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후 위기의 파급효과
지구 기후위기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은 역시 바다다. 특히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해수면 역시 상승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해수면 상승이 주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해수 자체의 열팽창 (thermal expansion)이다.
해수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구분된다. 평균 수심 200 m 까지의 영역은 혼합층 (평균 온도 17도)이다. 이 영역까지의 해수 온도는 큰 변동이 없고 일정하다. 그런데 혼합층 밑으로 내려가면 온도가 차갑게 변한다. 17도에서 4도로 급속하게 바뀌는 이 층을 수온약층 (thermocline, 수심은 200-1,000 m 사이)이라고 한다. 수온약층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수온은 차가운 상태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데, 대략 수심 1,000 m 이하의 이 층을 심해층이라고 부른다. 이 세 개 층의 구분은 지구 전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위도마다 다르고, 같은 위도라고 해도 어떤 대륙 근처인가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는 영역은 당연히 대기와 가장 가까운 혼합층이다. 그렇지만 비교적 두께가 얇은 혼합층에서 수온이 상승할 경우, 열평형 효과에 의해 수온약층의 수온도 약간 상승한다. 그렇지만 열전달 (heat transfer)나 열역학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으로서, 열투과깊이 (thermal penetration depth)라는 개념을 배운 사람들은 이 깊이 이하에서는 온도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바다의 혼합층과 수온약층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 투과 깊이 이하의 영역에 해당하는 표층에서의 온도 변화는 바다 대부분의 온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심해층의 평균 온도는 혼합층의 온도 변화에 의해 큰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니다. 물론 혼합층의 온도 변화가 극심해지면 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의 평균 온도는 매년 약 0.012도씩 올랐다. 즉, 50년 간 총 0.6도 오른 셈이다. 상승한 온도 만큼의 열 에너지는 고스란히 해양의 혼합층에 축적된다. 즉, 혼합층의 온도가 17도 정도였다가 17.6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혼합층과 수온약층의 경계 지점 온도 역시 17도에서 17.6도로 오르게 된다. 이렇게 혼합층과 수온약층의 온도가 오르면 바다의 일부는 열팽창을 겪게 된다. 열팽창은 열팽창 계수 (beta)를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이 열팽창계수는 열에 의한 부피 변화량과 원래 부피의 비율을 의미한다. 보통 액체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부피가 팽창하는데, 액체마다 그 값은 다르지만 염도 3.4%의 바닷물의 경우, 섭씨 10도에서 측정한 열팽창 계수는 8.8*10^-5 /K 정도 된다. 즉, 1도 올라갈 때마다 부피가 0.0088%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열팽창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살펴볼 것 같으면, 결국 분자들의 열적 운동에 의한 충돌이 지배적인 방식이므로, 열팽창률 자체도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상승한다. 예를 들어 바닷물의 경우, 1도 올라갈 때마다 열팽창률은 1.2*10-5/K씩 올라간다. 즉, 해양수의 온도가 10도에서 20도로 상승한다면 열팽창률은 8.8*10^-5/K에서 2.08*10^-4/K로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경향을 감안하여 혼합층과 수온약층이 지난 반세기 동안의 지구온난화에 의해 열적 팽창을 얼마나 겪었는지 한 번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자. 반세기 전 혼합층의 평균 온도를 섭씨 17도, 그리고 혼합층과 수온약층의 경계면 온도도 섭씨 17도였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혼합층부터 살펴보자. 혼합층의 온도가 수심에 상관없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지난 반 세기 동안의 0.6도 온도 상승으로 인해, 혼합층의 열팽창계수는 계속 높아졌을 것이다. 그 평균은 <beta> = 1.76*10^-4/K로 계산할 수 있다. 혼합층을 거대한 실린더로 보았을 때, 실린더의 반지름이 바뀌지 않았다면 부피 팽창은 오로지 혼합층의 두께 증가 (즉, 수심 깊이 방향으로만 열팽창이 일어났다고 가정)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면, 두께의 변화 delta_h는
delta_h = h*<beta>*delta_T = 0.2*0.6*1.76*10^-4 = 21.1 mm
로 계산된다. 즉 약 2.1 cm 정도 상승한 셈이 된다. 수온약층도 마찬가지로 계산해 보자. 다만 수온약층의 온도는 일정하지 않고, 수온약층 내부에서 심해층으로 갈수록 온도가 섭씨 17도 (T1)에서 섭씨 4도 (T2)로 변한다. 그 변하는 정도를 편의 상 1차 함수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수온약층의 평균 열팽창계수 <beta>는
<beta> = (0.6*1e-5*(T1+T2) - 3.2*1e-5)/K
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공식에 따라 반세기 전의 수온약층의 <beta>는 9.4*10^-5/K였을 것이다. 이 <beta> 값은 수온약층의 기온이 0.6도 오름에 따라,
<<beta>> = 9.76*10^-5/K라고 그 평균값을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delta_h = h*<beta>*delta_T = 0.8*0.6*9.76*10^-5 = 46.9 mm
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4.7 cm 정도 상승한 셈이 된다. 여기서 심해층의 온도는 4도로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했고, 이는 심해층의 부피는 팽창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는 셈이 된다.
