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경청

by 손정 강사 작가

“소통의 정답은 하나야, 내가 먼저 경청하는 것!”


한결같이 말하는 소통의 해법이다. 맞다. 경청.

그 사람에게 묻고 싶다. 싫은 사람의 말을 경청해본적이 있느냐고.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말을 경청해본 적이 있느냐고.


경청? 내가 당장 물건을 팔아야 하는 고객의 말이라면 듣게 된다. 나에게 대출심사를 승인해줄 은행 담당자의 말이라면 경청하게 된다. 내가 아쉬우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말은 듣지 말라고 해도 듣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이런 감정을 형성하지 않은 대상이 더 많다.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듣기 보다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 경청을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나의 잘못된 지각으로 한번 나쁜 인상을 갖게 된 사람의 경우 더 그렇다.


어떤 경우에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갖게 될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번 장에서는 지각근접성과 지각유사성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지각근접성

중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말을 한번씩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3반 애들은 질문을 많이 한다.”

“5반 애들은 부정행위를 많이 한다.”

과연 그럴까? 3반 학생들이 다 질문을 많이 했던 것일까? 5반 학생들은 모두 부정행위를 많이 했던 것일까? 3반 학생 중에 특히 질문을 많이 하는 몇몇 학생이 있어서 선생님은 그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던 다른 학생들도 묶어서 지각한 것은 아닐까? 부정행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간고사에서 5반 학생 중에 한 명이 부정행위를 하다가 들켰는데 기말고사에서도 마침 5반에서 또 부정행위자가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위치적으로 함께 있는 5반 학생들을 싸잡아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각근접성이란 물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대상을 하나로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고등학교때 불량한 친구들과 어쩌다 한번 어울렸는데 같이 불량하다는 평판을 들었던 것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대상을 함께 묶어서 인지했기 때문이다. 3반이라는 같은 공간, 5반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그 학생들중에 일부가 나타내는 두드러진 특징에 대해서 한꺼번에 지각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런 방식으로 잘못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특정 지역 출신, 특정 대학 출신, 특정 회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나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각유사성

지각근접성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사람을 한꺼번에 지각하는 것이라면 지각유사성은 실제는 해당 자극들이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유사하다는 이유로 같이 지각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실시한 흑인쿼터제이다. 미국정부는 1964년에 제정된 적극적 고용개선법에 따라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인 흑인들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기업 입사 시험과 대학 입학 시험에서 일정 비율이상을 흑인들을 합격시키라는 흑인쿼터제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자 다른 집단의 사람들도 같은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장애인, 여성, 소수민족들이 결국 쿼터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자 이를 역차별이라고 느낀 백인들의 불만이 커져 가고 소송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최근 법원은 대학 시험에서 불합격한 백인 학생의 소송에서 쿼터제가 과연 다양성을 위한 유일한 방법인지 재심해보라고 하였다.


위의 사례에서 동일한 대상이라고 지각한 흑인, 여성, 장애인, 소수민족은 소수라는 유사성이 있을 뿐 사실은 다른 특성이 더 많은 집단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가운데서도 경제적,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굳이 대학 입학과 입사 시험에서 혜택을 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수라는 유사성에 근거해 한꺼번에 지각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지각근접성과 유사성은 인간 개별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지각함에 따라 내가 소통해야 할 대상의 특성을 잘 못 파악하는 것이다. 소통은 메시지를 주고 받기에 앞서 대상에 대한 올바른 지각이 우선함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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