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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Jan 24. 2021

진정한 홈런왕을 기리며

영면에 든 홈런왕 행크 아론


밀워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레전드이자, 올타임 타자 주요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행크 아론이 87세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영면했다는 소식이다. 데뷔 후 20년은 브레이브스에서 계속 뛰었고, 말년에 잠깐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었기 때문에, 사실상 브레이브스의 올타임 레전드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 애초에 데뷔를 밀워키 브레이브스에서 했다가, 70년대, 브레이브스 연고지가 애틀랜타로 이전하자, 말년의 애런은 그냥 밀워키에 남기로 했었고, 마침 밀워키 연고지를 이어받은 브루어스로 이적한 것). 

홈런왕 행크 아론의 주요 누적 기록


다른 말은 필요 없고 첨부한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듯, 행크 아론은 타자로서 쌓은 기록은 어마어마한 레전드다. 홈런은 SF 자이언트의 배리 본즈에 이어 755 홈런으로서 2위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공식적인 기록일 뿐, 대부분의 팬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론이 1위다. 본즈의 홈런 기록은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친 홈런 중 몇 개가 약물에 의존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아마도 평생 본즈의 기록은 약물의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행크 아론은 공식 데뷔는 니그로리그였고, 이후 메이저에 데뷔하여 20년 간 리그를 지배한 타자 중 한 명이었다. 보통 500 홈런 이상 슬러거들은 힘은 있는데 정교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행크 아론은 힘은 물론, 스피드와 선구안, 그리고 정교함까지 갖춘 보기 드문 타자였다. 통산 타율이 0.305인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삼진율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는 것도 그의 정교함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메이저리그 전체 역사를 통틀어, 700 홈런, 3000안타, 2000타점, 2000 득점, 통산 타율 3할을 모두 만족시킨 타자는 행크 아론 밖에 없다. 참고로 배리 본즈와 더불어 역시 약물 이력으로 명예가 땅에 떨어진 강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경우, 3000안타, 2000타점, 2000 득점은 만족하나, 홈런은 696, 타율은 0.295로 한끝이 모자라며, 배리 본즈의 경우,  2935안타, 2000타점, 1996 득점, 762 홈런, 타율은 0.298로서 역시 한 끝 모자란다. 이런 숫자들은 상징성 이외에도, 20 시즌 이상 꾸준히 활동한 슬러거들의 종합적인 지배력을 보여 주는 1차 지표이기 때문에, 자주 언급되는 마일스톤들인데, 행크 아론은 상대적으로 투고타저 시대, 약물의 도움 없이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배리 본즈를 넘는 성적을 보여 준 것이다. fwar 기준으로 보면, 행크 아론은 136.3을 기록했는데, 이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113.5를 넘고, 배리 본즈의 164.4에는 못 미치는 수치이긴 하다. 다만, 후세의 두 타자 모두 약물에 의존한 성적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타자 올타임 넘버원을 따질 때, 행크 아론은 후세의 두 타자보다 앞에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배리 본즈는 밥 먹듯 40-50 홈런을 기록하곤 했는데 (알렉스 8회, 본즈 8회), 행크 아론은 50 홈런 시즌을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 40 홈런 시즌은 8회를 기록하긴 했다.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레전드이자 같은 흑인 야수 윌리 메이스와 행크 애런이 자주 비교되곤 한다. 윌리 메이스 역시 메이저리그 올타임 레전드 야수 중 하나로서, 타격과 수비 모두 탑급인 것은 확실하다. 윌리 메이스는 자이언츠에서 20년 넘게 뛰면서, 660 홈런, 3천 안타, 1903 타점, 2000 득점, 통산 타율 0.302, 그리고 fwar는 149.9를  기록했다. 행크 애런과 상당히 비슷한 스탯이지만, 타격 스탯만 놓고 보면 행크 아론이 약간 앞선다. 하지만 fwar 는 윌리 메이스가 더 앞선 모양새인데, 이는 윌리 메이스가 외야수로 뛰면서 누적한 수비 스탯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수비력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해 보면 멀티 툴 플레이어로서의 위력은 윌리 메이스가 다소 앞선 모양새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행크 아론이 여전히 앞선다. 동시대, 이 두 레전드의 활약을 20년 넘게 보신 야구팬들은 정말 행복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2020년부터 유난히 레전드들이 많이 영면하시는 듯한 느낌이다. 올해 들어 벌써 토미 라소다 옹과 행크 애런 옹이 별세하셨고, 작년 말에 필 니크로, 하반기 밥 깁슨과 톰 시버 옹이 별세하셨다. 연세가 있으니 언젠가는 레전드들도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왠지 모르게 요즘 들어 더 자주 가시는 듯한 느낌이다. 행크 아론 옹 역시 87세를 앞두고 영면에 들었는데, 행크 아론 이후, 그리고 배리 본즈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흑인 타자들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많은 재능 있는 흑인 운동선수들은 야구보다는 농구나 미식축구로 진로를 틀고 있고, 야구는 점점 나이 든 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을뿐더러, 운동을 하는 것에도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퍼져서 재능 있는 흑인 선수들의 진출은 점점 드물어지는 듯하다. 행크 아론은 은퇴 후에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재능 있는 미국 동남부 지역 흑인 젊은 선수들 발굴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충분히 성장하는 것을 못 보고 영면에 드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1982년, 한국에서 최초로 프로야구리그가 창설되자 행크 애런은 브레이브스 2군을 이끌고 내한하여 친선경기를 펼치고 간 적이 있는데, 은퇴 이후에도 슬러거 실력을 뽐내던 행크 애런의 스윙에 당시 한국 타자들이 압도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올타임 레전드 행크 애런의 영면을 기원한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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