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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Feb 21. 2023

오가노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꿀 것인가?

인간 뇌 오가노이드의 향방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장기에 준하는 수준의 조직까지 키운 생체 조직을 오가노이드라고 한다. 실제 장기에 준하는 것일 뿐, 실제 장기만큼의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IBS의 부연구단장이자 HCR인 구본경 박사님이 이 분야 전문가)


당연히 연구자들은 이 오가노이드를 다양한 장기로 변모시켜 연구를 해왔고, 그중 하나가 뇌다. 보스턴 대학의 Anna Devor와 UCSD의 Dugyu Kuzum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지난 12월 26자로 Nature Commun에 보고된 'Multimodal monitoring of human cortical organoids implanted in mice reveal functional connection with visual cortex'라는 제하의 논문에서 쥐의 뇌에 이식된 인간 뇌 오가노이드가 안정적으로 잘 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35536-3


연구팀이 실험적으로 관찰한 것은 쥐의 혈관과 신경세포가 인간 뇌 오가노이드 속으로 자라나서 단단하게 결합했다는 것, 그리고 나아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을 했다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으로서 시각 피질이 pick up 한 전기적 신호 (즉, photon-to-electron)가 주어졌는데, 인간 뇌 오가노이드는 이를 감지했다는 것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쥐의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가 인간의 뇌에서 처리되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셈이다.


물론 이 실험이 '그러면 인간의 뇌를 다른 동물에 이식하여 그 동물의 우수한 신체 능력 (예를 들어 독수리의 시야, 치타의 운동 신경, 갸의 후각 등)을 직접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키메라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팀이 했던 실험은 쥐의 뇌에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in vivo로 이식한 것이 아니라, in vitro에서 결합한 것, 그리고 외부 신호는 그래핀 전극으로 부터 주어진 전기적 신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연결된 정도를 넘어, 어쨌든 외부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종간 뇌신경세포가 결합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는 자뭇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실험실에서 작은 오가노이드를 in vitro로 연결하여 본 수준이지만, 이러한 데이터가 누적되면 점점 fully functioning 하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 단계까지 나아가면 과연 인간 뇌의 일부 혹은 fully functioning 하는 조직을 이식한 생물체는 과연 인간의 일부인가, 아니면 원래의 생물체인가를 따져야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봉착할 것이다. 애완동물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뇌의 일부를 활용한 오가노이드 혹은 그에 준하는 조직을 자신의 애완동물에 이식하여, 아예 인간 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꼭 대화가 아니더라도, 전기적 신호 처리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을 시도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이를 생체무기로 이용하려는 조직(?)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인간의 육체인가, 아니면 뇌라는 조직 속에 있는 신경세포 다발인가, 아니면  그 다발 속에 저장된 정보의 총체인가 라는 존재론적 물음, 윤리와 철학의 문제로 연결될 것이다. 물론 이는 이미 오래된 철학적 주제이나 여전히 논란거리인 논제이다. 다만 이제 이 논제의 하부 문제로서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한 생명체, 혹은 로봇과 인간 뇌 오가노이드가 연결된 사이보그 (하이브리드)에 대한 물음이 단순히 상상의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현실적 문제의 차원으로 확장될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나는 이 분야를 잘 모르고 연구해 본 적도 없다. 따라서 실제로 이 기술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발전될 수 있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관련된 기술들이 지금까지 발전해 온 궤적을 따라가 보면 결국 이 기술도 충분한 자금과 연구 지원이 있다면 불과 한 세대 내로 우리가 철학적 물음을 던져야 하는 수준까지 올라올 것임은 예상할 수 있다. 그 시점이 되었을 때 우리가 정의하는 '인간'의 범위도 탄력적으로 바뀌게 될 것인지, 아니면 절대 바뀔 수 없는 어떤 기준이 그전에 정립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그 시점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AI의 특이점만큼이나 중요한 주제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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