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다다다 따다다다'
나무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칼날로 호박을 빠르게 썰거나 칼손잡이로 마늘을 찧을 때 나는 소리다.
무슨 음식이든 도마 소리가 들리게 마련이지만 대개는 된장찌개였을 것이다.
없는 살림에 동그랑땡 만들자고 돼지고기 다지는 소리는 아니었을테고
떡갈비 만들자고 소고기 두드리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소고기를 영 못 먹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육개장이나 미역국에 들어 가는 고기는 그렇게 빠른 박자로
썰지 않는다. 냉동이 아닌 이상, 칼에 지그시 힘을 주어 바닥까지 눌러 주어야 하고 가끔은 칼날에 붙은 고기도
떼어 주어야 하기에 칼을 그렇게 빨리 다음 자리로 옮기지 못한다.
된장찌개에는 빠르게 잘 썰리는 재료가 많이 들어 간다. 애호박이 그렇고 양파도 그렇다.
다다다 소리가 나려면 실력도 있어야 한다. 마늘을 찧는 일도 실력이 필요하다. 마늘을 잡은 엄지와 검지를 잘 피해서 찧어야 하고, 칼손잡이에 손이 찧일까봐 마늘 끄트머리만 잡아서는 이내 마늘 조각이 튀어 도망가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나는 도마 소리는 안심의 소리다.
어머니가 거기 있다는 뜻이고 음식이 준비되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다.
"엄마 회사 가고 나면 안 보고 싶어?"
막내 딸에게 (나의 아버지인) 할아버지가 물었다.
"엄마는 항상 보고 싶어요"
늘 보고 싶은 사람이 엄마다.
엄마가 외출하면 문소리만 나도 돌아보게 된다.
부엌에서 도마 소리가 나고 있음은 엄마가 거기 있다는 뜻이니 안심이다.
도마 소리는 식사 시간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다다 호박 써는 소리에 가보면 어김없이 냄비에서는 하얗게 김이 오르고 된장 풀은 국물이 보글거리고 있다.
이제 호박 넣고, 양파 넣고, 두부 넣고, 이내 먹을 시간이다.
다다다 마늘 찧는 소리에 가보면 어김없이 작은 양푼에 데쳐진 시금치가 물기 짜진채 들어 앉아 있다.
이제 마늘 넣고, 깨소금 넣고, 국간장 넣고 조물조물하면 이내 먹을 시간이다.
부엌에서 나는 도마 소리는 엄마가 있다는 안심이고 곧 밥 먹을 시간이다는 기대다.
도마 소리가 나에게 안심을 주었듯, 나는 어떤 도마 소리를 내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읽고 쓰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유는 무의식중에 '아빠가 일 하고 있다' 는 안심을 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함량을 키워야 한다는 불안으로 떨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안심의 신호는 아니었을까.
멀지 않은 주기로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 이유는 저 여기 잘 살고 있음을 알리는 도마 소리가 아니었을까.이미 내가 내고 있는 도마 소리와 함께, 내가 더 내야 할 도마 소리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