해가 제한되지만, 만약 실무에 나가서 공장을 설계하거나 교량을 설계하거나 하수도관을 설계하거나 가스관을 건설하는 등의 과정에 그런 간략한 결과에 의존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학자들이 다뤄야 하는 문제는 정답이 없는 문제일 수 있으나,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실질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 '실질성'의 유효함은 그 공학자가 다루는 governing eqn이 얼마나 rational 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 공학자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학생들이 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PSET은 반도체 공정에서 여전히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spin coating process에 대한 문제를 출제했다. 이 공정은 이미 유체역학에서는 잘 알려진 case이지만, 이 문제는 쉽게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유체 자체가 Newtonian fluid가 아닐 가능성이 높고 (점도가 높은 PR 용액 등), axis-symmetric 하다고 볼 수 있긴 해도, 반지름 방향으로 코팅된 박막의 두께가 조금씩 변할 수 있으며, 반지름 방향으로 점성과 밀도가 바뀔 수도 있고, 따라서 압력의 분포 역시 단방향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고난 조건들을 하나씩 없애가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간략화된 NS eqn을 얻게 될텐데, 그 과정을 통해 얻어낸 해석적 솔루션이 우리가 가정한 조건과 부합하는 solution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일종의 지적인 쾌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더 큰 쾌감은 가정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치해석적인 방법으로 근사해를 얻어내어, 그것을 해석적 해와 비교해보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업은 유체역학이지 수치해석이 아니므로, 이 정도까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assumption, approximation을 할 때마다 편리함은 늘어나지만 동시에 찜찜함도 늘어나는데, 이렇게 approximated solution이나마 구하고 나서, 그것이 초기의 가정들과 부합함을 체크하는 과정은 그 찜찜함을 줄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제대로 된 공학자로, 엔지니어로 훈련 받는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과정에 반복적으로 숙달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1-6까지 주욱 이어지는 시리즈 문제를 다 풀고 나서, 학생들이 문제와 자신이 얻은 해답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기를 바란다. 일견 평범한 케이스 스터디 문제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화학공학자로서, 나아가 공학자로서 문제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의 해답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의 한계를 시험하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이용하여 다른 분야에 그 정보를 응용할 줄 알아야 하는 모든 과정이 압축되어 있다. 학생들이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PSET이 아닌, 공학자로서, 엔지니어로서 훈련 받을 수 있는 PSET으로 이번 PSET에 적극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학생이 성장해야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학점에서 얻는 만족감을 넘어, 공학자로서의 자기 인식과 자신감이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