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비법 - 의미 공유 대화

by 손정 강사 작가

《레몬 시장에 대한 논문》 이란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하여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가 발표한 이론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물건을 팔려고 하는 사람과 사려고 하는 사람 사이에 가진 정보의 양이 차이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여 거래가 정상적인 형태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한다. 마치 레몬이 껍데기는 멀쩡하지만 그 속은 쓰고 시기만한지에 대해서는 판매자만 아는 것과 같다하여 레몬시장이론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차 시장이다. 중고차의 가격은 연식, 주행거리, 사고이력 등으로 정해지지만 그 차가 정말 고물차인지 멀쩡한 차인지는 팔려는 주인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속 내용은 잘 드러나지 않으므로 멀쩡한 차를 가진 판매자라 하더라도 평균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 운전습관도 좋지 않고 가벼운 사고도 많이 내고 차의 알려지지 않은 결함을 아는 고물차 운전자는 평균 가격만 받아도 속으로 기뻐할 것이다. 이로 인해 멀쩡한 차 주인은 이 가격에는 못 판다며 시장에서 철수해버리고 중고차 장터에는 고물차 주인만 득실거리게 된다. 애꿎은 구매자만 질 낮은 차를 사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고 거래가 올바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쌍방간에 가진 정보를 모두 꺼내 놓아야만 한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은 아내가 지난번 동창회 갔다가 밤늦게 들어 온 것에 대하여 화가 나 있다. 하지만 내색했다가는 속 좁은 남편으로 보일까봐 말을 안 하고 있다. 한편 아내는 남편이 요즘 부쩍 자주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안 좋다. 학교 갔다 와서 숙제를 제때 안한다던가, 스마트폰을 많이 본다던가 하는 것에 대하여 예전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던 사람이 요즘은 버럭 화를 내는 것을 보고 한 마디 할까 생각하다가 관뒀다. 괜히 말했다가 화살이 자신에게 올 것 같기도 하고 더 큰 부부싸움으로 발전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공개하지 않은 불만을 가진 채 살아가다 보니 사소한 것에도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과거 같으면 별 것 아니었을 일로도 싸우고 ‘요즘 왜 그래?’ 하고 서로 소득 없는 질문만 할 뿐 근본적으로 해결은 되지 않는다. 매여 있는 것을 풀어 놓고 가지 않으니 제대로 된 대화가 될 리 없다.


케리 패터슨 외 3명의 저자가 함께 쓴 《결정적 순간의 대화》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소통의 비법을 풀어낸 책이다. 책의 내용을 발췌 요약하여 소통의 방법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대화를 망치는 이유는 대화를 하는 원래 목적을 망각하고 즉흥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부가 서로 대화하는 궁극적 목적은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 대해 화를 내는 것도 그 본질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남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인 것이다. 늦게 온다는 것은 회식이 길어 져서 술을 많이 마셨거나 일이 많아서 과로를 했다는 것이 되므로 사실은 늦게 들어온 것을 비난하기보다 남편에 대한 걱정과 나아가서 가정에 대한 걱정이 그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부부간의 대화에서는 깊은 본질은 쉽게 잊고 눈앞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화를 내버리고 그로인해 대화를 망치고 관계도 안 좋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막고 대화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의미 공유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미 공유 대화란 대화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꺼내 놓고 대화에 임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서로가 대화의 주제에 대한 정보와 속마음을 모두 꺼내놓고 대화에 임하면 메시지 왜곡과 오해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정직하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한다. 의미 공유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은 저마다 자기가 보는 방식대로 관념을 형성하고 그에 입각하여 메시지를 형성하여 마음에 품은 채 대화에 임하기 때문이다. 사람 저마다의 생각은 당사자의 역사적인 결론이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속마음을 꺼내놓지 않으면 제한된 정보를 사용하여 상대의 원래 의도를 예측하여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의미공유 대화를 하게 되면 올바른 정보에 근거해 대화를 진행할 수 있고, 한번 시작되면 저마다 부담 없이 자신의 의견을 꺼내놓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마음을 열게 하고 신뢰를 갖게 한다. 또한 내놓은 아이디어가 많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 대화과정에서 나온 결론이 최적의 대안이라 인식된다. 대화에서 나타나는 다툼의 원인은 서로 핵심은 외면한 채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단, 꺼내놓을 때 너무 격렬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미공유 대화를 이끌어 가는 방법으로 여섯 가지를 제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는 공동의 목적을 생각하라, 나의 입장을 말하라, 상대의 입장을 물어보라 이다.


공동의 목적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왜 이 대화를 하는가? 를 대화의 매순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화 끝에 이루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화의 목적을 잊으면 상대에게 공격당했을 경우, 상대를 이기려 하거나, 비난하고 처벌하려고 하거나 침묵으로 상황을 애써 모면하려 들게 된다. 목표를 생각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컨트롤을 한다. 대화가 나빠지는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지 않고 나에게서 찾는다. 목표에 어긋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게 된다. 나의 입장을 말하라는 내 속마음은 숨긴 채 상대에게만 사실을 요구해서는 안됨을 강조한다. 대화를 시작할 때 내가 먼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짐작, 감정, 판단을 보태어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의 입장을 물어 보는 것이다. 입장을 묻는 방법으로 다시 네 가지를 제시한다.

1.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질문하라 (Ask) : 당신의 생각을 말해줄 수 있나요?

2.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비춰주라 (Mirror) : 표정이 어두운데 정말 괜찮아요?

3.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 바꿔 말하라 (Paraphrase) : 상대가 한 얘기를 되물어 본다.

“이렇단 말이지?”

4.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이끌어내라 (Prime) :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소통은 게임이 아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비난하기 위해서,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하는 싸움이 아니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의사전달을 통한 문제해결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서로의 생각을 모두 꺼내 놓는 것이다. 책에서는 많은 사례와 함께 이 방법들을 제시하므로 자세히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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