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한 놈만 걸려라”
이것은 자신에게 생긴, 기분 나쁜 감정을 의도적으로 다른 대상에게 뒤집어 씌우겠다는 뜻이다. 오늘 걸리는 사람은 참 억울할 것 같다.
“지난번에 받아쓰기 70점 맞았을 때는 아빠한테 혼나지 않았는데 어제는 똑같이 70점을 맞고도 혼났어. 아마 어제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모양이야.”
여기서 아빠는 70점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다르게 메시지화 하였다. 올바른 소통자는 동일한 대상을 동일하게 지각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상을 객관화하지 못하였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주관화했다는 의미가 되는데 어제는 70점에다 그 날 있었던 다른 나쁜 감정을 덧 씌운 것이다.
투사란 던지다, 쏘다 라는 의미로 사람이 자신에게 형성된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을 말한다. 또는 자신이 가진 감정이나 생각을 타인도 똑같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첫 번째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경우를 보자. ‘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한 놈만 걸리라’는 것은 다른 일로 생긴 나쁜 감정의 원인을 엉뚱한 사람에게 돌리는 경우다. 받아쓰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금 다른 예로 어떤 사람이 자식에 대해 다른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데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를 잘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몹시 화를 낸다. 이런 경우 자신이 학창 시절에 수줍음이 많아 발표를 잘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열등감을 자식에게 던지는 것이다. 또는 외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유독 청소년들이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쓰는 것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도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대상에 던져서는 올바른 메시지를 형성할 수 없다. 그 메시지로는 소통이 안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두 번째 내가 가진 감정이나 생각을 타인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다.
“자, 오늘 우리팀 회식인데, 마침 비가 오네. 비올 땐 파전에 막걸리지. 오늘 회식은 막걸리 집으로 가자고”
라고 팀장님이 팀원들을 끌고 간다.
투사다. 비가 오면 자신은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날지 몰라도 팀원들은 치킨에 맥주가 생각날 수도 있고 감자탕에 소주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가진 비오는 날에 대한 감정을 타인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던진 것이다.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내 주관적으로 변형하여 본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킬 때 업무마감일을 짧게 잡거나 업무지시를 세세하게 하지 않는 경우도 투사에 해당한다. 상사는 자신이 처음 입사해서 업무에 미숙했던 기억을 잊어버린채 현재 능숙한 자신의 모습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므로 부하직원도 이정도의 일은 3일 정도면 할 수 있겠지하고 마감일을 짧게 잡는 것이다. 사실 부하직원은 아직 그 정도로 경험과 역량이 안되는데도 말이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부하직원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생각해서 업무지시를 세세하게 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선 부하직원이 되물어보면 ‘그것도 몰라’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지식의 저주와도 같은 말이다.
소통은 메시지를 만들고 전하고 받고 상대를 공감하는 일의 순환이다. 순환의 고리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금새 불통이 되고 만다. 투사는 메시지를 객관화하는 일이자 상대를 공감하는 일이다. 대상을 바라볼 때 늘 자문하자. 내가 지금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늘 자기인식 여부를 묻자. 내가 지금 화나고 있는가? 내가 지금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 하고 있지 않은가? 이 것이 투사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