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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 강사 작가 Mar 12. 2020

OKR로 목표를 혁신하라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 작품상까지 휩쓴 봉준호 감독은 사실 10년 전부터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었습니다. 외국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학위 논문을 쓰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 2009년 마더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감독을 넘어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내놓는 영화마다 흥행과 작품성까지 잡는 그이지만 촬영을 마치고 나면 늘 후회가 남는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배우의 감정 선을 더 살렸어야 하는데’ ‘이 장면은 세트장을 다르게 지었어야 하는데’ 하고 말입니다. 이런 봉준호 감독이 ‘다른 건 몰라도 이 장면만은 어디 내놔도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마더의 엔딩입니다.    

마더의 엔딩 장면이 떠오르나요? 안 보셨다면 보시길 권합니다. 햇살이 비치는 관광버스 창으로 신나게 춤추는 관광객들이 보입니다.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평범한 우리의 어머니이자 옆집 아주머니의 모습입니다. 그들 사이로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주인공(김혜자 분)이 천천히 일어나 춤을 추면서 무리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춤추는 어머니들과 한데 어우러져 그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 채 영화는 끝이 납니다. 봉준호 감독이 마더의 엔딩장면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세운 연출 목표를 달성했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영화 마더는 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구하기 위해 평범한 어머니가 보이는 과도한 모성애를 다룬 작품입니다. 평소에는 한 없이 인간적인 어머니지만 자식을 위해서는 악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결국 주인공은 아들의 살인을 본 유일한 목격자인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입니다. 아들은 풀려나고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수감되고 주인공의 살인도 방화로 묻히게 됩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 악의 평범성, 인간의 숨겨진 악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봉준호 감독의 엔딩 장면 목표는 ‘군중 속에 가려진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였던 것입니다. 목표만 봐서는 영화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기에 더없이 훌륭해 보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낸다는 이 추상적인 목표가 달성되었음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OKR (Objective Key Results)    

구글의 목표 달성 방식으로 유명해진 OKR을 영화 마더에 적용해보면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엔딩 장면을 만든다’가 Objective (목표)입니다. ‘평범한 어머니들이 춤추는 장면 속으로, 살인자인 주인공이 걸어 들어가고 그들 모두는 검게 표현되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가 Key Results (결과지표)입니다. KR(결과지표)란 목표가 달성되었음을 알려주는 가늠자입니다. KR(결과지표)이 구현되었음이 확인되면 O(목표)를 이루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OKR의 핵심 개념입니다. O(목표) 만 있어서도 안되며 KR(결과지표)만 있어서도 안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수립하는 것이 구글의 목표 달성 방식 OKR인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O(목표) 또는 KR(결과지표), 둘 중에 하나만 세운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고등학생이 공부 잘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목표(Objective)일 뿐입니다. KR(결과지표)을 정해놓지 않으면 어느 수준에 도달했을 때 목표를 달성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 KR(결과지표)은 수능점수 전국 5%이내 또는 전교 10등 이내로 구체화 되어야 합니다. O(목표)만 있으면 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KR(결과지표)만 있으면 내가 왜 이것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두 가지는 동시에 정해져야 합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주회사에서 신제품 출시라는 O(목표)가 정해졌다면 상반기 안에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맥주 출시라는 KR(결과지표)도 함께 설정되어야 합니다. 다시 영화 마더로 돌아가서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낸다’는 엔딩 장면의 O(목표)를 달성한 봉준호 감독은 무엇을 보고 달성여부를 확인하고자 했을까요?앞에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더 보충하자면 ‘버스에서 평범한 어머니들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속으로 또 한명의 평범한 어머니가 춤을 추며 들어간다. 그녀는 살인자다. 살인자와 다른 어머니들 모두는 검게 표현되어 누가 누구인지 알아 보지 못하게 표현된다’가 KR(결과지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또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수능점수 전국 5%이내를 달성하여 공부를 잘 하게 되었습니다. OKR을 달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습니다. 맥주회사가 상반기 안에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무엇을 고려하지 않은 것일까요?     


