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비법 - 메시지 만들기

부호화

by 손정 강사 작가

부호화는 재료를 언어로 만드는 과정이다. 머릿속에 있는 재료는 말로 된 언어로 구성하든 그림으로 그리든 형상화해야 메시지가 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부호의 선택이다.


먼저 부호의 외형적인 모습이다.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신문 기사를 쓸 때 숫자를 동원해야 할 때가 있다. 매출액 실적이나 통계 등이 그 것인데 이 때는 문자보다는 숫자가 낫다. 그런데 그냥 숫자로 나열하는 것보다 잘 짜인 틀에 숫자를 넣어 표로 나타내 주는 것이 전달에 더 도움이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표를 그래프로 부호화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그런데 그래프는 그 방향성을 한 눈에 읽어내기 쉽지만 만약 그 속에 숨어 있는 맥락이 있다면 붉은 색 점선이나 말풍선을 넣어 간단한 설명을 넣어 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처럼 재료를 부호화하는 일은 재료 자체가 가진 의미를 더 효과적으로 전하는 역할을 한다.


문자나 숫자, 그림이 부호의 외형적인 모습이라면 질적인 모습은 한층 더 중요하다. 질적인 모습의 두가지 중요한 요소로는 주장에 대한 근거와 청자의 언어를 들 수 있다. 대체로 말할 재료라 하면 화자의 주장을 뜻한다. 사람이란 모두 저마다의 생각이 있기 마련인데 상대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근거도 그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영화 12 angry men 속으로 들어가 보자. 3번 배심원의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주장의 근거가 실증적인 것이 아닌 증인의 일방적인 증언이나 정황 증거를 자신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밤 12시 10분경에 자신의 집 윗 층에서 ‘죽여버릴거야’ 라는 소리가 난 뒤 사람이 쓰러지는 듯한 쿵하는 소리를 들은 노인이, 현관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어보니 소년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아래층 노인의 증언이다. 이 말로된 증언만을 믿고 자기 주장의 근거로 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은 달랐다. 우선 모든 상황을 의심했다. 재판에서 증인이 아무리 선서를 하고 증언을 했다지만 그들도 사람이므로 증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윗층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소년의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사건 당시 아파트 옆으로 전철이 지나갔으니 그 소음 속에 소년의 목소리가 묻혔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또한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놓지 않는 한 노인의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이다. 게다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노인이 그 짧은 시간에 현관으로 가서 제 시간에 문을 열었을 가능성도 그 희박함에 대해 실험으로 검증했다. 이 결과로 다른 배심원들은 점점 8번 배심원의 주장 쪽으로 동의해 갔던 것이다.


다음은 청자의 언어다.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널리 알려진 곽재구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좋은 산문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인 느낌표에도 소개된 바 있는 포구기행은 작가가 우리나라의 포구들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쓴 글로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삶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한 부분에 청자의 언어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어 가져와 본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p82]

나는 조금 더 나이가 든 어부를 찾았다.

“한 배의 어획량이 얼마쯤 되죠?”

“오백만 원.”

그는 아주 알기 쉽게 대답했다. 어림하기 힘든 몇 톤이라는 대답보다는 오백만 원이 훨씬 알아듣기 쉽잖은가,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여기서 어부가 사용한 오백만 원이 바로 청자의 언어인 것이다. 어부는 늘 물고기를 잡고 위판장에 내놓으면서 톤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그것이 더 익숙하다. 화자의 언어다. 하지만 고기잡이 일을 하지 않는 여행객에게 몇 톤이라는 말은 익숙치 못하다. 말해줘도 그 것이 얼마 만큼의 물고기 양을 뜻하는지 전달되지 않는다. 잘못된 부호의 선택이 소통을 방해하는 사례다. 아마 이 어부도 처음에는 화자의 언어인 몇 톤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럴때마다 물어본 여행객이 “몇 톤이면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나요?”라고 다시 물었을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어부는 청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선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바로 작가가 말한 연륜의 힘이 언어 선택을 도운 것이다.


이렇듯 소통에서 말 할 소재를 부호화 한다는 것은 청자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언어로 구성한다는 의미다. 그들에게 익숙한 용어로, 재료 자체가 신뢰성 있도록, 재료의 핵심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부호화의 관건이다.


다음은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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