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코칭

by 손정 강사 작가

소통이 그저 평온한 감정 상태인 상대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그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주관을 배제한 메시지를 만들어 조용한 소통 환경에서 주장과 근거를 말하는 것으로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늘 그런 상대만을 대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운전면허 학원에서 막힘없는 도로 환경에서 내가 배운 대로만 운전하다가 실제 도로에 나가 보면 느닷없이 끼어드는 자동차, 갑자기 서는 자동차, 양보 없이 제 갈 길만 가는 자동차 등이 혼재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 것처럼 소통도 그런 상황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무언가 잔뜩 불만이 있는 사람, 다른 일로 기분이 나빠져 있는 사람, 이유 없이 화내는 사람 등 다양한 감정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실전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가트맨, 최성애, 조벽은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대하는 나쁜 방식으로 세 가지 사례를 들고 그 해법으로 감정을 코칭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을 잘 이용한다면 성인의 감정을 대하는 방식도 유추해낼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책에서 세 가지 감정 대응 방식을 인용해 본다.


감정 축소전환하기

아이가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기가 무서워 떼를 쓰고 발버둥을 치는 상황에서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민준이 착하지, 별로 안 아플거야. 울지 않고 씩씩하게 치료 잘 받으면 집에 갈 때 장난감 사줄게.”

이것은 공포에 질린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보단 무시한 채 축소시키고 억누르는 감정 대응 방식이다. 때로는 ‘별 것 아니야’하고 무시하는 것을 넘어 ‘민우는 겁쟁이래요’ 하면서 놀리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이런 축소전환형 부모의 주요 특징은 상대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비웃기, 나쁜 감정은 살아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나쁜 감정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믿음을 가지기가 있다.


감정 억압하기

축소전환형이 감정 무시하기, 달래기가 특징이라면 억압형은 엄하게 질책하는 특징을 가진다.

“그럼 못써”하고 야단을 치거나

“너 계속 울면 경찰 아저씨 불러 잡아가라고 한다”처럼 협박을 한다.

억압형의 주요 특징은 나쁜 감정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하기, 감정에 주목하기보다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야단치기, 나쁜 감정은 나쁜 성격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나쁜 감정은 표출을 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등이 있다.


감정 방임하기

방임형은 겉으로 보기엔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친구와 싸우고 온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화가 날 만했구나. 화가 나면 싸울 수도 있지. 잘했어, 괜찮아.”

얼핏 보기에 이런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감정을 이해받았으니 잘 성장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행동의 한계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임형 부모의 주요 특징은 모든 감정 다 받아 주기, 감정은 물론 행동에 제한 두지 않기, 감정은 억누르기보다 표출해야 된다는 믿음 갖기, 아이의 감정 처리 방식에 관심 갖지 않기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감정에 잘 대응하는 부모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

감정은 받아 주되, 행동에는 제한을 둔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한 상태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이런 해법을 가진 부모는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치과에 간 민준이 사례를 보자.


1.치과 치료 받는게 무섭지? (감정을 인정한다)

2.그래도 민준이가 충치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른 이도 상하게 된다. 그러니까 치료는 받아야 해 (행동한계 규정)

3.어떻게 하면 덜 무섭고 덜 아플 수 있을까? (스스로 해법 찾고 선택하기)

이것이 바로 감정코칭이다.

자 그렇다면 다시 성인간의 소통으로 돌아와서 감정코칭을 가정과 직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사례1

다른 팀의 실수로 갑작스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생겨 부하직원에게 추가적인 일을 지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부하직원은 책임을 해당 팀으로 돌리며 몹시 화가나 있다.


1.감정인정 : 최대리 짜증나지? 나라도 그럴 거야. 지금 맡은 일만으로도 힘든데 자네 책임도 아닌 일을

떠맡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해.

2.행동한계규정 : 그래도 회사는 협업이 중요하니까 다른 팀의 실수라고 해도 너무 티나게 화내면

조직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어? 그리고 우리 잘못은 아니지만 그 일은 우리 부서가

수행할 일이 맞으니 안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

3.스스로 해법 찾고 선택하기 : 자네는 이 일을 어떤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어? 내가 도와 줄 것은

무엇이지?


사례2

회사에서 돌아온 아내가 몹시 화가 나 있다. 이유를 물어 보니 이일 저일 막 시키는 직장 상사 때문이다. 이럴 때 남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여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동조해주기를 바라지 절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문제의 해법을 알려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금물이다. 특히 ‘당신도 조금은 잘못이 있네’ 라는 말은 자살행위다. 이때 이렇게 해보자.

1.감정인정 : 어유~ 열 받겠다. 짜증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겠어.

2.행동한계규정 : 그런데 나는 혹시 당신이 상사 앞에서 기분 나쁜 모습 보이다가 미운털 박힐까 봐 걱정이네.

3.스스로 해법 찾고 선택하기 : 하루 이틀 일할 사이도 아니고 그런 상사를 대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감정코칭이란 말 그대로 상대의 감정을 코칭한다는 의미다. 항상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고 훈계하고 섣불리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것이 습관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망치는 대부분의 상황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때 잘못된 소통방식은 불안정한 감정에다 기름을 붓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일단 상대의 감정이 평온하지 않아 보이면 인정해주자. 그리고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질문을 던져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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