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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Apr 26. 2020

필사하기 좋은 책 - 라면을 끓이며

[글쓰기와 책쓰기]의 저자 손정입니다.

오늘은 필사하기 좋은 책을 추천합니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입니다.

저의 책에서는 필사를 목적별로, 묘사를 위해 필사하면 좋은 글, 글의 구조를 알기 위해, 문장 표현을 배우기 위해 필사하면 좋은 글 몇 가지를 소개해 두었는데요, 오늘은 책을 통채로 소개합니다.

필사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 를 필사하는 이유는 관찰, 묘사를 배우기 위해서 입니다. 김훈 작가는 자신의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을 글로 표현해 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습니다. 읽고 보면 우리도 그렇게 느껴왔던 것들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내용을 공감가게 쓰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오늘 필사할 부분은 울진에서 물곰국을 먹으면서 느꼈던 점을 글을 쓴 부분입니다. 필사해 보시고 우리도 일상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면을 끓이며, p57, 물곰국을 먹고 느낀 점을 글로 표현]

물곰국은 인간의 창자뿐 아니라 마음을 위로한다. 그 국물은 세상잡사를 밀쳐버리고 우선 이 국물에 몸을 맡기라고 말한다. 몸을 맡기고 나면 마음은 저절로 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위안의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물곰국은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갖는다.

이런 국물은 이 지구상에 울진 말고는 없다. 물곰의 살은 모든 짐승의 고기가 갖는 육질의 짜임새가 없다. 물곰의 살은 근육도 아니고 국물도 아닌 그 완충의 자리에서 흐느적거린다. 그 살은 씹어 삼키는 살이 아니라 마시는 살이다. 이 완충의 흐느적거림이 인간을 위로한다. 물곰 살을 넘길 때 생선의 살이 인간의 살을 쓰다듬는다. 그 살은 생명 발생 이전의 원형질과도 같은 맛이다. 물곰은 혀로 느껴지는 맛과 목구멍을 넘어가는 촉감이 일치한다.


물곰국 드셔 보셨나요? 술 마신 뒤 해장국으로 그만인데요, 하얀 살이 국물에 풀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국물과 살을 함께 마십니다. 마치 국물에 몸을 맡기는 듯합니다. 이 느낌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라도 술을 한잔하고 물곰국을 먹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 느낌으로 이 글을 다시 읽으면 사물을 관찰하고 어떻게 글로 옮기는지 온 몸으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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