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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은시인 Jan 05. 2019

교도소: 질문과 답변

교도소에서 일한다고 하면, 항상 대화의 중심이 된다. 사람마다 각자 교도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질문들을 쏟아낸다. 아직은 이곳에서 1년이 안되서인지, 이런 질문들이 귀찮다기보단 이해되고, 질문에 답하면서 나의 교도소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좋다.

그만큼 교도소는 다른 사회와는 분리된 공간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곳이다. 나에게도 그런 공간이기만 했던 교도소에 대해,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을 모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교도소 의사로서 여러 다양한 부서에 근무해 본 것은 아니어서 교도소의 모든 면을 다 본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약간은 떨어진 시각으로 교도소란 세계를 바라보는 것 또한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교도소엔 정말 저런 쇠창살이 흔하다. 출처: 구글

질문 1. 무섭지 않아?

저도 처음에는 나를 방어할 무언가를 들고 진료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진료 볼때는 항상 교도관 분 한분이 옆에 계셔서 그런 염려는 전혀 안해도 됬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안에서보다도 나와서 이사람들이 나에게 보복을 하진 않을지, 내 가족을 인질로 협박을 하진 않을지 하는 걱정이 더 컸습니다. 일한지 8개월이 된 지금 그런 고민 또한 더 이상 크게 없습니다. 범죄자들을 평생 대하시는 다른 교도관분들과 검사님들을 봐도 그런 위험에 처하시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더라구요.

출소 후에 길에서 한때 수용자였던 사람들과 마주친 교도관님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수용자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질문 2. 막 살인범 이런 사람도 있어?

네 물론 있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말 간략하게 설명하면 수용자들은 가벼운 죄부터 무거운 죄까지 크게 S1,2,3,4 로 분류됩니다. 순천교도소는 제 생각에 평균을 내면 그래도 한 S3.3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즉, 중범죄자들도 꽤 된다는 얘기지요.

사형수들은 사형시설이 있는 곳에만 있어서 전국에 한 세군데 정도(정확하진 않습니다.)에만 있다고 합니다. 사형수들은 보통 교도관들이 다루기 힘들어하는데, '어차피 사형수인데'라는 생각으로 교도소 내에서도 막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보통 강력범죄자는 노란색 수번표, 마약수는 파란색 수번표를 받게 되는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 이런 디테일이 잘 살아 있습니다. 번호로도 구분하는데요, 보통 1800번 대는 마약수, 100번 이하는 여자수용자, 100~999는 미결수, 1004와 같이 특이한 번호는 문제수들입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출처: 구글


질문 3. 여자수용자들도 있어?

교도소마다 다릅니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여자교도소는 청주여자교도소입니다. 순천교도소의 경우, 전체 수용자 1500명 중 약 50명의 여자수용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교도소는 여자수용자가 아예 없기도, 그 비율이 좀 더 높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 여자 수용자의 수는 남자 수용자의 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어서, 저희들끼리는 "결국 남자가 문제인가" 라는 농담도 많이 합니다.

드라마 <Orange Is The New Black>  출처: 구글


질문 4. 진료 본 수용자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어?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에 남는 수용자들과의 이야기들을 글로 하나한 풀고 싶습니다. 와서 가장 놀란건 "자해" 환자가 정말 많다는 겁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정신질환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차적인 이득을 위해서 자해를 합니다. 벽을 손으로, 머리로 친 사람, 젓가락이나 샤프 손잡이를 먹은 사람 등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부분 교도소 안에서 사망하기보단, 죽기 전에 형집행정지를 받아서 나가게 됩니다. 오랜기간 단순 편도선염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후두암 4기였던 환자, 욕창 4기에 뼈 까지 드러났었던 환자, 폐렴이었어도 교도소 안에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외부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의지를 놓아버렸던 환자들...

손가락에 생긴 피지낭종을 열심히 수술해줬는데, 나중에 사건기록을 보니 그 유명한 '신안 여교사 성폭행'사건의 가해자였던 기억도 있네요.

이미 기사로 다 나와있는 거라서 공개하자면 세월호 선장도 순천교도소에 있습니다.


질문 5. 밥은 맛있어? 수용자들이랑 똑같은 밥을 먹진 않지? 

네 다릅니다. 직원들은 직원식당에서 먹는데, 저렴한 가격에 매우 맛있습니다. 교도소 수용자들이 먹는 밥이 군대보다 낫다는 비교글이 올라와서 논란이 된적이 있었죠. 취사장에서 일하는 수용자들이 수용자들의 음식을 책임집니다. 추가로 외부에서 구입해서 들여올수 있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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