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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Dec 14. 2019

농어 낚시의 달인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신전항에서 30km 떨어진 바다.

뱃머리에 대나무 낚시를 들고 한 남자가 섰다.

농어 낚시의 달인 한관배씨다.


찌도 없는데다 화려한 루어 미끼 대신 멸치 모양으로 직접 만든 미끼만 달았는데도

김장무 만한 농어가 연이어 올라 온다. 세 번에 한번은 두 마리다.


“박사여 박사, 바다의 박사, 자기 공책이 있어. 어디가면 많이 잡히고 언제, 어떤 미끼를 써야 하는지 다 적어 놨어” 동네 주민의 말이다.


수십 년간 정리했다는 그의 공책은 마치 고기잡이 매뉴얼과 같다.


‘농어는 밤새 굶어 배고픈 아침에 잘 잡힌다’

‘밤에 천둥이 많이 치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낚시 해봤자 헛수고다’

‘농어의 먹이가 되는 멸치가 많은 철은 낚시 미끼에 관심을 안 보인다’


매뉴얼은 오랜 경험에서 얻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내용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

미끼는 농어가 좋아하는 멸치, 새우 모양으로 직접 만든다. 거기다 농어가 좋아하는 빨간색 실을 꼬리 모양으로 달아 준다.


대체 농어가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찌 안단 말인가? 

우연의 산물을 기록하는 자, 기록하고 실행하고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 자, 그가 달인이다.


강의 자료를 얻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은유의 ‘쓰기의 말들’을 읽다가 책의 내용과 연결되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놀라운 아이디어가 잊혀질까 싶어 적어 놓지 않았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내가 놓친 농어는 몇 마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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