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 12 angry men을 먼저 보기를 권한다. 소통을 방해하는 많은 지각오류의 사례를 이 영화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도중에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소통에 대한 책에서 ‘이 경우엔 이런 것이 잘못된 것이다, 이럴 땐 이렇게 소통하라’ 등으로 문제와 해법을 제시하지만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보고 있으면 영상은 눈에 쏙 들어오지만 그 장면의 숨을 뜻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영화를 보고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때 그 장면은 이런 소통의 잘못을 범한 것이구나’ 하고 빠르게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영화의 어떤 장면에 의미를 부여해서 소통과 관련된 주제를 끌어낼지 미리 한번 알아보자
12 angry men은 12명의 배심원들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는 18세 소년의 유무죄를 평결하기 위해 96분 내내 토론하는 내용의 영화다. 배심원 토론의 결과에 따라 유죄라면 소년은 사형을 면치 못하고 무죄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는 상황이라 사안이 절대 가볍지 않다. 따라서 12명의 배심원은 6일간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얻은 정보인 목격자의 증언과 검사,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여 유무죄 입장을 표명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 나간다. 토론의 결과가 유죄든 무죄든 만장일치로 결정이 나야 그들도 배심원실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통자들
먼저 3번 배심원이다. 만약 이 사람이 가족중에 있다던가 조직내에 있다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소통은 상호간에 의견이 오고 가는 것인데 이 사람은 한결같이 일방통행이다.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때에 따라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미 나의 주장이 정해져 있고 모든 증거를 주장에 갖다 맞춘다. 상황을 반전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와도 꿈쩍하지 않는다.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사람의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는 지각의 방식은 어떤 개인의 역사적 배경을 통해 만들어진걸까? 영화에서는 그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혹시 나는 저런적이 없었는가? 생각해보는 일이다. 한편 10번 배심원은 3번 배심원처럼 확고한 자기 생각에 사로 잡혀 있지만 자기주장을 위해 많은 증거를 갖다대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직관을 믿는다. 그게 심각한 고정관념 때문임도 모르고 말이다.
보통 사람들
영화속에는 선한 보통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6일간의 재판과정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이들은 적극적 소통자들은 아니다. 누군가 그들에게 질문해주고 대화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자신 속에 있는 것을 기꺼이 끌어 내지는 않는다. 조직에서 그저 자기일만 정해진 매뉴얼대로 묵묵히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여기서 리더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끌어 낼수만 있다면 토론이 더 풍성해지고 조직에서는 아이디어가 풍성해질 수 있다. 세상에 나쁜 부하직원은 없고 나쁜 리더만 있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를 보면서 리더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다.
주도자들
영화속에는 남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거나 자신의 고정된 시각에 의해서 세상을 바라보기 보다 왜 그럴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상황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토론에 참여한다. 당장은 훌륭한 리더는 아니더라도 리더와 더불어 주도적으로 팀을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조직내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균형된 시각을 가지고 토론에 임하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
살다보면 대화라는 것이 꼭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 상대는 관심이 많은 주제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 별로 이야기할 내용이 없거나 대화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때도 있다. 그런데 그럴때도 대화에 임해야 하는게 사람 사는 모습이다. 이럴 때 경청도 하고 내 의견도 제시한다면 상대에게 더 신뢰를 얻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속에는 내가 관심없는 주제라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거나 이리 저리 끌려 다니기만 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이 장면 역시 우리를 완전히 자유롭게 하지는 못한다. 우리도 한번쯤은 그랬을 법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자기만의 논리로 무장한 사람
이 사람은 쉽게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납득 시키기 위한 자기만의 논리를 갖추고 어지간한 주장에는 잘 설득 당하지 않는다. 자존심이 강하지만 억지에 의한 자존심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실증적 증거가 제시된다면 기꺼이 자신의 주장을 바꾸기도 한다. 풍성한 토론, 조직 다양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영화에는 이런 사람들이 뒤섞여 96분간 말을 한다. 어찌보면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그저 우리 사는 모습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