이제 위에서 계산한 결과를 종합해 보자. 지난 반세기 동안 0.6도 상승한 정도만으로도 혼합층과 수온약층은 합쳐서 7 cm 가량 상승했다. 최근 NAS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33%에서 48% 정도는 오로지 해수의 열팽창 그 자체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NOAA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70년부터 2020년까지 해수면 상승 정도는 120-125 mm 정도 된다. 위에서 추정한 계산 결과가 맞다면 열팽창에 의한 해수면 수위 상승은 전체 상승의 54% 정도로 계산된다. 여기서의 계산 결과와 NASA의 추정치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는 까닭은 각 위도별 수온약층과 혼합층의 수심이 다르고, 따라서 열팽창계수의 차이가 났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수온약층에서의 온도 변화도 1차함수로 모델링했기 때문에 열팽창계수 계산 과정에도 오차는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 가지 가정과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열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전체 상승의 50% 내외를 차지할 정도는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주목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해수의 수온이 상승하면 그에 따라 열팽창계수도 같이 증가하여 연평균 온도 상승률은 더 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8년만 놓고 보면 10년 동안 해수 온도는 무려 0.16도 상승했다. 50년간 0.6도 상승한 속도와 비교해 보면 66%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2020년부터 따져도 앞으로 30년 간은 (즉, 2050년까지) 다시 0.6도 더 오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추세를 가정하여 2050년까지 오로지 열팽창에 의해 얼마나 해수면이 더 상승할지 생각해 보자. 앞서 이야기했듯, 열팽창계수는 온도가 오를수록 더 커진다. 우선 혼합층의 평균 열팽창률은 <beta> = 1.83*10^-4/K로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delta_h = h*<beta>*delta_T = 0.2*0.6*1.83*10^-4 = 22.0 mm
의 결과를 얻게 된다. 즉, 2.2 cm 더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수온약층의 열팽창도 계산해 보자. 일단
<beta> =(0.6*1e-5*(17.6+18.2) - 3.2*1e-5)/K 이므로 <<beta>>= 1.05*10^-4/K라고 그 평균값을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delta_h = h*<beta>*delta_T = 0.8*0.6*1.05*10^-4 = 50.4 mm
의 결과를 얻게 된다. 즉, 5 cm 정도 추가로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종합적으로 위 계산대로라면, 2050년까지 해수면은 추가적으로 7.2 cm 더 상승하게 될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연평균 해수면은 오로지 열팽창에 의한 것으로만 1.36 mm씩 증가했는데, 앞으로 30년 동안은 이제 연평균 2.41 mm/yr의 속도로 상승하게 된다. 지난 50년 동안의 상승 속도보다 무려 77% 이상 더 가속되는 셈이다.
