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 대상 변형하기

지각폐쇄

by 손정 강사 작가

소통에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화자이면서 청자다. 말하는 순간 화자이지만 내 말을 들은 청자가 그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나에게 던지는 순간 나는 다시 청자가 된다. 청자의 역할일 때 상대의 말을 잘 받아야 화자로서 올바른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메시지를 만드는 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상을 보고 메시지를 만들거나 청자의 말을 듣고 대답할 메시지를 만드는 일 모두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지각폐쇄다.


51%의 지지율로 당선된 정치인이 선거운동 중에는 반대측 후보의 공약도 좋은 것은 받아 들이겠다고 말하다가 막상 당선되면 자기 공약에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선이 된 다음에는 마치 자신이 만장일치로 당선된 것으로 받아 들이기 때문이다. 100에서 51을 뺀 나머지를 채워서 완전체로 지각한 것이다. 인간이 대상을 지각할 때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지각하는 것을 지각 폐쇄의 오류라고 한다.


오늘 우리팀 회식이다. 팀장님이 회식 메뉴를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하신다. 삼겹살 4, 생선회가 3이 나와서 오늘은 삼겹살은 먹기로 했다. 이때 이 팀장님이 지각폐쇄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늘 아쉽게 생선회를 못 먹은 사람들을 위해서 다음 회식은 횟집으로 가자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삼겹살을 먹을 때는 마치 만장일치로 메뉴가 결정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못하고 자기 마음대로 변형하여 지각하는 것, 바로 지각조직의 오류인 것이다. 그래서 다음 회식때 또 다수결을 한다.


12angry men에서 첫 번째 투표가 끝난 후 7번 배심원의 말에서도 지각폐쇄의 오류를 볼 수 있다. 유죄 11, 무죄 1로 나온 상황에서 무죄에 표를 던진 8번 배심원이 지금부터 토론을 하자라고 말하자 7번 배심원은 이렇게 말한다.

“더 이야기할 게 뭐 있소? 11명이 유죄라는데.”

11대 1은 12대 0이 아니지만 채워서 만장일치로 지각해버린 것이다. 지각폐쇄가 발생하면 소수의 의견은 언제나 무시된다. 사회도 조직도 다양성이 없는 곳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지각폐쇄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영화에서는 배심원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유죄와 무죄로 표현하지 않고 guilty, not guilty 즉 유죄와 유죄아님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이 토론 끝에 소년에게 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할지라도 소년은 풀려나는 것이 아니다. 재판을 다시 받게 된다. 증거 불충분이나 정황 증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움으로 유죄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해서 바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유죄와 무죄 사이에는 유죄 아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장면이다. 만약 유죄에서 무죄로 바로 가버리면 그 것은 지각폐쇄의 오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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