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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Feb 24. 2021

조언하기와 실행하기

허경환 “동업자 배신에 30억 빚, 숨 못 쉴 정도였다”

 당나귀 귀 현주엽 “친구가 소개한 펀드매니저에 속아 17억 사기 당한 적 있다”


 이 기사를 읽은 사람은 벌써 이런 말을 뱉고 있지 않을까?

 “동업은 절대 하는 게 아니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수익률 높은 금융상품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지. 나이 헛먹었네.”



그것이 내 일이 되는 순간 객관화는 어려워진다

 허경환이 동업의 위험성을 몰랐을까? 현주엽은 수익률 높은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몰랐을까? 그들도 친구가 동업한다면, 평균적인 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금융상품에 전재산을 쏟아 붓는다면 뜯어 말렸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남에게는 충고나 조언을 잘 하면서 그게 내 일이 되었을 때는 동일하게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객관화를 막는 것일까?


 장자 산목편의 일화를 보자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 근처를 거닐고 있을 때 남쪽에서 날아온 까치 한 마리를 보았다. 까치는 날개의 폭이 일곱 자나 되었고 눈은 지름이 한 치나 될 정도로 컸는데 장자의 머리를 스치듯 낮게 날며 지나가 밤나무 숲에 내려 앉았다. 그것을 보고 장자는 혼자 중얼 거렸다.

 ‘이건 무슨 새지? 날개가 큰 데도 잘 날지 못하고 눈이 큰 데도 잘 보지 못하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빠르게 달려가 활을 집어 들고 새를 조준하였다. 그때 까치가 내려앉은 밤나무 가지에는 매미 한 마리가 울창한 나무 그늘을 차지하고선 그것을 즐기느라 자신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매미의 뒤편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으로 자신의 몸을 가린 채 그 매미를 잡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사마귀는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제 몸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까치는 사마귀를 먹잇감으로 노리며 장자가 자신을 활로 겨누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역시 자신의 이익을 보고 제 몸을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장자는 갑자기 섬뜩한 생각이 들어 중얼거렸다.

 ‘사물들은 본디 뒤엉켜 있고, 각기 다른 두 가지 사물을 서로를 유인하고 있구나, 그럼 나는?’

하고서 뒤를 돌아보자 밤나무를 지키는 산지기가 장자를 잡으려고 쫒아오고 있었다. 장자는 활을 버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 장자는 3일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인저라는 사람이 그에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요즘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는지요?”

 장자가 대답했다.

 “나는 외물을 좇느라 내 몸을 잊었고, 흐린 물을 구경하느라고 맑은 연못을 잃어버렸다. 나는 조릉에서 노닐 때 내 몸을 잊어버리고 있었고, 이상한 까치는 내 머리를 스치고 가더니 밤나무 숲에서 먹이에 집중하느라 자신을 잊어 버리고 있었다.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은 내가 밤을 훔치는 것으로 오해해 나를 잡으러 왔다. 나는 까치를 잡는 데 집중해 내 몸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다.”


 이 일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 째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익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마귀는 매미를 잡으려고 까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고 까치 역시 사마귀를 먹을 생각만 했지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는 것은 상상 하지 못했다. 이것은 비슷한 방식으로 기업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쓴 크리스텐슨 교수가 시장 선두 기업이 갑자기 시장에서 도태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현재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고객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미래 고객을 위한 제품 개발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장자의 말처럼 세상은 본디 뒤엉켜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엉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과 관련된 것만 보기 쉽다는 것이다. 장자 또한 매미와 사마귀, 까치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을 본 듯 하지만 자신과 산지기까지는 보지 못했다. 셋 째 설령 전체를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는 순간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까치도 평소 동료 까치에게는 이렇게 조언할지도 모른다.

 “먹이를 사냥할 때는 등 뒤에서 나를 노리고 있는 적을 조심하라”

 아는 내용도 당사자가 내가 되는 순간 적용이 힘든 법이다. 남에게 충고와 조언을 잘 하는 사람이 그것을 자신이 직접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또 하나의 제한된 합리성

 제한된 합리성이란 의사결정을 할 때는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파악한 후 최선의 대안을 택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족한 정보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택하는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결국 남에게 충고하는 사안을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는 행위도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인데 이는 사이먼이 주장한 제한된 합리성과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다.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은 자신이 지금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하고 있음을 알고도 밀어 붙이는 성격이 강하다면 장자가 보여준 비합리적인 행위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할 것은, 무엇이 우리를 합리적이지 못하게 하는가이다.

 사마귀는 왜 까치를 의식하지 못했을까? 충고는 잘 하면서 왜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할까? 답은 사건은 시스템 속에서 벌어지지만 의사결정은 시스템 밖에서 해야한다는데 있다. 훈수 두는 사람의 바둑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이유는 그가 시스템 밖에서 시스템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충고는 당사자를 바라보면서 하는 것이지만 나는 내 속에 있으므로 나를 온전히 보지 못한다. 자기 객관화란 내가 나를 나의 머리 위에서 바라 볼 때 가능한 일이다.

 ‘자기는 안하면서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는 내가 시스템 밖에서 나를 객관화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비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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