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의 《담론》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와 아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걷다가 아들이 길가에 예쁘게 피어난 버섯을 보고
“아버지, 버섯이 참 예뻐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지팡이로 버섯을 가리키며
“만지지마, 독버섯이야” 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여러 버섯중에 지팡이로 지목당한 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진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달래주며 이런 말을 한다.
“넌 독버섯이 아니야, 넌 지난번에 내가 힘들 때 위로도 해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얼마나 좋은 친군데. 독버섯이라고 말하는 건 인간들의 식탁의 논리일 뿐이야”
지각 불변성의 오류다. 사람이 대상을 해석할 때는 현재 눈앞에 있는 대상에 아무런 변형을 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머릿속 작업대 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 한번 지각했던 방식 또는 나만의 기준으로 머릿속 작업대 위에 올리고 해석을 가하려 하는 것을 지각 불변성이라고 한다. 인간들은 길을 걷다가 눈에 보이는 수많은 잡초를 보고 독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원래 길에 난 풀은 먹지 않기 때문이다. 먹지 않으므로 그 풀에 독이 들어 있든 없는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설령 독이 들어 있더라도 독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버섯은 다르다. 사람은 버섯을 즐겨 먹는다. 그러므로 인간의 몸에 해로운 것은 독버섯이 되는 것이다. 버섯이라는 균류는 수많은 다른 특질이 있음에도 인간은 버섯의 다른 성질에는 관심이 없다. 여러 성질중에 식용인가 아닌가에 대한 기준과 해석을 가지고 있을뿐이다. 독버섯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인, "색깔이 화려한 것은 독이 있다"는 판단을 마음속에 미리 보유하고 있다가 유사한 버섯을 보면 방금 본 버섯을 해석의 대상으로 놓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 있던 것을 꺼내어 머릿속 작업대위에 올리는 것이다. 지각하는데 현재와 과거가 변함이 없으므로 지각불변성이다.
고정관념이 인간을 그가 속한 집단이나 출신 지역, 학교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라면 지각불변성은 유사한 대상에 대하여 한번 가지고 있던 인상을 새로운 지각환경에서 다시 꺼내 쓰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럴때마다 조금 이야기보고선 마치 그 사람을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와 비슷한 사람을 많이 겪어 봤다는 것이다.
지각불변성과 비슷한 개념으로 회상용이성이 있다. 지각불변성과 회상용이성 모두 휴리스틱의 개념에 속한다. 휴리스틱이란 대상이나 현상을 판단할 때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정보에 근거하지 않고 경험, 직관에 의해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휴리스틱은 빠른 의사결정과 도전적 일을 수행할 때 필요하기도 하며 때로 그 효과가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데 그 이유는 회상용이성에 따른 선례의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회상용이성이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사물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선례의 함정은 과거에 해봤던 비슷한 경험에 의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다 실패하는 것이다.때로는 회상용이성으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듯 강의에서 마무리를 잘 할 경우, 또는 상품 광고에서 따라하기 쉬운 카피나 배경 음악을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각인 시킬 경우가 그렇다. 반면에 조직에서 인사평가를 할때 부하직원이 잘 한 일보다 실수한 일이 더 잘 떠올려지므로 평가의 객관성을 기하지 못한다던지, 새로운 사업이나 제도의 도입에 있어 벤치마킹을 할 때 다른 회사가 성공했다는 사실이 쉽게 떠올려져 우리회사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는 경우는 회상용이성의 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낳는다.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중에 하나는 대화할 사람에 대해 신뢰를 갖는 것과 더불어 내가 형성할 메시지에 대해 주관적 판단을 버리는 일이다. 그런데 인간의 에너지 효율 추구가 이것을 막는다. 가급적 뇌를 덜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하고 새로운 대상을 보면 객관적으로 다시 파악하려고 해야 하지만 과거에 그와 유사한 해석의 대상을 꺼낸 후 빠르게 판단해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따라서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자기인식, 자기부정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판단한 것이 현상황에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한 것이 맞는가? 아니면 과거에 사용했던 해석을 다시 꺼내 쓰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