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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Mar 17. 2023

만두 이야기


“아빠, 오늘은 집에 9시에 갈게. 수학 학원에서 문제 더 풀어야 한다고 줄넘기 학원 끝나고 8시에 다시 학원 들렀다 가래.”     


평소 같으면 저녁 7시에 수학 학원 마치고 줄넘기 학원 갔다가 8시에 귀가하는 큰 아이의 문자였다. 저녁 식사 시간도 그에 맞춰져 있으므로 7시 30분에 밥을 안치고 반찬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갈치를 구우려던 참이었다. 한 동안 삼겹살, 소고기무국, 닭가슴살을 먹은 터라 생선을 준비했지만, 수학 문제를 한 시간이나 더 풀고 9시에 온다는 말에 오늘 저녁이 백반 정식이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후라이드 한 마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떡소떡(소세지 떡 꼬치)을 8시 50분 포장 예약했다.     


9시에 집에 온 큰 아이는 소떡소떡부터 해치우고 치킨을 먹기 시작했고 뭐든 소중한 것은 아끼는 작은 아이는 소떡소떡을 접시 한 켠에 모셔둔 채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알아?”     


“모르는데?”     


“왜 소떡소떡을 아끼면 안 되는지 설명해줄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사람이 있었어. 만두 열 개를 저녁으로 먹게 되었는데, 몇 번째 만두가 가장 맛있었을까?”     


“두 번째 만두!”     

계산에 없던 대답이었다.     


“왜 두 번째야?”     


“아홉 개는 김치만두였는데 두 번째만 고기만두였거든.”   

처음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몰랐지만 내가 만두이야기를 시작하자 눈치 챈 것이다.  

   

“좋아, 다시. 열 개 다 김치만두였다면 몇 번째 만두가 가장 맛있었을까?”     


“두 번째 만두!”     


“왜?”     


“첫 번째 만두는 그냥 먹었는데 두 번째 만두는 간장 찍어 먹었거든.”    

 

“좋아, 그럼 이번에는 다 김치 만두이고 다 간장 찍어 먹었다면 몇 번째 만두가 가장 맛있었을까?”     


“두 번째 만두!”     


“이번엔 또 왜?”     


“첫 번째 만두는 배가 너무 고파서 허겁지겁 먹느라 꿀떡 삼켜 버리고, 두 번째부터는 꼭꼭 씹어 먹었거든!”   

회심의 미소를 짓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약이 오르다가도 내가 설득되는 기분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조건을 달리하고 변화를 주면 두 번째 만두도 맛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만 생각했지 그것을 넘어설 방법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비슷한 날들로

습관화된 무기력에 빠진 나에도 돌파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떡소떡 이야기하다가 뜬끔없이 하나 배웠다.     

‘두 번째 만두도 맛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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