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소통환경, 지각, 반응
채널
메시지가 전달되는 통로를 채널이라고 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대면이라는 채널을 선택한 것이고 전화 채널이나 편지라는 채널을 선택할 수도 있다. 대화 상대나 상황에 따라 적절치 못한 채널을 선택할 경우에 소통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가장 좋은 채널은 대면이다. 흔히들 열번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가장 좋은 것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친근감을 높일 수 있고 신뢰도 역시 좋아 진다. 그리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며 말뿐만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으므로 주장의 근거를 많이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만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즉각적으로 오해를 풀어야 할 상황은 대면보다 전화를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 하는 소통은 보존이 오래되고 증거가 남으므로 계약서는 반드시 글로 남기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일상에서 잘못된 채널을 선택하여 갈등을 부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해가 생겼을 때 빨리 전화를 통해 해소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화를 키우기도 한다. 또한 화가 난 사람에게는 즉각적인 대면보다는 시간을 주어 화를 누그러뜨리고 진실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이처럼 채널 선택은 상황에 따라, 상대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소통환경
소통환경이란 대화가 이루지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 청자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 화자와 청자의 타이밍이다. 우선 물리적인 공간은 쉬운 예로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화자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싱크대에 물을 틀어 놓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말을 걸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메시지 수신 여건이란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소통할 수가 없고 손에 거품이 묻어 전화기를 집을 수 없는 사람과는 통화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환경외에도 화자와 청자의 심리 상태에 의한 타이밍도 중요한 소통환경이다. 아직 대화할 기분이 아닐때는 억지로 말을 걸기 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는 국가간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회담을 하러 가기 전에 경제 완화 조치를 미리 취해 준다던가 억류했던 사람을 풀어 준다던가하여 대화를 분위기를 조성하고 만나러 가는 것은 타이밍을 인위적으로 좋게 하는 사례이다.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은 부모님 기분이 좋을 때이다. 이 때 메시지를 전달하면 수용성이 높아진다.
지각
화자의 머릿속에 있던 말 할 거리가 부호화되어 메시지로 형성되고 알맞은 소통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인 채널로 청자에게 전달되었다. 끝인가? 아직 가장 어려운 한 고비가 남았다. 바로 지각이다. 아무리 맛있는 사과도 사탕을 먹고 난 사람의 입에는 달지 않다. 화자가 온 힘을 다해 전한 메시지도 청자의 왜곡된 지각 방식 앞에는 무용지물인 것이다. 따라서 화자는 청자의 지각오류를 조장하는 전달방식을 취해서는 안 되며 청자는 그렇게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끊임없는 자기부정이 있지 않는 한 자신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왜곡된 지각방식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지역갈등, 학력에 대한 편견, 남녀차별, 피부색에 따른 고정관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사람에 따른 편향된 지각방식 때문이다. 왜곡된 지각 방식은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애초부터 귀를 닫게 한다. 설령 귀를 열고 들었다 하더라도 자기식으로 메시지를 재조합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 삶의 역사는 사물을 필요에 따라서는 객관적으로 보아 공정성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주관적으로 보아 창의성을 확보하는 모순된 상황의 줄타기와도 같다. 하지만 의사소통에서만은 객관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어떻게 편견을 배제할 것인가?” 12 angry men에서 소통을 가장 잘 한 8번 배심원의 대사가 문득 전해져 온다.
반응
반응은 외부자극에 응답한다는 뜻이다. 청자가 화자의 메시지를 들었다면 “메시지 자체를 들었다” 또는 “내가 이해하기에 내용이 이러한 의미 같은데 맞는가?” 라는 반응을 보여 주어야만 화자가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 대화 자체를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인지적 일관성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지각한 대로 태도를 취하고 태도를 취한대로 행동하려 한다. 소통의 과정에서 청자가 적절하게 반응울 보여 자신이 이해한 메시지가 화자가 의도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고 행동했을 때 오해가 시작된다. 의외로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팀장이 업무를 지시했을 때 부하직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모호하다면 되물어서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업무 목표가 무엇인지 마감기한은 언제인지, 언제쯤 중간보고를 해야 하는지, 나의 재량권은 어디까지인지 알고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엉뚱한 일을 하거나 잘 못된 결과물을 들고 오기도 하여 일을 두 번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로써 의사소통 프로세스인 화자에 의해 재료가 부호로 바뀌어 메시지로 만들어지고, 채널을 통해서 청자에 의해 지각되어 반응에 이르는 과정을 전반에 걸쳐 살펴보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불통의 원인이 존재하지만 재료, 부호화, 채널, 반응의 문제는 사람이 마음먹고 의식하면 어느 정도 쉽게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지각 오류는 다르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각은 그 짧은 순간에도 지각선택, 지각조직, 지각해석 3단계를 거치게 되며 매 단계마다 오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류는 개인의 역사적 관념에 지배를 받게 된다. 그래서 바로잡기가 어렵다. 다음 장에서는 지각이 중요한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좀 더 살펴본 후 지각 3단계마다 어떤 오류들이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