지구온난화가 무섭고 절망적인 이유는 위의 간단한 계산에서도 보듯, 해수의 열팽창계수가 온도가 오르면서 올라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면 열팽창률도 상승하여 열팽창되는 정도는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2050년부터 2100년 사이, 만약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 온도가 1도 더 오르면 어떻게 될까? 오로지 열팽창에 의한 것만 해도, 혼합층과 수온약층의 수위 상승은 무려 144 mm 이상 높아지게 된다. 이는 환산하면 연평균 2.88 mm/yr의 속도로서, 앞서 계산한 2050년까지의 상승 속도에 비해 20% 더 가속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로 지속된다면 이러한 열팽창계수->열팽창 속도 증가라는 양의 되먹임 (positive feedback)에서 벗어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2100년까지 지금의 추세를 가정해 보면 어떻게 될까? 오로지 열팽창만만 따져도 1970년에 비해, 2100년의 해수면 수위는 이제 30 cm 가까이 상승하게 된다. 앞서 추정한 열팽창에 의한 실제 해수면 상승 기여분을 30-50% 정도의 비율로 생각해 보면, 실제 해수면 상승은 2100년이 될 즈음에는 60-100 cm 정도에 이르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0.5-1 m 정도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닷가에 있는 농경지나 도시라면 이 정도 상승은 수몰 수준이 된다. 2022년 여름, 기습적인 집중 호우에 의해 50 cm 정도 침수된 지역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나마 집중 호우는 하루 정도면 수위가 내려가지만, 해수면 상승은 그냥 상수다. 1년 365일 침수된다는 의미다.), 50-100 cm 정도의 상시 침수는 그냥 그 지역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더구나 홍수는 민물이지만, 해수는 짠물이다. 짠물에 '담궈진' 육지는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땅이 되며, 소금물에 노출된 금속성 제품이나 구조물, 그리고 콘크리트 건물은 더 빨리 망가진다. 지구의 육지 면적은 대략 5.1*10^8 km^2 정도 되는데, 만약 수위가 50 cm 상승한다면 침수되는 면적은 6.2*10^5 km^2, 1 m 상승한다면 그 면적은 9.6*10^5 km^2 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전체 면적의 0.12%에서 0.19% 정도가 침수되는 셈이다. 육지 전체 면적에 비해 얼마 안 되는 비율처럼 보이는가?
그렇지만 사실 이는 생각보다 위험한 숫자다. 실상 지구상의 많은 인구가 해안으로부터 1 km 이내의 좁은 영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1 m의 해수면 수위 상승은 상당히 끔찍한 결과를 예상케 한다. 미국만 해도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해안가에 살고 있고, 전 세계로 따져도 15% 정도의 인구가 해안가에 살고 있다. '해안가'가 해안으로부터 얼마나 들어간 지역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에 따라 이 비율은 달라지겠지만, 예를 들어 해발고도 10 m 이내의 인구로 정의한다면, 해안가에 사는 전세계 인구는 대략 7억 명 정도 되는데, 해수면이 1 m 상승하게 되면 상습 침수 외에도, 잦은 태풍과 해일 등으로 인해 해발고도 10 m 이내의 해안가 지역은 더 큰 위험에 더 자주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인구는 무려 7억 명 이상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고, 심지어 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계산한 앞의 해수면 상승 수치들 역시, 앞으로는 계속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2100년까지 갈 것도 없이, 21세기 중반쯤 되면 정말 기후 재앙이라는 이야기가 현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팽창계수의 규모가 지금의 1/10만 되었더라도 참 좋았겠지만, 10^-4 수준의 규모는 참으로 무서운 감정을 들게 한다. 지구 전체로 본다면 해양은 그야말로 지구 표면을 살짝 적시고 있는 수준 밖에 안 되지만, 이 얄팍한 해양의 '두께'가 단 0.02-0.03% 혹은 1 m만 더 높아져도 인간의 삶은, 오래된 기후재앙 영화 '워터월드'에서 그린 풍경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지구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운명, 인간의 문명에 대해 서글픈 감정마저 들게 한다. 보통 이런 글의 말미는 '그래서 우리는 탄소중립을 더 가열하게 추진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쓰며,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라고 맺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런 결론마저도 별 필요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