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은 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위의 반복이다. 누구나 화자이며 누구나 청자인 것이다. 따라서 소통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은 화자로서의 역할도 잘 해야 하지만 청자로서의 역할도 잘 해야 한다. 내가 화자로서 아무리 최초의 메시지를 잘 형성하고 청자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였다 해도 그 메시지를 받은 청자가 형성한 새로운 메시지를 내 마음대로 해석해버린다면 그 순간부터 의사소통은 엉망이 되고 만다. 이렇게 자신이 받아 들인 대상, 현상,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주관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을 지각 해석의 오류라고 한다.
선택도 잘하고 별다른 조직없이 내 머릿속 작업대 위에 잘 올린 메시지를 왜곡되게 해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귀인오류, 고정관념, 확증편향, 후광효과, 대비효과, 피그말리온 효과 등이 있다.
귀인오류
원인을 귀속시킨다는 뜻의 귀인은 어떤 현상을 접했을 때 그 것이 발생한 원인을 찾는 것이다. 학교 시험에서 아이가 좋은 점수를 받아 오면 ‘나를 닮아서 그렇다’고 원인을 나에게 귀속시키고 낮은 점수를 받아 오면 ‘당신 닮아서 그렇다’고 원인을 귀속시킨다면 그 집은 불통의 씨앗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원인을 귀속시킬 때 좋은 현상은 내적 귀인하고 나쁜 현상은 외적 귀인하는 것을 귀인오류라고 한다. 귀인을 정확하게 하는 것은 현상을 올바르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는 곧 청자로서 사실세계를 바르게 인지했다는 것이며 청자가 화자로 전환될 때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귀인오류는 리더가 특히 범하지 말아야 할 지각오류이다.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또는 실패했을 때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쟁자가 부진해서, 경제 상황이 좋아서 우연치 않게 달성한 목표를 내적 귀인한다면 앞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또한 외부 환경이 좋지 않아 실패한 프로젝트를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린다면 사기가 진작되지 않고 향후 새로운 도전을 꺼려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리더들이 부하 직원의 낮은 성과에 대하여 회사의 지원 부족, 기술의 낙후성, 외부 경제 요인, 치열한 경쟁상항에서 원인을 찾기 보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 부족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것은 인사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귀인오류를 개인의 상황에 적용할 때는 특별히 자존적 편견 또는 동기적 편견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남탓, 조상탓이라고 하는 속담을 말한다. 조직의 리더가 귀인오류를 범하면 조직을 망치지만 개인이 귀인오류를 범하면 자신의 삶을 망칠 수도 있고 인간관계 또한 망치게 된다. 먼저 자신 앞에 놓인 도전들에서 실패를 겪었을 경우 원인을 내적귀인하지 않고 외부에서만 찾게 된다면 더 이상 발전은 없게 된다.
내가 첫 번째 책을 쓰고 출판사에 투고할 때의 일이다. 수십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투고를 해도 계약하자는 제의를 받지 못했을 때 책쓰기에 관한 어느 책에 이런 말이 써 있었다.
“보통 괜찮은 원고라면 30군데 투고하면 적어도 3군데 정도에서는 연락이 옵니다. 출판사 편집자마다 보는 눈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0군데 정도 투고했는데도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내 원고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글의 수준이 너무 떨어지거나 현재 출판 트랜드와 동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똑같은 행위로 다시 도전하면 결과는 같을 뿐입니다.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원고를 수정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투고를 시작하세요”
나는 이 글을 읽고 목차를 수정하고 출간기획서를 다시 쓰고 본문의 내용도 추가로 더 쓴 후에 몇 몇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사례에서 보듯 개인은 가급적 상황의 원인을 자기탓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원인을 자꾸만 외부에서 찾는다면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의사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사사건건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겠는가? 귀인과 관련해서 기억하면 좋을 말이 춘풍추상이다. 남을 대할때는 봄바람처럼, 나를 대할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면 귀인오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