OKR을 비전과 사명, 실행계획과 정렬하라    

고등학생이 자신의 목표인 공부 잘 하는 것을 달성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기업이 신제품을 콘셉트에 맞게 출시했음에도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요? 맹목적인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진정으로 유의미한 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닌 당연히 목표여야만 할 것 같은, 남들도 다 그렇게 정하는 목표를 따라 갔기 때문입니다. 나와 조직에 유효성을 주는 비전과 사명에 목표가 정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의 조직행동론에서 만족도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론이 있습니다. 브룸의 기대이론입니다. 인간은 유의성, 수단성, 기대성이 동시에 충족될 때 동기부여되고 만족한다는 이론입니다. 유의성이란 비전과 사명이 나에게 참된 가치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비전과 인간의 본성을 영화에 담아낸다는 사명을 정하고서도 행복하지 않다면 비전과 사명을 잘 못 정한 것입니다. 자신에게 유의미하지 않는 것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감독 또는 양적으로 많은 영화를 생산해내는 감독이라는 비전이 자신에게 더 유의미한 것임을 모르고 비전을 설정한 셈이 됩니다. 다음으로 수단성이란 OKR(목표)이 비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등학생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비전과 사명으로 정해 놓았는데 공부를 잘 하고서도 행복하지 않다면 공부라는 OKR이 행복이라는 비전과 사명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목표 수립이 잘못된 것입니다. 맥주회사가 신제품을 제 때에 잘 출시하고서도 더 상위의 목표인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 목표를 수립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지금은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제품 라인업을 줄이고 원가절감에 신경 쓰는 것이 진정으로 수단이 되는 OKR이었던 것입니다. 다음은 기대성입니다. 아무리 유의미한 비전과 수단이 되는 목표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이 되기 위해 마더의 엔딩 장면에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장면을 연출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더라도 그것을 촬영해 낼 능력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전이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하고 수단이 되는 목표를 세웠어도 구성원 역량이 부족하고 조직의 자원이 미비하다면 비전과 목표도 뜬구름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따라서 개인이든 리더든 비전이 유의미한가 목표가 수단이 되는가 목표를 달성할 역량을 가졌는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OKR을 수립하는 방법    

OKR을 수립하기 전에 먼저 비전과 사명이 개인과 조직에 유의함을 주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맞다면 비전과 사명의 수단이 되는 목표와 결과지표를 정해야 합니다. 다음은 ‘피터 드러커 최고의 질문’에 나오는 어느 응급실의 비전과 사명, OKR입니다.

지역의 한 응급실이 ‘지역 최고의 의료기관’이라는 가슴 뛰는 비전과 그 비전의 모습으로 방문환자에게 안심을 제공한다는 사명을 정했다면 목표(O)는 반드시 비전과 사명의 수단이 되도록 정해야 합니다.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는 어떤 경우 안심할까요? 응급실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어느 정도 아픈지 극도의 불안을 가진 채 옵니다. 따라서 이 응급실은 빠르게 의료진이 환자와 대면하여 궁금증을 풀어 주는 것이 필요한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착 즉시 진료한다는 추상적인 목표는 1분내 진찰한다는 결과지표(KR)가 눈에 보일 때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OKR을 수립해야 할까요?    

먼저 정확한 직무분석이 필요합니다. 목표(O)와 결과지표(KR)가 조직의 최상위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일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기능별로 분류된 팀으로 구성됩니다. 팀은 다시 개별 직무를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집니다. 기능별 팀이란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조직들로 영업팀, 구매팀, 생산팀, 품질팀 등을 말합니다. 직무란 영업팀의 경우, 고객관리 직무, 영업계획수립 직무, 유통망관리 직무 등을 말합니다. 직무가 모여 팀을 이루고 직무는 한 사람이 수행하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과업으로 구성됩니다. 때로는 과업 하나가 아주 중요한 성격의 것이라면 그 자체가 직무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회사의 규모가 크면 같은 직무를 가진 사람이 여러 명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부지방 영업계획 직무, 남부지방 영업계획 직무과 같은 경우입니다. 

