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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Dec 12. 2019

오늘 저녁은 또 뭘 해먹나?

오늘 저녁은 또 뭘 해먹나?

많은 주부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한다.


아내는 고정된 직장을 다니고 나는 강의하고 글쓰는 일을 하는 탓에 강의가 없는 날은 아침 준비와

저녁 준비는 내 몫이다. 요리책에 저렇게 많은 요리 종류가 있지만 내가 메뉴로 정할라 치면 왜 그렇게

할게 없는지 모르겠다. 요리책을 뒤져 보는 것도 시간 아깝고 하여 종이에다가 2주 동안의 아침, 저녁 메뉴를

달리하여 총 28가지를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적힌대로라면 오늘 저녁에 해당하는 삼겹살을 먹더라도 2주만에 먹는 셈이 되기 때문에 제법 새롭게 느껴져야 할테지만, 막상 먹을라치면 불과 얼마전에 먹은 것처럼 느껴진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도 아닌지 삼겹살을 내놓으면 아이들이 '또 삼겹살이야' 하고 묻는다.

'학교 급식에서 낮에 삼겹살을 줄리는 없고.'


2주만에 돌아온 삼겹살이지만 오늘은 종이에 적히지 않은 걸로 해보자 마음먹고 냉장고와 찬장을 뒤져본다.

월남쌈에 쓰이는 쌀종이가 한 봉있다.

쌈에 쓰일 신선한 채소가 있나 보니 당근 밖에 없다. 월남쌈이 구색을 갖추려면 양배추도 썰어 놓고 양파도 얇게 썰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매운기를 빼놓고 파인애플 같은 과일도 있으면 좋다.

냉장고에는 당근,애호박,우엉조림이 고작인데 그래도 소고기는 불고기감이 좀 있다.

됐다. 이정도면.


우엉조림은 그냥 쓰면 되고 당근은 채 썰어 놓기만 해도 되지만 애들 먹기 좋으라고 볶아 보기로 한다.

당근 하나를 물에 씻고 숟가락으로 껍질을 긁어 낸 후 반으로 잘랐다. 길이 방향으로 채썰어 소금을 살짝 뿌려 둔다.

애호박은 동그란 단면으로 두께 2mm정도로 자르고 다시 채썰었다. 역시 소금을 조금 뿌려 섞었다. 간이 밸 때까지 소불고기를 재우기로 한다. 내가 밥 비벼 먹을 때 즐겨 쓰는 작은 양푼을 꺼낸다. 마늘을 5개 까고 찧어서 넣는다. 마늘을 찧을 때마다 칼손잡이 바닥면에 새겨진 쌍둥이 칼의 마크를 본다. 그냥 빨래판처럼 만들어 놔도 될 것을 회사의 마크를 넣어 둔 그들의 창의성을 즐기는 셈이다. 대파는 흰부분만 어슷하게 잘라 넣고 진간장, 매실액, 후추,청주를 넣었다. 참기름도 빠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잘라둔 소고기를 넣고 손으로 주물주물하고선 평평하게 꾹 눌러둔다.이제 채소 볶을 차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호박에 당근을 볶는다. 소금에 절이면 물이 많이 나와서 식용유를 넣기 전에 익히면서 물기를 먼저 제거한다. 그런다음 식용유를 넣고 볶았다. 당근이 더 천천히 익으므로 불이 센 곳에 당근을 배치했다.당근과 호박을 균일하게 익히고는 접시에 담았다. 다음은 소불고기. 그거야 그냥 후라이팬에 넣고 익을 때까지 저으면 그만이다. 이제 월남쌈을 데칠 물을 데운다. 그래도 쌈에 넣을 채소가 세 가지 밖에 안되는게 마음에 걸려 김장 김치 담아 둔 걸 좀 꺼내보기로 했다. 김장한지 3주가 채 안되었으니 배추 흰부분을 채 썰면 아삭할 것 같아서다. 꺼내보니 역시 그렇다. 그래도 고기 한 가지에 채소 네 가지는 갖춰진 셈이다.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정식으로 메뉴에 추가해도 될 것 같다. 다음에 할 때는 깻잎, 양배추, 붉은 양파를 사서 신선한 채소로 월남쌈을 준비해 봐야 겠다. 혹시 집에 채소가 몇 가지 없더라도 있는 걸로도 한끼 식사가 될듯 하니 쌀종이는 몇 봉 사두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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