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은시인 Jan 13. 2019

친애하는 검사님께

교도소에서 와서 하는 가장 이색적인 경험 중 하나는 검사님들을 만나는 것이다.

'검사'에 대한 막연한 로망과 환상이 있었기에 처음 검사님을 만날 때는 정말 기대에 부풀었던 기억이 있다.


교도소 의사가 검사를 만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경우이다.

형집행정지와 검시.

형집행정지란 간단하게 말해 수용자가 형을 사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아프고,  

교도소 밖에서도 도주나 추가적인 범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때

형을 잠시 정지하고 교정시설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제도이다.


내가 일하고 나서 총 다섯 건의 형집행정지가 이루어졌고,

5건 중 3건에 형집행정지 중 수용자가 사망했다.

뇌전이가 있는 말기 소세포폐암 환자였던 S,

심한 뇌경색 후유증과 4기 욕창으로 패혈증이 왔던 Y,

1년 넘게 단순 편도선염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4기 인후두암이었던 K,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뇌염으로 지능저하와 간질이 온 J,

심한 간경화로 배가 가득 불러 있던 H 까지.


검사님들은 이런 형집행정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여러 의학적 질문들을 하고,

여기에 답해야 되는 의무가 교도소 의사에게 있다.

검사님들은 혹시라도 생길 문제소지를 안 만들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형집행정지에 인색하신 편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정시설내 의료설비나 인력이 충분치 않고,

같이 일하는 교도소 직원들은 절실하게 형집행정지가 되어 일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형집행정지가 되야 되는 이유를 검사님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


나름의 이유를 준비했음에도 검사님 눈을 보면

검사님이 나한테 뭐라 하는게 아닌데도

피의자가 된 것 마냥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지금까지 총 4분의 검사님들, 두분의 남자 검사님과 두분의 여자 검사님을 뵈었다.

생각보다 검사님들 마다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공통점은 다들 영화에서 보는 카리스마 검사님들이라기보단 젠틀한 이미지의 소유자들이라는 점.

검사님들은 매번 바뀌어도 동행하시는 수사관님은 항상 같다.

처음에는 날카로워 보이시고 무서웠는데

여러번 뵙다보니 어느새 수사관님하고 정이 들어서 사적인 얘기도 서로 건냈다.


"부모님이 병원에 계셔도 이렇게 매일 못 찾아뵙는데..." 라고 말하시는

검사님과 수사관님을 떠올리며,

'다시한번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작가의 이전글 대중매체 속 교도소 의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