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비법 - 말할 재료

말할 재료

by 손정 강사 작가

화자가 하는 말을 청자가 듣고 이해하는 과정을 의사소통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게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청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이야 1초도 안되겠지만 그 속에는 몇가지 단계가 있다. 그 단계들 속에는 저마다 소통을 잘하게 하는 이유와 소통을 방해하는 이유들이 숨어 있다. 쉐논과 위버는 이 과정을 의사소통모델로 정리했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재료


소통에 있어 재료란 화자가 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날것이다. 다른 말로 할 말 또는 말 할 거리다. 말 할 동기라고 할 수도 있다. 가끔 지각하는 부하 직원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재료가 생긴 것이다. 숙제 안하고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아이에게 숙제 먼저 하라고 말하고 싶다면 재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의사소통의 결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망치는 경우도 있고 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재료만 잘 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소통이라는 매개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재료를 어떻게 다루었기에 이런 다른 결과가 생기는 걸까?


재료는 그 자체로 청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말로 된 언어, 문자, 숫자, 그림 등으로 부호화되어 메시지로 만들어진다. 부호화 과정도 중요하므로 다음에 이어서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 재료의 성격부터 알아보자.


먼저, 전하고자하는 재료가 너무 많을 경우 소통을 방해한다. 할 말은 많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재료를 메시지화하다보면 청자의 지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반대로 메시지화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재료가 누락되어 불완전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소통의 최종 목적은 청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인데 누락된 정보로 의도된 행동변화 이끌어 낼 수 없다. 하지만 재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자가 원치 않는 재료를 다루어야 할 때다. "또 지각이냐"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숙제 먼저 하고 놀아라" 라는 말을 기분 좋게 받아 들이는 아이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강제로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말을 듣는 것을 싫어 한다. 또는 과거에 한번 들었던 말을 반복해서 하는 경우도 원치 않는 재료에 해당한다. 술 마시고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사람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꼭 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원치 않는 재료는 어떻게 메시지화하는 것이 좋을까? 나의 첫 번째 책에서도 살짝 언급한 바 있지만 소통의 결과로써 행동의 변화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청자가 갖도록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노자 강의로 유명한 최진석 교수의 중학교 시절 선생님들처럼 “신발끈 묶어라” 가 아닌 “신발끈 풀렸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묶어라는 지시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행위의 결정권이 자신에게 없으므로 지배 받는 느낌이고 그 행위가 당연한 것이라 하더라도 괜히 하기 싫은 마음이 먼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풀렸다는 다르다. 현상만을 알려 주는 것이다. 지금 현상이 이러하므로 행동할지 말지는 청자인 당신이 결정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지각 하지마”가 아닌 “조금 늦었네” 정도면 충분하다. 지각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란 건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다. “숙제 좀 해라” 가 아닌 “오늘 숙제가 좀 남았네” 정도면 다 알아 듣는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하는 일은 할 때도 기분이 상하지 않지만 행위의 결과가 온전히 자신의 몫이므로 하고 나서도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인 부호화는 이어지는 연재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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