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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제이 Dec 25. 2019

유네스코 루트

- 이탈리아 8편

만토바와 사비오네타 / Mantua and Sabbioneta (유네스코 문화유산 #1287)

 

베로나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만토바(Mantova)’라는 도시가 있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이 아름다운 도시는 기원전 6세기 로마에 문명을 전했던 에트루리아의 마을로 도시가 형성되어 이탈리아에서 도시 문명이 발전된 곳 중의 하나인데, 이후 로마제국에 속하였다가, 15,16세기에는 만토바 공작이 다스리는 '만토바 공국'의 수도로 풍요를 누리면서 끊임없이 도시가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는 ‘확장형 도시’의 표본이 되고 있다.

 

반면, 만토바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는 ‘사비오네타(Sabbioneta)'라는 완벽한 '계획형 도시'의 표본이 있다.  이 두 도시는 매우 다른 듯하지만, 또 일견 비슷한 느낌도 있어 각자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뽐내고 있다.

 

만토바 VS 사비오네타

먼저, 만토바로 들어서면, Lago Superiore와 Lago Inferiore의 2개의 아름다운 호수 주변으로 수변 공원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변 공원 여기저기에서 편히 앉아 있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또 호수 위를 여유롭게 다니고 있는 오리 떼들을 만나게 되면, 마음의 평안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만토바 수변 공원

발걸음을 도시 안쪽으로 옮기면, 호수와 도시를 길고 긴 장벽이 도시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는 호수 쪽에서 오는 적들에게 이 아름다운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선대들의 노력이었다고 보인다.

 

호수와 도시 안쪽을 방어하는 장벽

도시에 들어가자 만나는 것은 널따란 광장인 '소르델로 광장(Piazza Sordello)'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과 비슷한 느낌의 널찍한 광장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만토바 대성당, 두칼레 궁전, 그리고 각양각색의 상점들이 직사각형의 네 모서리를 이루고 있다.

 

이중, 만토바 대성당은 큰 감동을 주는데, 흡사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듯, 멋진 천장화가 대성당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만토바 대성당 내부 모습과 천장화

 

두칼레 궁전(‘두칼레’는 공작이라는 뜻으로 만토바 공국의 궁전)은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많은 방들이 존재하고 또 르네상스적인 작품들이 많이 장식되어 있다. 특히, Camera Degli Sposi(부인들의 방) 천장에 그려진 천사들의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두칼레 궁전 내부와 외부 모습

여담이지만, 만토바 공작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희대의 바람둥이 역인데, 아마도 실제로도 여러 명의 부인들을 두었을 만큼 바람둥이 면서 권세가였던 것 같다. 두칼레 궁전 일부 훼손된 부분들이 있어 현재 보수 공사 중이지만, 충분히 중세 시절 ‘만토바 공국’의 위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로톤다 디 산 로렌쪼

조금 더 발걸음을 시내 쪽으로 더 옮기게 되면, ‘로톤다 디 산 로렌쪼(Rotonda di San Lorenzo)’ 성당을 만나게 된다. 만토바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11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원형으로 생긴 성당이다. 1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 듯한쪽벽에는 11세기의 비잔틴 스타일의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고, 반면 또 다른 쪽에는 15세기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 성당 주변이 에르베 광장(Piazza delle Erbe)인데, 멋진 식당들과 상점들이 광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늘 사람들도 북적되는 곳이다.

에르베 광장의 정경

여기서 한참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토바에서 가장 큰 성인 ‘팔라쪼 떼(Palazzo Te)’가 나온다. 16세기 초에  만토바 영주 페데리코 2세의 레저용 주택으로 지은 웅장한 크기의 성인데,  라파엘로의 제자이자, 화가 겸 건축가인 '줄리오 로마노(Giulio Romano)'가 만든 성이다.


 그는   '매너리즘' 이라는 건축 양식을 창시했는데, 보통 매너리즘은 '습관적 반복, 상투적 모방' 등을 뜻하나, 건축 쪽에서는 하나의 양식으로 일반적인 르네상스 양식과는 약간 다른, 고전 양식을 거부하면서 변형과 일탈을 추구한 건축 양식이었는데,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건축양식 중 하나이다.

 

'팔라쪼 떼' 의 모습

만토바에서 차를 타고 한 20분 정도 가게 되면, 중세시대의 철저한 계획도시인 ‘사비오네타’가 나온다. 이 도시의  배치는 직각 격자 배치(Right Angle Grid Layout)로 불리는데, 16세기 후반에 만토바 공작이었던 '곤차가(Gonzage)'에 의해서 이상적인 도시 계획 이론을 실행하여 건설한 도시이다.


 도시를 들어서게 되면, 먼저 보이는 것이 기다란 성벽이다. 적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고, 르네상스의 융성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게끔 높고 긴 성벽이 도시를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격리시키고 있다.

 

사비오네타의 성벽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려한 겉면을 자랑하고 있는 '팔라쪼 델 자르디노(Palazzo del Giardino)'가 보이는데, 현재는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 안쪽의 안뜰에는 일반인이 출입은 통제하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수목들이 정원을 장식되어 있었어.

 

팔라쪼 델 자르디노 외부와 내부 모습

여기에서 좀 더 시내 안쪽으로 더 들어가게 되면, 아기자기한 '두칼레 광장'이 나오고 이 광장을 중심으로 공연장, 성당 등이 둘러싸고 있어 마을 주민들이 휴식처로 쓰고 있었다. 이러한 성의 다양한 특성들과 여러 가지 건물들의 존재가, 완벽한 유럽 도시 개발의 원형으로 이 사비오네타를 손꼽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사비오네타 두칼레 광장

중세도시의 조용함과 경건함을 느끼며 도시 곳곳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숨어있는 멋진 벽화들을 보고 싶다면,  만토바와 사비오네타를 여유 있게 다니면서 며칠 지내다 가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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