그림은 영업팀의 직무분석 사례입니다. 통제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성과를 내는데 관여하는 일의 세부 요소가 무엇인지 빠짐없이 파악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직무기술서라는 문서에 직무를 분석해 놓은 결과와 성과 수준을 명시해 놓습니다. 안타깝게도 서랍 속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입니다. 지금 당장 팀장 주관 아래 구성원의 직무기술서를 꺼내 놓고 구성원 별로 중복되는 직무와 과업이 있는지 누락된 것이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각 과업별로 달성해야 할 성과수준을 명시한 후 책상에 붙여 놓아야 합니다. 이때 명시한 성과수준이 바로 OKR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업별로는 어떤 성과를 달성해야 할까요? 기업의 성과인 만큼 모두 매출액에만 맞춘 성과수준을 정하면 될까요? 성장기 어린이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해야 잘 자라듯 기업도 달성해야할 성과의 필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재무적 성과, 고객 관점의 성과, 프로세스적 성과, 학습과 성장 관점의 성과입니다.

영업팀 유통망관리 직무의 여러 과업 중 신규 유통망 개척의 OKR을 수립한 사례입니다. OKR은 자신이 수행하는 모든 과업에 대해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의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때 유의할 것은 OKR은 조직의 비전과 사명 또는 올해 CEO의 경영 방침을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고 관련있는 것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에서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과 더불어 전략적인 업무 수행을 하게 되는데 OKR을 달성하는 과정이 전략적 업무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맡은 직무에 과업이 4개만 되어도 OKR은 16개까지 늘어 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다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OKR은 구성원과 팀장의 협의 하에 올해 CEO의 경영방침과 팀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3~4가지 정도로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실행계획    

다시 영화 마더로 돌아갑니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비전과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영화를 만든다는 사명을 위해 마더의 엔딩 장면에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한다는 O(목표)를 세웠습니다. KR(결과지표)은 버스에서 춤추는 어머니들이 검게 표현되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여기서 부터입니다. 애니매이션이 아닌 영화에서 사람을 어떻게 검게 표현해야 할까요? 신규 고객 매출 비율 증대라는 과업의 O(목표)를 설정하는 건 쉽지만 구체적인 해법과 실행계획이 문제인 것입니다. 버스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검게 표현되기 위해서는 버스로 태양빛이 들어 와야 합니다. 그래야 반대편에서 촬영할 때 사람이 검게 나옵니다. 그것도 낮은 고도로 버스와 수직이 되는 위치에서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태양은 지평선위에 있어야 하므로 일몰 30분 내에 촬영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몰 때 태양은 정서쪽에 있으므로 버스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달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도로가 있을까요? 조사 끝에 영종도에 정남에서 정북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음을 알아냅니다. 여기서 봉준호 감독이 찾은 해법은 ‘버스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검게 표현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몰 30분전에 영종도의 도로에서 촬영한다. 촬영일은 ‘빛의 산란이 가장 좋은 1월 7일이다’ 였습니다.    


결국은 실행이다    

OKR의 종착역은 결국 문제해결과 실행입니다. 올바른 해법이 없다면 춤추는 사람들을 검게 표현해서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낸다는 목표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신규 고객 매출 비중 증대라는 OKR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분석 – 타겟고객설정 – 신제품개발 – 판촉행사 – 성과점검 – 후속대책수립이라는 세부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실행계획은 주간계획과 4주계획으로 나누어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면 4주 계획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다시 설정하고 그중에서 가장 긴급한 일을 주간 계획으로 잡아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팀장과 구성원이 함께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구글에서 실시하여 크게 성과를 봤다는 OKR은 이렇게 이면에 엄청난 디테일과 강한 실행력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서랍속의 직무기술서를 꺼내 보세요. 그리고 우리 조직의 최상위 목표와 팀목표를 확인하세요. 그것에 부합하기 위해 나는 직무에서 어떤 성과를 창출해야 할가요? 이것이 OKR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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