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얼마나 경청하고 있을까? 또는 상대가 부탁하는 말을 어느 정도로 잘 기억해 두었다가 들어 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은 원래 남의 말을 잘 듣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내가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할 때 상대 역시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트에 가는 남편이나 아내에게 오는 길에 쥬스 한 병 사다줘 라고 말했을 때 그 부탁이 100% 실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회사에서 동료에게 내 업무에 꼭 필요하니 어떤 자료를 오늘 중으로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말한 경우도 내 바람 대로 꼭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일까? 혹시 이 문제의 원인이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화자의 역할일 때 상대가 당연히 내 말을 귀담아 듣겠지 하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잇 팩터를 가져라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마크 위스컵은 그의 저서 《커뮤니케이션 주치의, 잇팩터》에서 상대가 내 말을 듣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잇팩터로 명명하고 그 방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먼저 화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청자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오만함이라고 말한다. 오만함이란 내가 하는 말을 상대가 당연히 들을 것이다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가정하에서 대화를 하게 되면 전하는 메시지에 정성을 덜 쏟게 된다. 마치 한 두 살난 아기가 엄마라는 말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달려들 듯 내가 말을 하면 상대방이 귀 기울여 듣겠지하고 착각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소통이 될 것이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마크 위스컵이 제시하는 해법은 바로 겸손이다.
대화를 임하는 사람이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면 내가 좀 더 정성껏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정성 껏이란 다음의 행위를 말한다.
(1)더 일찍, 자주 이야기한다.
(2)주제와 목적을 분명히 말한다.
(3)그림을 그리듯 묘사한다.
위의 세 가지 가운데 저자는 특히 세 번째 그림을 그리듯 묘사를 하며 말하면 '내가 이 주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내가 대화에 전념하고 있다. 당신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화를 할 때 상황을 묘사하라고 하는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면 내용속에 3가지 이상의 대상과 3가지 이상의 행위를 포함시키라고 말한다.
책의 사례를 보자.
만약 남자가 출장 갔다 오는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전화를 했다.
“여보, 나 방금 도착했어. 집에 가면 오늘 저녁은 외식하자”
이것은 오만한 대화다. 물론 남자는 좋은 뜻에서 말했을 것이다. 오랜 출장에 아내가 보고 싶었고 도착하자마자 전화해서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외식하자고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외식하자고? 싫어.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 할 일이 산더미 같아. 내가 정말 바라는 건 당신이 집에 와서 좀 거들어 주는 거라고.”
반면에 3가지 이상의 대상과 3가지 이상의 행위를 포함한 묘사란 이런 것이다.
“여보, 나 도착했어. 오늘 저녁은 당신하고 같이 나가서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고 싶어. 오늘은 매일 가는 동네 음식점에 가지 말고 시내로 나가서 당신이 좋아하는 그 작은 레스토랑에 가자고. 당신은 거기에서 일주일에 특별히 한두 번만 나오는 허브가루 얹은 연어 좋아하잖아. 내가 전화해서 연어요리를 준비하라고 할게. 나는 신선한 큰 브로콜리 파스타를 먹을거야. 식사가 끝나면 레스토랑 길 건너에 있는 커피숍에 가자. 신선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서 달콤하고 가벼운 디저트를 먹는 거야. 오늘 저녁은 근사한 데이트가 될 것 같아. 나랑 외출할 수 있겠어?
어떤가? 말하는 사람의 정성이 느껴질 것이다. 화자가 청자와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이 대화가 몹시 중요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비슷한 사례를 하나 더 들어 본다.
시어머니가 집으로 오시기로 한 날 요리를 준비하던중에 우유가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아내는 마침 마트에 가려는 남편에게 우유도 사오라고 말한다.
오만하게 “여보, 마트에 갔다 올 때 우유도 좀 사다줘요”
이렇게 말하면 100% 우유를 사온다는 보장이 없다. 다시 겸손하게 그림을 그리듯 이렇게 말해보자
“여보, 어머님은 제가 만든 음식을 기대하고 계실거에요. 그러데 그걸 만드는 데 필요한 우유를 넉넉히 사두지 않았지 뭐에요. 우유는 그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거든요. 한 병만 있으면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쿠키가 엉망이 될거에요. 마트에 갔다 올 때 좀 사다 줄래요?
어떤가? 이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잊어 버릴 수 있을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때 이 정도 정성들여 묘사하는지 생각해보자. 그게 겸손한 대화다. 이런 대화는 회사에서 난감한 상황에서 대화할 때도 필요하다.
마지막 사례를 보자
영업팀의 리더가 실적이 저조한 부하직원에게 좀 더 분발하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오만하게 “자네, 성과가 너무 저조해. 나도 이런 말 하긴 싫지만 회사 인사 정책상 30일 내에 개선되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수 밖에 없어.”
겸손하게 “최대리, 잠깐 얘기 좀 하지. 그다지 즐거운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야. 자네 성과가 우리 회사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어. 자네가 이 사실을 진지하게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식적으로 주의 주려고 해. 만약 앞으로 30일 내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 질거야. 나는 자네에게 낮은 인사평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고 이번 승진에서도 누락될 가능성이 커. 어쩌면 다른 부서나 지역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슬픈 일이야. 지금부터 실적으로 올려 보게. 30일 뒤엔 대단한 발전을 한 것을 축하하며 자네와 근사한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어. 그건 전적으로 자네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어.
소통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기도 한다. 정보 전달에 있어서도 수많은 소통오류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는데, 행동의 변화까지 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 간단히 몇마디로 오만하게 해서는 될 리가 없다. 마스 위스컵의 말대로 겸손하게 해야 듣는다. 그리고 움직인다. 타임밍상 좀 더 일찍 그리고 더 자주, 목적으로 명확하게 하자. 거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그림을 그리듯 말해보자. 그러면 상대도 내 말을 더 집중해서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