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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Dec 04. 2022

자기소개서 쓰는 법

자기소개서도 한 편의 글이다

-글의 4요소를 지켜라     

책, 인터넷 기사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텍스트 중 하나는 메뉴판일 것입니다. 배달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최근 들어 사람들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메뉴판을 봅니다.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는 목적     

우리가 메뉴판을 보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요구에 알맞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입니다. 요구란 지금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 합리적인 가격, 포장 가능 여부입니다. 메뉴판에 먹고 싶은 음식 종류가 없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포장이 안 된다면 주문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용 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보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조직에 들어와서 성과를 낼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사람이 성과를 낼까요? 성과란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달성된 목표를 뜻합니다. 현재 조직이 처한 환경과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사람, 해당 조직이 속한 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 지원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 동료들과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가 바로 채용 담당자가 자기소개서에서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며 글의 주제가 됩니다.     


글의 주제는 글쓴이가 글을 쓰는 목적이자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핵심 메시지입니다. 자기소개서는 일반적인 글과는 다르게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야 합니다. 기업, 공공기관 등의 채용 담당자는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적합한 자기소개서 항목을 만들어 냅니다. 가령 H 자동차 회사의 자기소개서 항목이었던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지 기술해 주십시오”는 지원자의 가치관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관을 물어보는 질문이니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써야지’라고 마음 먹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닌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야 합니다. 해당 자동차 회사 업의 특성, 조직 문화, 현재 처해 있는 경영 환경, 내가 지원한 직무 특성을 고려할 때 채용 담당자는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가치를 읽어 내고 싶을까요? 가치가 정해지면 내가 살아온 과정에서 그 가치를 발현했던 경험을 기술하면 됩니다.     


채용 담당자가 원하는 내용이 자기소개서의 주제라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하는 경험은 소재라고 합니다. 주제가 정해졌다면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경험의 종류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합니다. 신입 지원자라면 대학교 전공 공부 과정, 프로젝트, 공모전, 연수 경험 등이 있으며 경력 지원자, 이직자라면 거기에 이전 회사 직무 경험이 추가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험을 자유 연상으로 찾기보다는 경험 카테고리를 만들고 생각하면 빠짐이 없게 됩니다. 신입 지원자라면 성장 과정, 대학, 대학원 학업 과정, 대외 활동 등을 카테고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경력자는 여기에 이전 회사 경험을 추가하면 됩니다. 성장 과정은 다시 부모님의 영향, 가족 관계, 친구 관계, 습관, 가치관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대학, 대학원 학업 과정은 전공 공부, 논문, 연구 활동, 졸업 작품, 동아리, 학생회, 조별 활동, MT, 체육 대회 등으로 소재를 세분화하면 됩니다. 대외 활동은 아르바이트, 공모전, 어학연수, 유학 경험, 교환 학생, 인턴, 자격증 취득 과정, 봉사 활동 등이 소재가 될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다양한 경험이 없다면 지금부터 만들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취업은 이번에 안 되더라도 6개월 뒤, 1년 뒤에도 계속 시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문하고 싶은 메뉴판의 특징     

음식점의 메뉴판이 모두 똑같은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같은 짜장면 집이라도 어떤 집은 메뉴 종류와 가격, 전화번호만 있고 어떤 집은 짜장면 사진을 넣어 놓기도 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곳은 조리 방법, 사용한 재료,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있습니다. 또 어떤 곳은 메뉴를 있는 그대로 늘어놓기보다 대표 메뉴는 더 크게 잘 보이도록 해 놓습니다. 어느 메뉴판의 가게에 주문하게 되던가요? 당연히 더 많은 정보를 눈에 띄게 담아 놓은 곳일 것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의미 있는 주제를 독특하고 풍부한 소재로 담아내도 읽히지 않는 글, 읽고 싶지 않은 글이라면 독자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떤 글이 읽힐까요? 호기심을 끄는 제목, 소재를 묶어 단락으로 만든 다음 논리적인 흐름으로 묶어 놓은 구조, 지루하지 않은 문장일 때 읽기 시작하고 계속 읽게 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글의 구조와 표현 특징이라면 자기소개서 글은 좀 더 제한적인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먼저, 제목은 단순히 호기심만 끌어서는 안 되며 해답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채용 담당자가 본격적인 채용 과정에서 읽어야 할 자기소개서는 하루에 수십 개가 넘습니다. 애매한 문장으로 호기심만 자극해도 읽을 정도로 한가하거나 인내심이 강할 수 없습니다. ‘동아리 회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다’와 같은 제목은 ‘그래서 어떤 리더십이라는 거지?’, ‘어떤 방법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이지?’라는 새로운 궁금증을 낳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제목으로 호기심을 끌었으니 궁금해서라도 읽어 보겠지’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한가하지 않은 채용 담당자는 빠르게 정답을 알고 싶어 합니다. 제목으로 호기심만 끌기보다 답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동아리 회장으로 전국 대회 우승을 이뤄 낸 리더십’과 같이 결과도 한꺼번에 보여 주는 제목이 좋습니다.     


글의 구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승-전-결, 발단-전개-절정-결말과 같이 문학 작품처럼 미괄식으로 써서는 곤란합니다. 반드시 결론을 첫 단락에 제시하는 두괄식이어야 합니다. 단락 수도 너무 많기보다 두세 단락이 적당합니다. 단락 앞에는 중간 헤드라인으로 소제목도 넣어 주어야 합니다. 가을밤 내내 짝을 만나기 위해 귀뚜라미가 열심히 날개를 비비며 ‘나 여기 있어요’를 외치듯 자기소개서 역시 숨은그림찾기 하듯 핵심을 숨기고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 바로바로 독자가 원하는 답을 내놓고, 눈에 띄고 귀에 들리기 위한 장치를 해 두어야 합니다. 수식이 많은 긴 문장보다 간결한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다음 문장으로 긴 호흡 없이 넘어가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글의 구조이자 표현입니다.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 또는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은 주제라고 합니다.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재료들은 소재라고 합니다. 소재의 묶음은 구조, 문장을 쓰는 방식은 표현입니다. 이 네 가지를 글의 4요소라 부릅니다. 자기소개서도 한 편의 글입니다. 글의 4요소가 분명해야 선택받는 글이 됩니다.


책 : '나를 빛나게 하는 자기소개서 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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