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노래 있으면 장르 구분 없이 추천받습니다.
새벽에 글 쓸 때는 언제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키보드를 부들부들 누른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를 구독해서 새로운 음악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음악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에는 비슷한 느낌의 노래를 계속 들려주는데, 시간이 나면 제대로 각 잡고 좋았던 음악의 좋아요를 마구 눌러서 알고리즘에게 도움 잔뜩 주고 싶은 마음이다. 역시나 귀찮아서 아 음악 좋네. 이러면서 새벽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내 석사논문 주제는 지금 스포티파이에서 쓰이는 것과 비슷하게 음악을 분석해서 다른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을 해주는 방법의 연구였다. 심오한 쪽은 절대 아니었고, 그때는 아내와 연애에 한참 빠져있을 때라 간신히 대학원 졸업을 할 정도로 너무나 유치하고 민망한 논문이긴 했지만 말이다. 책 추천을 한 글에 좋아요가 많이 달려서, 그럼 내가 좋아하는 곡들도 추천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게 무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음악 취향은 책 취향보다 더 확고해서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고대 인류에서부터 음악은 문화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회가 생겨나고 그 사회 안에서 문화가 꽃피면서 문화의 한 갈래로 음악이 발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나라 혹은 지역의 문화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저 멀리 동유럽의 어느 국가에서 뜬금없이 한국말을 하는 카페 여직원에게 어떻게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수줍게 한국 노래나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얘기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저 신기해할 뿐이지만, 그 과정을 겪었던 나는 그분들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쿠사츠의 추억(https://brunch.co.kr/@sjpark/16) 글에서도 썼지만 중,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덕분에 일본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일본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결코 순수하게 우리와 친해질 수 없는 나라임에는 분명하기에, 본능적으로 일본어와 일본 음악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글에도 썼듯이 장점은 장점대로 내가 취하고 즐기면 된다는 생각이다.
https://youtu.be/zmp-jU1q2j4?si=bhNltXnYMTNbI52y
이렇게 힘들고 힘들게 돌아와서 결국 수줍게 추천할 곡은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의 '우주비행사의 노래(宇宙飛行士の歌)' 이다. 사카모토 마야는 칸노 요코(菅野よう子)라는 작곡가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가수인데, 칸노 요코를 설명하려면 점점 더 쿰척이 애니메이션과 그시절 게임음악 OST의 세계로 다크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여기까지만 하련다. 사카모토 마야는 페퍼톤즈의 '공원여행'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맑고 청량한 음색의 가수이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노래를 듣는 편이 아니라서 이번에 이 글 쓰면서 가사를 찾아보는데 '잠깐 이상한 꿈을 꾸었어. 나는 우주비행사이고 당신은 농부야.'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이다. 닿을 수는 없지만, 완전히 떨어져 있지도 않은 관계를 우주라는 은유로 표현한 곡이라는데, 나는 그런 거 상관없이 칸노요코 특유의 세련된 피아노 음색과 몽환적인 신디사이저의 장식음들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요즘 곡도 아니고 무려 15여 년 전 그때 그 시절의 음악이라니, 음악취향 안 변한다는 걸 내 자신이 증명하는 중이다.
https://youtu.be/5OBi7SWjwQI?si=yvDrIGFhJK6upxV2
일본어가 거슬려서 듣기 힘들다는 분들이라면, 조금 어두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gravity 를 추천한다. 역시 칸노 요코 작곡의 2001년도 곡이다. 이 곡은 wolf's rain 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인데, 아직도 애니메이션은 못 봤지만 그냥 노래 듣고 있어도 울컥하는데, 애니메이션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이 노래 나오면 눈물 펑펑이라고 한다. 노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피아노 화음으로 끝날 듯 하다가 폭풍 휘몰아치듯이 터져나오는 오케스트라 스트링의 화음을 들으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애써 모아놓은 좋아요가 후두둑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고 있어서 앗차 싶지만, 어쩌겠냐 이것도 내 자신인데. 세상에 좋은 음악은 많고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음악을 추천해 준다면 나는 편견 없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우스개이긴 한데, 몇 년 전에 유희열의 음악에 대한 표절사태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나는 덕분에 토미타랩 이라는 끝내주는 음악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너무 즐겨 듣고 있다. 이런 한일 가수의 조화로운 듀오 노래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나만 그런 생각인 게 아닌지, 아래 동영상에 이제는 이 듀오 노래가 생각나서 가끔 와서 듣는다는 댓글마저 있다. 아래 토미타랩의 '만우절'도 사카모토 마야의 노래니까 이 글에서 노래 3개를 추천한 셈이 되어버렸다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PI3TP4aBXH4
사실 칸노요코도 표절 의혹이 있긴 한데, 표절곡들이 공장처럼 OST를 양산하던 시절의 곡들이라서 내가 추천한 위의 두 곡은 칸노요코의 오리지널 곡이라 믿고 싶다. 유희열도 본인 오리지널(?) 작곡의 노래는 특유의 어린아이같고 밝은 느낌이 있다. 위의 토이 '너의 바다에 머무네' 나 다른 곡들은 너무 대놓고 베껴서 이렇게 지탄을 받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